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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42)] 줄기세포 조직공학 치료, 어떤 질병에 효과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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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42)] 줄기세포 조직공학 치료, 어떤 질병에 효과적일까?

3D 프린터로 프리팅한 무릎.이미지 확대보기
3D 프린터로 프리팅한 무릎.
줄기세포 치료의 가장 진보된 형태 중 하나로서 빠질 수 없는 주제가 있다. 다소 생소하지만 줄기세포 조직공학 치료이다. 정확히는 조직공학 치료를 하면서 줄기세포를 추가하겠다는 의미인데 원래 조직공학 치료는 줄기세포를 더하지 않더라도 체내에서 줄기세포를 유도하게 되므로 줄기세포가 동원되는 것은 같다. 한국 첨단재생바이오법에 따르면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붙여서 사용하는 경우 줄기세포 조직공학 융복합 치료로 볼 수 있다.

조직공학이란 신체 조직을 체외에서 모방해 구현함으로써 세포를 연구하거나 이식하는 공학 분야다. 조직공학과 마찬가지로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되고 복잡한 공학인 미세유체학(microfluidics)은 조직공학에 포함되지 않는다. 분류에서의 오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신체를 모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혹 체외에서 단지 세포 배양에만 사용하는 목적으로 연구되는 지지체 공학도 있기 때문에 조직공학이 반드시 신체를 모방하거나 이식을 목적으로 한다고 할 수는 없다. 본질적으로 공학이다 보니 의학은 물론 물리학, 화학, 섬유공학, 재료 공학, 고분자 공학, 컴퓨터 공학 등 다양한 학문이 연관되어 있다. 동물 세포가 주변 환경에 반응해 자신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활용해 특정세포를 얻고자 하는 학문 영역을 이제 치료에 적용하려고 하는 단계다.

세포 배양과 연구에 사용되는 다공성 구조체는 미세 기공이 많은 소재로서 기공 안에 세포들이 붙어 배양되면서 실제 신체와 같은 배양 환경을 제공한다. 작은 공간에서 많은 수의 세포를 자라도록 해주기 때문에 중요한 조직 공학의 기초 연구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체는 세라믹이나 금속과 같은 무기질 재료뿐만 아니라 신체에는 없는 실리콘, 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 메타크릴레이트 등 합성 고분자를 사용할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신체에서 구조적 대체 물질로 이미 이용되는 경우도 있어서 세포들과 특별히 이상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체외 세포 연구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신체에서는 인공물질들이 오래 남아 있는 것이 부정적인 영햐을 주는 경우가 많아 PLLA, PGA, PCL 등 흡수성 합성 고분자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화학으로 출발하는 고분자 공학이 중요한 바탕이 된다. 이들로 섬유형태를 만들어 직조물이나 부직포처럼 더 발전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소재에 줄기세포가 붙어 자라거나 해당 소재들을 접하면 나타나는 변화들은 이식물로서의 가치를 미리 판단하게 해주기도 한다. 또한 그대로 세포와 함께 이식할 수 있는 특징이 있어 체내에서 기존 조직에 합류되어 신체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치료도 있다. 이들 모두를 조직공학이라고 하고 이식이 되면 조직공학 치료라고 한다.

치료에 사용되는 세포 배양만 하면 조직 공학이 맞지만 이를 '조직공학 치료'라고 하지는 않는다. 용어를 정립하는 것은 학회를 만들거나 책, 연구 제목을 표현하는 문제 때문에 원래 모호하기도 하고 이해를 돕기도 하는데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치료를 법으로 규제를 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이 생기면서 상당히 중요하게 되었다.

지방을 분쇄하여 이식하는 미세지방이식이나 피부를 잘게 칼 자국을 내어 사용하는 확장 피부 이식은 조직을 변형하여 이용하는 치료방법이지만 조직공학 치료가 아니라서 규제 대상은 아니다.
한국은 첨단 재생의료에 조직공학치료를 포함시켜 규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치료법은 위험성을 내포하는 것이 당연한데 조직을 갈아 넣는 것은 괜찮고 갈은 조직을 다시 붙여 넣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인 것 같다.

뭐든 규제가 있으면 발전이 더딘 법이다. 조직공학 치료의 성공을 위해서는 조항을 빼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이는 필자의 바람일 뿐이다. 살아있는 세포가 없는 조직은 의료기기처럼 보관했다 판매할 수 있으므로 상품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고 유통될 수도 있어서 규제를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뼈를 모방하고 유도하는 치료는 성형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치과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뼈 성분인 칼슘 즉,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hydroxyapatite)를 치료에 사용한다. 뇌 수술 후 두개골 결손부위에 채워 넣기도 하고 미용 성형용 필러에 혼합하거나 치조골 대신 발치하고 나서 패인 부분인 치와에 채우기도 한다. 단순히 부피를 채우거나 뼈의 대체 기능을 하는 목적이지만 뼈가 약간 자라 들어오기도 해서 초기형태의 조직공학치료로 볼 수도 있다. 최근은 BMP 등 줄기세포가 뼈세포로 바뀌도록 유도하는 성분을 추가하여 줄기세포 활용도를 높이고 있고 구조적으로 세라믹이나 티타늄을 조합하여 뼈의 강도를 보강하는 등 공학적 지식이 더욱 활용되고 있으므로 치료 효과는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연골을 대체 또는 재생하기 위한 조직공학 치료는 뼈보다 다양하다. 가장 치료 빈도가 높은 무릎 관절연골에서는 연골이 닳아 없어진 부분에 줄기세포를 발라주거나 관절액에 줄기세포를 뿌려 놓으면 저절로 환경에 반응하여 연골을 재생하도록 한다.

