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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암(癌) 처방전보다 못한 부동산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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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암(癌) 처방전보다 못한 부동산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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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이진우 부국장.


지난 4~5월부터 한국교육방송(EBS)의 기획시리즈 TV프로그램 ‘건축탐구 집’을 종종 즐겨보고 있다.

처음엔 주택투자, 자녀교육, 도심생활 편의성을 우선하는 도시인들에게 탈(脫)도시, 탈투자 등 나(우리)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주택과 거주자들을 발굴해 소개한다는 게 ‘과연 방송 소재로 먹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오지랖 넓은 우려를 비웃듯 이 프로그램은 시즌2로 이어지며 지금까지 새로운 테마의 집과 주거철학을 찾아내며 장기방영하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 생활이 싫다는 아내의 바람을 맞추느라 한 건물에 10여 가구로 이뤄진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는 나는 개인의 관심 차원에서 ‘건축탐구 집’이 방영되면 TV채널을 고정시킨다.

이유는 지금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도 썩 내키지 않는 점이 있지만, 나이 오십 중반을 넘겨 월급쟁이 법정기한이 얼마 남지 않기에 노후와 제2 생계전선에 지장을 받지 않는 자유공간을 꿈꾸고 있는 탓이다.

그 자유공간은 굳이 넓은 필요도 없고, 시내 한복판 역세권에 자리잡지 않아도 되고, 대형마트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근처에 있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내가 바라는 자유공간은 아닐지라도 대한민국의 집이 ‘사는(living) 공간’이 아닌 ‘사는(buying) 치부수단’으로 변질된 지는 오래이고, 그 여파로 우리 사회의 ‘주택소유 빈부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의 ‘행정자료를 활용한 2018년 주택소유 통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개인이 소유한 주택 수는 1531만 7000호, 주택을 소유한 개인 수는 1401만명이다. 1인 1주택의 원칙을 적용할 경우, 130만 7000호의 주택이 2주택 이상 소유한 개인의 주택인 셈이다.

또한, 주택을 소유한 가구 수도 지난해 1123만 4000가구에 이르지만 전체 1997만 9000가구의 56.2%를 차지해 평균 10가구 가운데 4.5가구는 무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보급률이 전국 103.3%(통계청, 2017년 기준)인 수치와 단순비교해도 언뜻 이해불가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주택은 남아도는데 전체 가구의 절반 가량은 자기 집이 없는 현실이 대한민국 주거복지 부조화의 민낯이다.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같은 주택보급 부조화의 원인으로 ‘통제불능의 주택가격’을 지목하고 있다.

1960년대 말부터 서울 강남개발과 한강 연안 공유수면 매립사업으로 시작된 아파트 건설붐은 땅값과 집값 폭등을 초래하면서 대한민국을 ‘부동산 공화국’으로 몰아넣었다.

이같은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역대 정부와 정치권은 선거 기간에는 득표를 위해 개혁주의 부동산 정책을 공약(公約)으로 내걸지만, 집권하면 보수정부는 공약을 뒤집고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개혁정부는 임기내내 집값잡기 정책만 쏟아내다 역효과만 내기 일쑤였다.

임기의 절반은 넘긴 문재인 정부도 부동산 투기억제를 통한 ‘집값 잡기’에 역대 정부보다 더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지난해 9.13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장은 정부정책을 비웃으며 집값 가격을 더욱 끌어올렸다. 올해 다시 공시지가 현실화율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부활을 동원해 ‘부동산 불길’을 잡으려 했으나 불길이 엉뚱한 곳으로 번지면서 정부를 곤경에 빠트렸다.

정부는 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란 새 처방전을 내놓았다.

시가 9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초과분만큼 추가 담보대출인정비율(20%)을 차등 적용하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 추가 인상, 공시지가의 시세변동율 상향,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대폭 확대 등이 핵심 내용이었다.

정부는 새 처방전의 기대효과로 매번 입버릇처럼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주택소비심리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먼발치 앞서 가고 있다. 시중에는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에 부동산경기 상승기가 올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심리를 따라잡지 못하는 정책이 종국에는 실패했던 사례를 우리는 익히 봐왔다.

정부의 집값잡기 정책이 갈수록 고강도를 띠는 양상을 보면서 ‘암환자 처방전’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독한 약물처방과 엑스선 치료를 받는 암환자들은 암세포를 없애기 위한 대가로 암세포 주변의 살아있는 일부 세포를 희생시키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대책이 나올 때마다 정책 타깃인 다주택자, 고가주택 보유자는 멀쩡한 반면, 1주택자나 내집마련 실수요자들의 고통과 불만이 더 쏟아지는 것을 보면 정부 대책이 항암처방전보다 못한 역효과를 내는 것 같아 안타까울뿐이다.


이진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inygem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