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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20% 줄인다는 한수원, '탈원전 때문' 말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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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20% 줄인다는 한수원, '탈원전 때문' 말 못하는 이유

내부문서 '현재 1만2100명→2030년 9650명 수준 줄어들 것"
노후원전 폐기 많고, 신규원전 적어...신규채용 줄여 자연감소 유도
"전문인력 부족, 산업경쟁력 약화, 사고위험 증가 우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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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동 중단돼 해체를 앞둔 부산광역시 기장군 고리 1호기 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지난해 5년 만에 첫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내부적으로 인력 감축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원자력산업의 경쟁력 저하, 전문인력 감소, 이에 따른 원전 안전사고 증가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이 작성한 내부 문건에서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임직원 수가 9650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이 드러났다.

지난해 기준 한수원 임직원 수가 1만 2100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1년 뒤에는 직원 규모가 20% 이상 크게 줄어든다는 전망이다.

물론 한수원은 인력감축 방식을 인위적으로 기존 직원을 내보내는 게 아니라 신규채용을 줄여 자연감소로 유도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처럼 장기적 인력감축의 이유로 한수원은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을 꼽고 있다. 그러나 표현상 에너지전환정책이지 사실상 '탈원전' 정책에 따른 신규원전 억제로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고육책으로 읽힌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수명이 다하는 원전 12기를 가동 중단할 계획이다.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는 이미 가동 중단됐다.

반면에 오는 2024년까지 새로 늘어날 원전은 5기뿐이다. 이마저도 정부의 안전기준 강화로 가동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한울 3·4호기 등 당초 계획됐던 신규원전 6기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빠져 있다. 기존 원전 10기의 수명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원전 운영회사가 주업무와 수익원인 원전사업이 줄어들면 직원 감축이 불가피한다는 노동시장의 논리를 반영한 셈이다.

실제로 한수원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시작되면서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2조 원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던 지난 2016년에는 821명을 새로 뽑았지만, 1019억 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지난해엔 절반 수준인 427명을 채용했다.

올해는 상반기 245명, 하반기 240명을 선발한다는 계획이지만, 하반기 계획은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학계 관계자는 "국내 대학에 설치된 원자력 관련학과들이 전공선택 학생 감소로 고민 중"이라며 "지난 4월 한수원이 코엑스에서 개최한 '원자력·방사선분야 채용박람회'에도 대학생보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많이 찾았다. 원자력 분야 전문인력의 부족이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결국 원자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원전 안전사고의 위험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도 "정부가 원전 해체산업을 키워 원자력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하지만 원전 해체산업은 건설·운영산업에 비해 규모가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한 뒤 "원전의 건설·운영·해체의 전체 주기가 원활히 순환돼야 해체산업도 육성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수원이 지나치게 정부 정책에 추종하는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다른 업계 전문가는 한국가스공사의 사례를 들어 한수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가스공사는 정부의 수소산업 육성정책에 발맞춰 오는 2030년까지 수소사업에 4조 7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지난해 상반기보다 3배 많은 148명을 올해 상반기에 신규 채용한다"고 소개한 뒤 "국내 유일의 원전운영 공기업인 한수원이 자신의 역할과 위상에 맞게 원전 건설과 운영산업 활성화의 필요성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정부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