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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잉어처럼… 꽃 등 민화적 소재 화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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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잉어처럼… 꽃 등 민화적 소재 화폭에

[미래의 한류스타(53)] 김양훈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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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행운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805 324×130cm oil on canvas
완산벌 빛은 따사로웠다. 닥나무에서 뽑아낸 종이 틈 사이로 봄내음이 오가고, 산등성에 우뚝 서있는 겨울이 동화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겨울은 더욱 신이 났다. 성탄절이 있는 계절이다. 두 눈으로 담아 둔 네 철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서울로 간 청년에게 매운 겨울의 세찬 학습이 훈련장의 조교처럼 달라붙었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시절은 자신을 향하던 은사와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열정의 붕어와 춤을 춘다. 서울의 빛이 예사롭지 않게 따스하다.

김양훈(金亮勳, Kim Yang Hoon)은 병오년 팔월 스무이레 완주 봉동의 다복한 기독교 집안에서 아버지 김연호, 어머니 최정자의 4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기린초, 완산중, 신흥고에 이르기까지 모두 고향 전주에서 격을 가꾸었다. 조용히 생각에 빠지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천성이 성실한 사람이지만 이야기를 시작하면 재미있어 지며 주변에 꿈과 희망을 선사한다. 혼자 있을 때도, 모여 있을 때도 품격을 보여주는 그는 타고난 예술가이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이진숙 미술선생님의 소개로 판화를 알게 되면서 지금껏 한 번도 붓을 놓은 적이 없다. 고교 재학 시, 홍익대 미술 실기대회・전라북도 사생대회 등에서 입상을 하여 미대 진학의 꿈을 갖게 되었다. 열심히 판을 제작하여 찍어내는 판화의 매력에 빠져 들었으나, 전주에는 판화 전공 미술과가 없어 전북대 사범대 미술교육과에 입학하여 교사자격증을 취득한다. 이를 계기로 예술에 대한 꿈과 교직에 대한 희망을 동시에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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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행운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807 116×91cm mix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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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행운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835 163×130cm mixed


​의식·무의식의 정신세계를 형상화
장난치듯 물감 뿌리고, 흘리고, 찍고…

현모양처 문수애와 결혼을 하면서 서울로 이사하게 된 그는 여유롭지 못한 경제적 상황에서도 미술학원 강사를 하며 홍익대 예술대학 판화과에 편입학하여 졸업하고 동 예술대학원 판화과를 수료하면서 미술에 대한 열정을 계속 이어 왔다. 생계를 위해 낮에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밤에 서양화, 동양화, 판화, 컴퓨터 그래픽 등 다양한 작품 활동으로 전라북도 미술대전 대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구상전) 등 여러 공모전에서 10여회의 입상 실적으로 나타났다.

김양훈은 의식과 무의식의 정신세계의 행위에서 나온 작품들을 제작한다. 바탕은 무의식, 소재들은 의식의 의미를 부여하여 정신에서 만들어낸 물질이 작품임을 강조한다. 바탕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거의 무의식의 경지이다. 물감을 가지고 장난치듯 뿌리고, 흘리고, 찍고, 붓으로 칠하면서 놀이를 하듯 그의 의식적 행위는 전혀 없다. 무의식적으로 제작된 바탕위에 그리는 잉어나 꽃 등 민화적 소재들은 의식적으로 그려지는 것이어서 의식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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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행운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838 35×35cm mixed

작가의 작품은 캔버스에 오일 페인팅인 서양화 양식이지만 색감과 내용은 조선 후기 민화의 상징성을 차용한다. 대학에서 서양화와 판화를 전공한 작가가 처음부터 민화를 차용할 생각은 아니었다. 판화의 색채 표현에 한계를 느껴 서양화로 돌아왔고, 꽃이나 잎 하나 없는 고목에 심취해 드로잉을 수없이 했다. 나무를 그리다 사군자에서 매화를 발견하고, 나무에 매화꽃을 달면서부터 사군자・십장생 등으로 소재를 확장하다, 민화를 접한 뒤 그 매력에 빠졌다.

