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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화학‧일본제온, 북미서 전기차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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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화학‧일본제온, 북미서 전기차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

미쓰비시 화학의 음극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쓰비시 화학의 음극재. 사진=로이터
일본 소재업체가 전기자동차(EV) 수요를 잡기 위해 북미에서 배터리 소재 증산에 나선다.

23일(현지시각) 닛케이에 따르면 미쓰비시화학은 오는 2026년까지 북미에 신공장을 건설하고 일본제온은 오는 2026년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북미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촉진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미국에서 시행됨에 따라 배터리 소재에서 중국에 뒤처진 일본 업체들이 반전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이온을 받아들이는 양극재와 음극재, 그리고 이를 분리하는 분리막, 충‧방전을 촉진하는 전해액 등 4가지 주요 부재로 구성된다.

EV의 모터 구동에 필수적인 동력원으로 소재의 성능이 항속거리와 직결된다.

미쓰비시화학은 음극재를 북미에서 생산하는데 2023년도에는 일본과 중국에서 총 1만20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추지만 북미에 연간 1만톤 정도(전기차 10만대 분량)의 생산기지를 신설할 계획이다.

투자금액은 수백억 엔 규모로 예상된다. 미쓰비시화학은 자연에서 채굴한 흑연을 음극재로 사용하는 것이 강점이다. 고온에서 장시간 태워 인공적으로 만드는 '인조흑연'에 비해 제조 시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열화도(고체물질이 녹는 동안 일정하게 유지되는 온도) 측면에서 인조흑연과 거의 동등한 성능을 낼 수 있는 공법을 갖고 있어 경쟁력이 뛰어나다.
일본제온은 미국에서 전극에 사용하는 접착제(바인더) 사업에 뛰어든다. 고무계 고기능 제품으로 2026년까지 공장 신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 금액은 수백억 엔 규모가 될 전망이다.

최근 일본제온은 배터리 관련 연구원을 미국에 파견했다. 이미 일본내에서도 생산하고 있으며, 태국에서도 2024년에 생산을 개시할 예정이다.

도요시마 테츠야 일본제온 사장은 "현지에서 생산해 현지에서 소비(地産地消)할 수 있는 체제를 조속히 구축해 점유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분리막 세계 점유율 3위인 아사히카세이도 EV용으로 2026년 미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분리막 전체 생산능력을 현재의 3배까지 늘릴 계획이며, 미국에서의 공장 신설이 시장 점유율 유지에 기여할 전망이다.

미국에서의 설비투자 규모는 1000억 엔 규모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

파나소닉 홀딩스(HD) 등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스미토모금속광산도 수요가 늘어나는 미국에 제조 거점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내에만 양극재 공장이 있는 니치아화학공업도 오는 2028년을 목표로 미국 진출 검토에 들어갔다.

전기차 보급 촉진책이 포함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에서 구매자는 최대 7500달러(약 1005만 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배터리 소재의 일정 비율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부터 조달하는 등 세액공제에는 여러 조건이 있다.

원재료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으로, 북미 지역 내 공급망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배터리 소재기업들의 북미 진출은 배터리 소재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를 들어 음극재는 세계 점유율 1위인 바이두 신소재그룹(BTR)을 필두로 중국 상위 4개사의 점유율이 50%를 넘는다.

음극재 원료인 흑연을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한때 상위권을 차지했던 레조나크 홀딩스와 미쓰비시화학은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배터리 시장은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기관 후지경제에 따르면 2025년 리튬이온배터리 세계 시장은 2020년 대비 84% 증가한 12조3315억 엔(약 113조7432억 원)으로 예상된다.

수요의 80%에 육박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은 EV용도로 2020년 대비 2.1배 확대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에 EV 등 판매량이 2023년 전망치의 2.6배인 369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국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보조금 등을 투입해 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배터리는 온난화 가스 배출을 사실상 제로로 만드는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다. 가격 경쟁력이 강한 중국 업체에 비해 열세인 일본 업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자해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