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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치닫는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소통 부재' 해답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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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치닫는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소통 부재' 해답없나

3자 연합 vs 형제, 경영권 갈등 법정까지 이어져
임 이사, 박 사장 고소…3자 연합은 주총 개최 요청
내부 인사와 지분사용 등 상반된 의견 지속, 대화 단절

한미그룹 본사 전경.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이재현 기자.
한미그룹 본사 전경.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이재현 기자.
한미약품을 둘러싼 오너 일가의 갈등이 다양한 소송으로 번지면서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같이 경영권 갈등이 격앙되고 상반된 의견이 지속되면서 기업 이미지 훼손에 대한 우려마저 나온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미그룹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이하 3자 연합)과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인 형제가 경영권을 둘러싸고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작은 올해 초 진행됐던 OCI그룹과 한미그룹 통합에서 시작됐다. 당시 모녀와 형제가 갈등이 있었지만 지난 3월 진행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제들이 신 회장의 지원으로 승기를 잡고 경영권을 얻었다.

이후 임 대표는 송 회장을 한미사이언스 대표에서 해임하고 단독 경영체제로 돌아섰다. 당시 해임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인사문제로 갈등을 겪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때부터 시작된 잡음은 신 회장의 변심으로 불씨가 커지기 시작했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신 회장과 지분 매도 및 의결권 공동행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실상 신 회장이 두 형제에게 등을 돌린 상황이 됐다. 이후 한미약품과 북경한미·코리그룹 부당내부거래 의혹 내부감사, 송 회장의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 발표 등 혼란한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7월 10일 임 이사와 송 회장은 갑작스럽게 갈등 봉합을 선언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이는 얼마가지 못했다. 이후 3자 연합이 인사와 관련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했지만 두 형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동생인 임 대표이사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시키는 인사를 발표했다. 박 사장은 친 3자 연합측 사람이었기에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강등인사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이사는 다음날 단독 경영체제를 발표했다.

갈등이 지속된 결과 법정싸움으로 까지 번졌다. 먼저 임 이사는 박 대표이사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소했다.

임 이사 측은 최근 이사회를 진행할 당시 박 대표이사가 허위 보고한 사실과 관련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했고 이는 법률적인 검토를 거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이사 측은 이사회 진행은 적법한 절차대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법원에 제출했다. 3자 연합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은 "정당하게 요구한 임시 주총 소집에 대해 한미사이언스가 현재까지 소집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 임성기 회장 업적 '신약개발 명가'에 오명


신 회장과 한미일가가 법정싸움까지 간 이유는 소통의 부재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두 형제가 한미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분뿐만 아니라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신 회장의 지분까지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신 회장은 자신의 동의없이 했다고 불편함을 나타냈고 이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대해 형제 측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서 충분한 보상을 이야기했지만 신 회장은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한미약품 내부인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형제 측은 박 대표이사가 최근 인사팀과 법무팀에 새로운 사람을 채용했는데 법무팀은 이전에 매각을 담당했던 라데팡스 파트너스 소속 변호사가 있었고 인사팀에는 OCI와 한미 통합을 이끌었던 인물 중 한명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외부세력들이 들어와 한미그룹을 찬탈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미약품은 변호사는 해당 이력이 있지만 문제없고 인사팀으로 채용한 사람도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 외에도 두 형제가 한미를 잡고 신 회장에게 사업을 논의할 때 당사자가 아닌 부하직원을 보냈다거나 모녀간 대화가 단절됐다는 등의 구설수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같은 행보에 고 임성기 회장이 일궈놓은 한미약품의 이미지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 명가라는 이미지를 쌓아온 한미가 내부 갈등으로 잡음이 반년 넘게 이어지면서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며 "선대 회장이 언급했던 '신약개발은 내 생명과도 같다'는 말을 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