민화는 초복(招福)행위로 그렸던 그림이다. 전문 작가가 그린 민화는 그 독창적 표현과 화려한 색채가 경이롭다. 장수도에 나오는 십장생, 초충도, 어해도(魚蟹圖), 사군자 등에 등장하는 사물들의 상징성을 소재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진채화(眞彩畵)의 다채롭고 풍요한 느낌에서 큰 감동을 받은 작가는 민화를 차용한 작업이 전통과 현대를 이으면서, 화려하면서도 경박하지 않고, 화가로서 대중들에게 깊으면서도 맑은 기운을 줄 수 있는 사역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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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행운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901 31×27cm mix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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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행운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902 30×30cm mixed


천성이 성실, 이야기 시작 땐 유머 듬뿍
모여 있을 때도 품격 보여주는 예술가

김양훈은 20일(수)부터 25일(월)까지 갤러리인사아트(구 인사아트스페이스) 본전시장(1층), 특별전시장(B1)에서 <꿈틀거리는 幸運>展(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어해도에 주로 등장하는 잉어가 주인공이다. 잉어는 재물・등용문・다산 등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 옛날에 선비의 방이나 신혼 방에 주로 걸어놓고 살았다고 한다. “그저 힘나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라는 작가의 말이 에너지로 다가온다.

지난해까지 작가는 움직임, 지느러미, 눈 등에 있어 실제 잉어와 최대한 흡사하게 그렸다. 더 강한 기운을 담고 싶었던 작가는 긴 수염, 천사 같은 날개가 달린 새로운 지느러미의 잉어를 창조한다. 선적인 요소들로 드로잉 함으로써 꿈틀거리는 잉어의 힘 있는 움직임을 강조한다. 움직임의 조화는 인간에게 이로운 기운이 가도록 잉어에 힘을 불어넣는다. 잉어의 눈은 사람의 눈처럼 흰자와 눈동자가 또렷해 놀람, 성냄, 애정까지의 감정을 담고 있다. 숱한 드로잉을 캔버스에 옮긴 끝에 운기 생동하는 잉어가 탄생된 것이다. 현실에는 없는 작가만의 잉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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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행운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904 116.8×91 oil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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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행운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905 162.2×130.3 mix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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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행운 Dynamically Streamlined in Fortune 201905 162.2×130.3 mixed

작가는 오방색(흰색, 검정, 노랑, 파랑, 빨강)의 원색들을 반복하여 칠하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을 찾아낸다. 덧칠하면 이전의 색들이 사라질 것 같지만 겹겹이 칠해진 속 색깔이 미세하게 배어 나와 한층 깊어진다. 빨려들어 갈 것 같은 오묘한 분위기가 연춮된다. 배경색을 캔버스에 입히는 작업만 해도 오랜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빨강, 그 다음은 특히 손이 많이 가는 노랑이다. 평균 오・육십 번 덧칠해야 원하는 색감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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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훈 서양화가

김양훈, 의지의 말이 붉은 해를 타고 넘어가는 기운의 서양화가이다. 지혜의 소나무 같은 그는 민화에서 찾은 영감으로부터 봄의 도래를 알리는 화평의 색을 찾았다. 수줍게 솜털에 싸여 태엽 모양으로 감겨있던 그의 그림의 나이가 천을 짤 정도에 이르렀다. 게으름 없이 진실한 마음으로 얻어낸 작품은 강렬한 색감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 마리 잉어는 재물, 두 마리 잉어는 화합, 세 마리 이상의 잉어는 합격・등용・입신양명과 자손번식을 뜻한다고 한다. 거센 물길을 오르고 있는 그가 효도, 화목하며 미래의 한류스타로서 큰 뜻을 펼치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