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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30)] 줄기세포 치료와 유전자 치료의 차이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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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30)] 줄기세포 치료와 유전자 치료의 차이와 한계

유전자 치료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교정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질병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유전자 치료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교정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질병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치료 의학은 분석 의학에 반하는 명칭인가? 줄기세포 치료와 유전자 치료의 관계를 이해하고 유전자 치료의 위험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 치료의 원리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노화라는 천형(天刑·하늘이 내린 벌)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천리(天理)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의 SF영화들을 보면 미래에는 자연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SF영화에서는 인간이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고 유한의 수명에서 무한의 수명으로 진화할 때 주로 세 가지의 설정이 등장한다. 첫 번째는 영혼을 데이터로 간주하고 인간의 영혼을 정보의 집합체나 특정 목적의 프로그램으로 가정해 컴퓨터 속의 인생을 그려낸 설정이다. 그러나 이 글은 의학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해당 설정은 논외로 한다.

두 번째는 클론을 이용한 영생이 있다. 이는 매우 흔하지만 의학 기술이라기 보다는 좀 더 폭 넓은 과학 기술의 발달이 필요하다. 이 설정에서는 복제 인간을 만드는 인간 클론 기술의 발전이 필수적으로, 특정인의 영혼을 뇌의 정보로 정의하는 뇌 과학의 발전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뇌의 물질을 미세하게 분석하는 영상 분석 기능과 메모리 전달 기술, 소프트웨어의 발전 등을 통해 컴퓨터로 뇌의 기능을 구현해야 한다.

과학 기술을 통해 개인의 뇌를 지속적으로 백업하고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되면 백업된 데이터를 새로운 클론 신체에 이식해 정신·신체 활동을 재개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은 본질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영락없이 그 사람이 부활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정작 당사자는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영화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시나리오가 나타난다. 클론이 복제되면 본체는 소멸해야 하는데, 실수로 동시에 존재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재산권, 인격, 권력 등 모든 인간의 기본 권리가 누구에게 귀속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 설정에서는 원본 육체를 죽이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자리를 클론이 대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 인력 관리에 집중하는 전체주의적 집단에서는 고장난 부품을 교체하듯 인간을 대체해 사회를 효율적으로 유지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영혼의 개념을 중시하는 관점에서는 부활과는 거리가 멀다.

두 번째는 바이오 기술의 발전을 통해 노화와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인덕션 토일 통과 같은 장치에 들어가면 유전자가 복구되고 손상된 신체가 회복된다. 원래의 뇌와 신체가 대부분 유지된다는 점에서 보다 현실적이다. 현대 의학은 이 두 번째 설정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의 애매한 설정을 주제로 삼는 영화도 종종 있다. 신체의 일부를 고치거나 대체하는 과정에서 원칙적으로는 개인의 정체성이 유지된다. 그러나 대체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면서 거의 전체를 대체하게 되면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설정에서는 첫번째 설정과 구분하기 위해 뇌의 가장 큰 부분인 인간의 전두엽(Frontal lobe·전뇌)만 유지된다면 해당 인물을 원래의 그 사람으로 간주한다.

물론 후반부가 되면 전두엽도 점차 인공물로 대체되고, 어느 순간 몸의 대부분이 바뀌게 된다. 이 경우 이를 복제인간으로 볼 것인지 원래 인간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이 발생한다. 이러한 설정은 재미있고 실현 가능하기도 해 필자가 즐겨 찾는 픽션의 주제이기도 하다.

1868년 미국 철도 노동자(피니어스 게이지)의 사고 사례를 보면, 전두엽이 대부분 소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저 성격과 기억은 그대로 유지됐다. 영화에서 전두엽만 달라지지 않는다면 동일한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과 달리, 전두엽이 소실되면서 성격은 바뀌었지만 결국 같은 사람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고민에 이르렀다는 것은 인간 문명이 마지막 단계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문명의 모습은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지만, 당장 가족, 소중한 사람들이 문명의 혜택으로 건강하고 장수하기 위해서는 현재 의학이 이루어낸 결실을 맛보아야 하지 않을까?

