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전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새로운 특례할인은 원칙적으로 도입하지 않을 것이고, 현재 운영중인 한시적 특례제도는 모두 일몰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김 사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부터 줄곧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전기요금 책정을 주장하는 소신을 드러냈다.
지난 11일 열린 국회의 한전 국정감사에서도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을 지금 안 내면 언젠가 누군가는 내야 한다"며 전기요금 현실화를 재차 피력했다.
비록 언론과 인터뷰에서 언급한 특례할인 폐지 발언이지만 김 사장의 의도는 정부의 반대, 국민들의 반감 등으로 전기료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 적자의 주원인 중 하나인 특례할인 제도를 없애 그동안 누적된 적자를 보전하는 한편, '시장원리에 맞는 전기료 책정'이라는 평소 김 사장의 소신도 관철시키기 위한 언행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전 측은 김 사장의 발언을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혜택을 폐지한다'는 의미보다는 '복지혜택은 한전(전기요금)이 아닌 정부(정부재정)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로 받아들여 달라고 설명했다.
한전의 전기료 특례할인 종류에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여름철 누진제 할인 ▲주택용 절전할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신재생 에너지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초중고·전통시장·도축장·미곡처리장 할인 ▲장애인·3자녀 가구 할인 등 다양하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080억 원이었고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928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따라서 특례할인 제도를 모두 폐지하면 한전의 영업손실 상당부분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전 관계자는 "특례할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연간 약 4000억 원)는 '폐지'가 아닌 '개선'할 방침인 만큼 앞으로 특례할인 제도 폐지로 늘어날 수익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특례할인 제도는 전기요금과 달리 한전에게 상당부분 결정권이 있으나, 이 역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야 하는 사안인지라 김종갑 사장의 말대로 특례할인 제도들이 폐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특례할인 제도 폐지와 관련해 정부와 협의된 바 없다"고 한전 사장의 발언과 거리를 두면서도 "이는 전반적인 요금체계 개편의 큰 틀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밝혀 폐지 가능성 여지를 남겼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도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 사장의 발언이 사실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의 질의에 "한전 사장이 언급한 요금체계 개편을 협의한 바 없고,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재확인하면서도 "전기요금 할인특례와 관련한 모든 제도를 일괄적으로 폐지할지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학계에서는 복지혜택은 전기요금이 아닌 정부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다며 김 사장의 '특례할인 폐지' 발언에 대체로 동의하는 모습이다.
연세대 양준모 교수(경제학과)는 "공기업이 특례할인으로 다양한 복지혜택을 주면 결국 다른 소비자가 그 비용을 대신 내야 하므로 '사용자부담 원칙'에 따라 특례할인을 폐지하는 방향은 맞다"고 동의했다.
양 교수는 "다만, 탈원전, 태양광, 배출권거래 등 환경부담에 따른 적자누적 상황에서 복지혜택 축소에 따른 대책 마련 없이 특례할인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정책의 선후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숭실대 온기운 교수(경제학과)도 "기존 특례할인 제도들이 중복 할인 등 너무 무질서하게 운용되고 있는 만큼 이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공감을 나타낸 뒤 "여기에 더해 전기요금 고지서에 세부적인 비용 항목을 공개해 전기요금 현실화에 국민 동의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9일 한전의 자체신용도(SACP)를 'BBB'에서 'BBB-'로 한단계 하향조정했다.
S&P는 "계속되는 발전원가 부담에도 한국의 전기요금체계가 향후 12~24개월동안 크게 변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해 재정 악화가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이유임을 시사했다.
자체신용도는 경영난에 처했을 때 정부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기업의 순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매겨지는 등급이다.
한전의 공식 신용등급은 종전과 같이 'AA'를 유지한 반면, 자체신용도가 한 단계 떨어진 것은 발전원가가 지속적으로 오름에도 전기요금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돼 신용위험이 커졌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한전의 총 차입금은 지난해 61조 3184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70조 4732억 원까지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는 122조 8995억 원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특례할인 제도 전면 폐지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김 사장이 이를 언급한 것은 소액주주들로부터 배임 혐의로 소송까지 당한 상황에서 한전 경영진이 경영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액션이자 정부에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