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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톡톡] 일본치한퇴치 앱, 추행 장소 공유 등 지하철 성범죄 95%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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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톡톡] 일본치한퇴치 앱, 추행 장소 공유 등 지하철 성범죄 95% 감소

'치한레이더' '디지털 폴리스' 등 인기

일본에서 '치한레이더', '디지털 폴리스'등의 앱을 개발해 지하철 성범죄를 무려 95%나 감소시켰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에서 '치한레이더', '디지털 폴리스'등의 앱을 개발해 지하철 성범죄를 무려 95%나 감소시켰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최근 반일감정으로 일본 여행 자제뿐만 아니라 일본 맥주, 일본 의류, 일본 차량 등 일본제품 소비가 줄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본은 튼튼한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분야가 있다. 그러한 면을 우리가 배우는 것이 더 큰 애국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치한 레이더' '디지털 폴리스' 등 일본 지하철 치한퇴치 신기술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 지하철에는 여성들의 신체를 더듬는 치한들이 많은 편이다. 특히 지하철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도쿄에서는 성추행 사건이 많이 발생한다. 통계에 따르면 젊은 여성 승객들 중 70% 정도가 한 번 이상 성추행을 경험했다.

약 30년 간 학교와 회사로 통근하면서 변태들을 많이 만났던 마츠나가 야요이씨는 어느 날 친구의 중학생 딸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고심 끝에 야요이씨는 여학생의 가방에 '만지는 건 범죄입니다. 절대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라는 큰 글씨가 적힌 배지와 태그를 달아줬다. 방법은 간단했지만 효과가 컸고 치한들의 접근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 일에 영감을 받은 야요이씨는 2015년 크라우드 펀딩을 모으는 캠페인을 열게 됐다. 이 배지와 태그를 단 여성들의 95%가 지하철에서의 성추행을 더 이상 당하지 않았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치한과의 싸움은 이런 1차원적인 대응방법을 넘어서 신기술이 적용된 앱 개발로 진화했다.

일본의 QCCCA라는 스타트업은 '치한 레이더'라는 앱을 개발했다. 추행을 당한 장소를 앱에 공유하면 그 장소를 다른 사람이 피해가거나 경찰들이 집중 단속을 하게 된다.
치한레이더 앱은 지난 8월 론칭한 후 약 3개월 동안 981건의 피해가 공유됐다. 2017년 일본 지하철 전체 성추행 사건이 3000건 정도임을 감안할 때 성추행 방지 앱 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도쿄지하철 지구대는 '디지털 폴리스'라는 앱을 개발했다. 앱을 눌러 작동시키면 "손대지 마세요"라는 큰 소리가 울리며 휴대폰 화면에는 '변태가 있습니다. 도와주세요'라는 큰 글씨가 나타난다.

"말로 소리 지르면 되지. 쓸데없는 앱이잖아"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천만의 말씀이다. 실제로 성추행을 당하게 되면 당황스러움과 두려움, 남들이 쳐다본다는 수치심 때문에 직접 소리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이 앱을 누르면 경찰이 바로 출동하게 되므로 성추행 상황에서 충분히 유용한 앱이다.

또한 빈틈없이 꽉 들어찬 만원 지하철에서는 누가 내 몸을 만져도 누구의 손인지 모를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치하타라는 회사는 '나쁜 손'을 가려내는 도장을 개발했다. 이 도장은 무색무취에 아무런 표시도 안 나지만 UV라이트 밑에 대면 도장 모양이 나타난다. 내 몸을 더듬는 나쁜 손에 이 도장을 꾹 찍고 나중에 경찰이 도착해서 손을 하나하나 검사하면 성추행 진범을 찾을 수 있다.

사치하타에서 개발한 이 도장으로 지난 5월 여중생 2명이 치한을 실제로 잡은 영상이 SNS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신기술은 치한을 직접적으로 예방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범죄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하는 사회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들의 대처방법이다. '재수가 없었다', '회사 늦을 것 같으니 그냥 가자'라는 등의 안일한 생각은 제2, 제3의 범죄를 낳을 수 있으므로 성범죄는 반드시 신고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성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de.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