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서 메르세데스로 환승" 현지 극찬…2026년 2차 납품 시작
65억 달러 계약·기술 이전 완료…글리비체서 K2PL 현지 생산
폴란드 오쥐슈(Orzysz) 훈련장에서 K2 블랙 팬서(Black Panther) 전차 승무원들이 실사격 훈련을 이어가는 가운데, 폴란드 방산 전문 매체 포르탈 오브론니(Portal Obronny)가 23일(현지 시각) 현장 취재 영상을 공개했다. 포르탈 오브론니에 따르면 현재 폴란드는 2022년 1차 이행 계약으로 도입한 K2 180대를 운용 중이며, 2026년부터는 2025년 8월 서명한 2차 계약분 180대의 납품이 시작된다. 특히 이 중 일부는 처음으로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되는 K2PL 버전으로, 동유럽 최대 규모의 기갑 현대화 프로그램이 새 단계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65억 달러 계약·기술 이전 완료…글리비체서 K2PL 현지 생산
"전차가 모든 걸 해준다"…구소련제 PT-91 압도하는 성능
오쥐슈 훈련장이 위치한 베모보 피스키(Bemowo Piskie) 일대에서 사격 훈련을 받고 있는 부대는 폴란드 육군 제16포메라니아 기계화사단 예하 제15기지츠코 기계화여단이다. 칼리닌그라드 러시아 비(飛)지와 불과 약 57km 떨어진 이 훈련장에서 승무원들은 120mm 활강포(滑腔砲) 사격을 포함한 종합 전술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포르탈 오브론니와의 인터뷰에서 15여단 소속 미하우 말레시아크(Michał Malesiak) 소위는 "K2는 PT-91에서 K2로, 경차에서 신형 메르세데스로 갈아타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차가 모든 것을 대신해 준다. PT-91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웠는데, K2에는 냉방과 난방, 주차 히터까지 있다.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교육 시스템 등 대형 편의 장치도 많아 승무원 훈련이 크게 편해졌다"고 말했다. 밀리태르아크투엘(Militär Aktuell)을 비롯한 복수의 방산 매체들이 이미 K2의 사격통제 시스템(FCS·Fire Control System)과 헌터-킬러(Hunter-Killer) 기능을 호평한 바 있다.
K2 블랙 팬서는 현대로템(Hyundai Rotem)이 개발한 3세대 이상 주력전차(MBT·Main Battle Tank)다. 중량 약 55톤에 승무원 3명(차장·포수·조종수)이 탑승하며, 1500마력 DV27K 엔진과 유기압(油氣壓) 현가 장치(suspension)의 조합으로 도로 최고 속도 70km/h, 야지(野地) 50km/h를 발휘한다. 작전 항속 거리는 약 400~450km다. 주포는 구경 120mm 현대위아(Hyundai WIA) CN08 활강포로 자동 장전 장치를 탑재해 높은 발사 속도를 구현하며, 열상(熱像) 조준경·레이저 거리 측정기·탄도 컴퓨터를 통합한 첨단 사격통제 시스템이 고속 이동 중 원거리 표적 교전을 가능케 한다.
글리비체 로봇 라인 가동…유럽 수출 전초기지 구축
오쥐슈 훈련 현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폴란드 정부가 설계한 장대한 재무장 청사진이다. 디펜스뉴스(Defense News)가 2025년 8월 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폴란드 국방부는 같은 날 글리비체(Gliwice) 부마르-와벤디(Bumar-Łabędy) 공장에서 현대로템과 65억 달러(약 9조 7000억 원) 규모의 2차 이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대상은 K2GF(Gap Filler) 116대와 K2PL 64대 등 전차 180대, 그리고 공병차(25대)·교량가설차(25대)·구난전차(31대)를 포함한 지원 차량 81대다. K2GF는 2026~2027년, K2PL은 2028~2030년에 납품이 예정돼 있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기술 이전이다. 밀매그(MILMAG)에 따르면 부마르-와벤디와 현대로템은 2025년 10월 28일 K2PL 생산·정비를 위한 기술 이전 협정에 별도 서명했다. 이를 통해 폴란드 방산 그룹 폴스카 그루파 즈브로예니오바(PGZ·Polska Grupa Zbrojeniowa) 산하 부마르-와벤디는 K2PL 조립 라인에 필요한 공구·생산 설비 일체를 이전받는다. K2PL 64대 중 한국에서 먼저 완성되는 3대를 제외한 61대가 글리비체에서 최종 조립된다. 2차 계약에는 폴란드 현지 생산 차량의 유럽 수출 옵션도 포함돼 있어, 현대로템이 유럽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지 확대보기폴란드 정부는 이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8억 5000만 즈워티(한화 약 3400억 원)를 부마르-와벤디에 투자하기로 했다. 캘리버 디펜스(Calibre Defence)는 이 투자로 2028년까지 연간 K2PL 최대 50대 생산 능력을 갖추는 로봇 생산 라인이 구축될 것이라고 전했다. 부마르-와벤디가 전차를 생산하는 것은 2009년 말레이시아 수출용 PT-91M 납품 이후 16년 만이다.
그러나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미 레커그니션(Army Recognition)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2차 계약 이후 한국군 납품분을 일시 중단하고 월 생산량을 3~4대에서 10대 이상으로 늘렸으나, 조달 전문가들은 K2GF 116대의 2026~2027년 일정 소화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K2PL의 한국산 능동방호 시스템(APS·Active Protection System) 트로피(Trophy) 통합·드론 재머 탑재 등 '폴로니제이션(polonization)' 작업도 기술적 도전으로 남아 있다. 부마르-와벤디의 생산 능력 회복은 단기 납품 지연 가능성과 맞물려 현지 생산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