최근의 추세가 유전자 치료와 줄기세포 연구에 집중되고 있어 필자 역시 줄기세포 연구라고만 표현하지만, 정확히는 유전자를 포함한 세포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의학 분야의 첨단 치료인 유전자 치료와 줄기세포 치료의 차이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두 치료법은 비교 대상이라기보다는 연관성에 대해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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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글로벌이코노믹


유전자 치료는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세포 내부에 존재하는 '중앙처리장치(CPU)'에 접근하기 위해 '해킹'하여 잘못 작동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를 수정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해킹은 박테리오파지와 세균의 방어 면역 기전에서 도출된 CRISP, CAS 등을 이용해 DNA의 원하는 위치를 자르고 합성된 복원 서열을 강제해 복원하는 과정이다. 특정 기능을 추가하거나 제거할 때 유용하나 다른 유전자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동식물을 대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유전자변형생물인 GMO나 LMO 등 유전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 대다수의 기업들은 이 분야의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기도 한다.

오작동하는 프로그램을 수정하여 다시 입력하면 최소한 해당 컴퓨터에서 문제는 해결된다. 질병에서 유전자 수정은 컴퓨터와 달리 전신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부품처럼 대상 세포에만 적용된다. 인체는 60조 개 이상의 세포로 구성되는데, 이는 마치 60조 대의 컴퓨터로 이루어진 지구 전체와도 같은 것이다.

컴퓨터 한 대를 성공적으로 수리하면 그 방법을 바탕으로 모든 컴퓨터를 수리해야 업무가 종료된다. 영화에서처럼 바이러스를 만들어 지구상의 모든 컴퓨터에 침투시키려면 각각의 컴퓨터에 마련된 방어벽을 뚫고 복사되어야 한다. 집집마다 방문하여 수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대량으로 생산한 컴퓨터를 배달하여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체 시점은 항상 예측 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컴퓨터의 폐기 시점을 파악하여 그 시점에 맞춰 신규 컴퓨터를 배송해야 한다. 미리 배송하면 사용하기도 전에 구식이 된다. 세포 역시 필요 없는 곳에 배송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고 나중에 사용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세포를 배송하려면 세포 분열이 필요한 곳과 필요한 시점에 유전자 조작이 완료된 세포를 보내 교체해야 한다.

지구상의 모든 컴퓨터가 고장나서 새 컴퓨터를 공급해야 한다면 최소 60조 대가 필요할 것이다. 어느 나라나 회사가 이를 단독으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행히 줄기세포는 1개가 수백만 개, 수천만 개도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체외에서 적절한 환경만 조성해 주면 세포들이 스스로 주도하여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 유전자 치료는 줄기세포 치료와 동일한 개념이지만, 세포의 유전자를 개량한 후 줄기세포를 복제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줄기세포가 원한대로 성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배양 기술도 만만치 않지만 우선적으로 유전자 결함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는 이러한 치료를 통틀어 유전자 치료라고 이름을 붙였다.

혈액 세포와 같이 복제가 쉬운 세포나 관절과 같이 국소 주사에 적합한 세포를 대상으로 한다면 유전자 치료라고 이름 붙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자연적 노화와 같이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나 당뇨병과 같이 여러 기관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를 고치는 것뿐만 아니라 줄기세포를 복제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마 혈액 세포와 같이 복제가 쉬운 세포이거나 관절과 같이 국소 주사할 생각으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면 뭐라할 것은 없지만 자연적 노화처럼 전신의 모든 변화를 억제하거나 당뇨병처럼 여러 기관의 문제가 겹쳐 거의 모든 전신을 개량해야 하는 경우라면 유전자를 고치는 일도 쉽지 않겠지만 줄기세포 복제가 더 극복 불가능한 허들이 된다.

유전자가 어렵사리 고쳐진 단 몇개의 세포를 배양해 주먹만한 크기라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처음부터 수백만 개로 시작하는 일반 배양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수 있다.

논문을 읽다 보면 유전자 조작 연구팀에서는 복제 과정을 쉽게 간주하고, 줄기세포 치료 연구팀에서는 유전자 조작 없이도 치료가 되는 것처럼 생각할 여지가 크다. 따라서 의사들도 줄기세포 치료와 유전자 치료를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어의 혼란은 원리의 혼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문제로 여겨진다. 그러나 미래의 인류 사회가 상반된 입장을 취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미리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펜하이머의 핵폭탄 개발에 사용된 기술인 핵자기공명(NMR·nuclear resonance image)을 부정적인 감정을 고려해 자기공명 영상(MRI·magentic resonance image)으로 명칭을 변경한 사례나, 일부 줄기세포 반대 의사들의 반발로 줄기세포의 일종인 성체 줄기세포(ASCs)를 상피 세포 줄기세포(SVF)로 명칭을 변경한 것은 언어의 혼란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유전자 치료라는 명칭은 특히 우려가 크다. 조작된 유전자가 피부나 소화관을 통해 일반인의 세포에 침투해 영구적으로 유전되는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유전자 치료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명칭으로 변경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