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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김종갑 사장 "전기료 특례할인 폐지"...성사될까? 된다면 '적자 개선'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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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김종갑 사장 "전기료 특례할인 폐지"...성사될까? 된다면 '적자 개선' 청신호

언론 인터뷰서 "한시적 특례할인 일몰...새 특례할인 도입 안해" 전기요금 현실화 소신 재확인
특례할인으로만 연 1조 비용 감당...폐지되면 상반기 9천억대 영업손실 상당부분 충당
산업부 "정부와 협의 없어,,,요금개편서 논의할 문제"...S&P "경영악화 지속" 신용등급 강등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이 11일 전남 나주시 한전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이 11일 전남 나주시 한전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전력의 재정 악화로 국제신용평가회사가 한전의 자체신용도를 하향조정한 가운데 김종갑 한전 사장이 전기료 특례할인을 모두 폐지하겠다고 밝혀 성사 여부와 함께 특례할인 폐지에 따른 한전의 재무 개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31일 한전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새로운 특례할인은 원칙적으로 도입하지 않을 것이고, 현재 운영중인 한시적 특례제도는 모두 일몰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인터뷰에서 "복지와 산업정책은 재정으로 추진하는 게 맞다"면서 "요금 할인보다 바우처 제도를 활용하는 게 낫고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소득보조 형태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김 사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부터 줄곧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전기요금 책정을 주장하는 소신을 드러냈다.

지난 11일 열린 국회의 한전 국정감사에서도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을 지금 안 내면 언젠가 누군가는 내야 한다"며 전기요금 현실화를 재차 피력했다.

비록 언론과 인터뷰에서 언급한 특례할인 폐지 발언이지만 김 사장의 의도는 정부의 반대, 국민들의 반감 등으로 전기료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 적자의 주원인 중 하나인 특례할인 제도를 없애 그동안 누적된 적자를 보전하는 한편, '시장원리에 맞는 전기료 책정'이라는 평소 김 사장의 소신도 관철시키기 위한 언행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전 측은 김 사장의 발언을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혜택을 폐지한다'는 의미보다는 '복지혜택은 한전(전기요금)이 아닌 정부(정부재정)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로 받아들여 달라고 설명했다.

한전의 전기료 특례할인 종류에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여름철 누진제 할인 ▲주택용 절전할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신재생 에너지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초중고·전통시장·도축장·미곡처리장 할인 ▲장애인·3자녀 가구 할인 등 다양하다.
이같은 특례할인 적용으로 지난해 1년간 총 1조 1434억 원이 한전 비용으로 전가됐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080억 원이었고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928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따라서 특례할인 제도를 모두 폐지하면 한전의 영업손실 상당부분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전 관계자는 "특례할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연간 약 4000억 원)는 '폐지'가 아닌 '개선'할 방침인 만큼 앞으로 특례할인 제도 폐지로 늘어날 수익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특례할인 제도는 전기요금과 달리 한전에게 상당부분 결정권이 있으나, 이 역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야 하는 사안인지라 김종갑 사장의 말대로 특례할인 제도들이 폐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특례할인 제도 폐지와 관련해 정부와 협의된 바 없다"고 한전 사장의 발언과 거리를 두면서도 "이는 전반적인 요금체계 개편의 큰 틀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밝혀 폐지 가능성 여지를 남겼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도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 사장의 발언이 사실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의 질의에 "한전 사장이 언급한 요금체계 개편을 협의한 바 없고,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재확인하면서도 "전기요금 할인특례와 관련한 모든 제도를 일괄적으로 폐지할지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학계에서는 복지혜택은 전기요금이 아닌 정부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다며 김 사장의 '특례할인 폐지' 발언에 대체로 동의하는 모습이다.

연세대 양준모 교수(경제학과)는 "공기업이 특례할인으로 다양한 복지혜택을 주면 결국 다른 소비자가 그 비용을 대신 내야 하므로 '사용자부담 원칙'에 따라 특례할인을 폐지하는 방향은 맞다"고 동의했다.

양 교수는 "다만, 탈원전, 태양광, 배출권거래 등 환경부담에 따른 적자누적 상황에서 복지혜택 축소에 따른 대책 마련 없이 특례할인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정책의 선후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숭실대 온기운 교수(경제학과)도 "기존 특례할인 제도들이 중복 할인 등 너무 무질서하게 운용되고 있는 만큼 이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공감을 나타낸 뒤 "여기에 더해 전기요금 고지서에 세부적인 비용 항목을 공개해 전기요금 현실화에 국민 동의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9일 한전의 자체신용도(SACP)를 'BBB'에서 'BBB-'로 한단계 하향조정했다.

S&P는 "계속되는 발전원가 부담에도 한국의 전기요금체계가 향후 12~24개월동안 크게 변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해 재정 악화가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이유임을 시사했다.

자체신용도는 경영난에 처했을 때 정부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기업의 순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매겨지는 등급이다.

한전의 공식 신용등급은 종전과 같이 'AA'를 유지한 반면, 자체신용도가 한 단계 떨어진 것은 발전원가가 지속적으로 오름에도 전기요금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돼 신용위험이 커졌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한전의 총 차입금은 지난해 61조 3184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70조 4732억 원까지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는 122조 8995억 원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특례할인 제도 전면 폐지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김 사장이 이를 언급한 것은 소액주주들로부터 배임 혐의로 소송까지 당한 상황에서 한전 경영진이 경영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액션이자 정부에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