이 치료법은 이미 한국에서도 신의료 기술 평가를 통과했기 때문에 급격히 사용이 늘고 있다. 이 때 관절면에 조직의 기계적 기능을 보조하도록 세포 이외의 성분들을 투여하는 치료도 있지만 히알루론산의 경우 윤활작용만 증가시키므로 줄기세포 유도 기능은 없기 때문에 조직공학 치료라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비슷한 속성의 피브린 글루나 ECM, 콜라젠 등을 투여하면 이로 인해 세포가 증식하고 연골로 분화할 확률을 높여주기 때문에 이 경우는 조직공학 치료로 볼 수 있다.
3D 프린터로 프리팅한 무릎.이미지 확대보기
3D 프린터로 프리팅한 무릎.


최근에는 외부에서 연골을 형성하여 이식하거나 3D프린터로 결손부를 재연하여 이식하는 기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조합하기 위해 일단 결손부를 3D 프린터로 조형한 후 자가 줄기세포를 뿌려 체외배양 하면서 연골로 유도하면 훨씬 완성도가 높은 이식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형태가 온전한 조직공학치료인데 마치 꿈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아직 허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실험실적인 방법에 머물고 있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무릎연골 손상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수가 한국에서만 수백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치료에 대해 선진적으로 허가를 유도하고 개발을 지원한다면 의료 복지를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융복합 치료법에 대한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아쉽게도 허가를 받을 때 까지는 10년 이상 남았다고 생각된다. 이는 융복합 치료가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무릎 치료에서 최악의 사태는 치료 실패다. 아무리 실패하더라도 치료를 시도하지 않은 경우보다는 개선될 확률이 95% 이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관절경을 통해 작은 크기로 조형하고 연골세포가 이미 형성되고 있는 이식물을 결손부에 접착하거나 흡수성 소재의 스크류나 핀 등으로 임시 고정을 한다. 이렇게 하면 고정 문제로 이식에 실패하더라도 가득 부착된 세포들이 관절강에 돌아다니면서 결국 스스로 부착하고 관절면을 재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얼만큼 성공하면 목적에 달성한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공식 허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허가가 안되니 임상 시도가 없고 임상적 개선 효과에 대한 논문도 발표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신의료기술 평가의 원칙은 '외국'에서 이중 맹검, 코호트 분석 등을 통해 다수의 신뢰할 수 있는 논문에서 효과가 입증되어야 최소한의 허가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혹시라도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거나 효과가 미미하다는 논문이 동시에 존재해도 허가 과정에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실상 금지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이러한 규제의 목적과 그로 인해 얻고자 하는 이익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규제의 주된 목적이 위험성 관리에 있다면 이는 사고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생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노인들이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전신 건강을 되찾고 삶의 질을 높이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또는 그 효과를 위해 위험을 감수할 환자들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조직공학 치료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것은 맞다. 그래서 줄기세포의 위험성이 있다면 조직공학 치료에서도 역시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포만의 치료는 세포의 이동이 쉽고 정맥 주사 등 혈관 주사 치료도 많아 걱정할 것이 느껴지는 반면 조직공학 치료는 주로 국한된 인공 조직에 원래 근처에 있던 세포가 부착되거나 이미 부착된 세포가 국소 위치에 고정되는 치료이므로 심각한 위험이 없다. 그러나 기존 세포치료에 비해 판단할 것이 복합적이어서 실제보다 더 위험하게 인식되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줄기세포를 조직공학적 치료 방식으로 투여하는 것에 대해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조직에 부착함으로써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다 적극적 허가 정책이나 유도, 지원을 생각해 봐 주기를 정부에 부탁하고 싶다. 신기술로 인해 예상되는 이익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기존에 있던 효과에 매달린다거나 거의 위험 회피만을 목적으로 하는 허가 방식은 행복해질 수 있는 수 많은 환자들의 선택권을 막고 있다. 다른 조직공학 치료는 몰라도 염증이나 전신 질환이 없는 깨끗한 관절 공간의 치료를 위해서는 특히 그렇다. 필자가 매번 반복해서 제시하는 이러한 의견이 또 희미한 메아리처럼 느껴진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