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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영혼이 꿈틀 된 젊은 춤작가들의 실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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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영혼이 꿈틀 된 젊은 춤작가들의 실험작

장미란 이은실 이정화 최명현 이룩 다나칸 안무…한춤 페스티벌

[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춤비평가] 지난 5월 한 달 금요일, 토요일 합정동 얘기 소극장에서 대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여섯 작품의 춤이 공연되었다. 오프 오프 홍대의 진면목을 보인 이번 공연은 강한 실험정신을 보여주었고 자유영혼이 꿈틀되는 현장을 확인한 관객들은 작은 공간(80석)에서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얘기 소극장 대표 손병하(연출가, 음악감독)는 젊은 실험 작가들에게 공연의 기회, 관객들에겐 소통의 기회를 주고자 노력한다. 제작자로서의 그의 역할, “좋은 작가는 돈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환경으로 키운다며 훌륭한 안무가, 연출가를 키울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열정으로 타오른 젊은 춤작가들의 실험작들은 장미란 안무의 조용한 방, 이은실 안무의 서브웨이 다이어리, 이정화 안무의 흠없이... , 최명현 안무의 사유의 방: 흔들리는 시간,이 룩 안무의 희희낙락(戱戱樂樂), 다나컨 안무의 스스로 자유를 찾다이다.

▲장미란안무의『조용한방,SilentRoom』
▲장미란안무의『조용한방,SilentRoom』
▲장미란안무의『조용한방,SilentRoom』
▲장미란안무의『조용한방,SilentRoom』
장미란 안무의 조용한 방, Silent Room은 장미란의 안무관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프로이트나 융의 심리학을 차용한 그녀의 작품은 인간 심리의 해저 삼만리를 천연덕스럽게 넘어간다. 여성 이인무인 이 작품은 깊은 집중과 춤에 대한 해독력을 요구하는 행위적 상징들은 관객들을 긴장시킨다. 극적 구성으로 가시적 춤을 생략한 상징들은 뭉크의 절규를 연상시킨다.

초창기 영국 시에 등장하는 빈대처럼 분리될 수 없는 네가 없는 내 삶이란 껍데기에 불과할 만큼 너는 내 몸과 내 영혼의 친구이자 지배자’, 그 실체를 만나기 위한 무의식, 그 조용한 방안에 들어서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밤처럼 어두운 인간 심연의 저층, 존재를 하찮은 몸 덩어리로 만들기도 하는 살과 피 속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에 추적은 연속성을 띈다.

플래시(전등)을 든 여인(이정화), 서서히 자신의 본질(누워있는 장미란)에게 접근하며 한다. 진실에게 다가가는 길은 치장이 없다. 음악은 배제되고 인간이 내뱉는 원시의 사운드만 존재한다. 울부짖음으로 비치는 웃음, 차가운 현실에 대한 저돌적 표현이다. 정신병원 분위기, 야수 같은 몸짓, 한 몸이 끝까지 뒹구는 여인들, 안무가는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이은실안무의『서브웨이다이어리,SubwayDiary』
▲이은실안무의『서브웨이다이어리,SubwayDiary』
▲이은실안무의『서브웨이다이어리,SubwayDiary』
▲이은실안무의『서브웨이다이어리,SubwayDiary』
이은실 안무의 서브웨이 다이어리, Subway Diary는 잃어버린 방향성을 주제로 한다. 모티브는 지하철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한 불안감, 목적지와 내면의 아우성들이 조우한다. 재생과 반복 속에 긴장, 설렘, 무감각, 단절, 불안 등의 상징들이 스쳐간다. 다시 찾아지는 평정심, 춤의 주인공의 하나, 음악을 포함한 사운드는 부지런히 움직임에 부합되는 리듬감을 창출한다.

감정의 변화를 동작화한 이 작품은 발견, 반복된 방향성을 잃은 삶의 행위들, 정체-욕심과 열정사이, 갈등 · 불안-소리 없는 아우성, 다시 찾다의 갈래를 갖는다. 지하철처럼 빠르게 달리는 현대의 불확실성 속에 내가 쳐진 듯 한 사색의 시간들 속에 배운 겸손, ‘인식되지 못함 - 인식되어짐 쏟아짐에 소통과 단절, 불안에 대한 상징들이 빼곡히 들어선다.
순가쁘게 살아온 이은실, 양수진의 이인무는 자각, 가까운 주변을 챙기지 못한 질주로 내게 남은 움직임의 감각만 남은 자신, 차가운 현실과 뜨거운 열정 사이의 고뇌, 좌절감과 배신에서 나를 닫음으로써 오는 불안감과 내안에서 우는 바람, 홀로서기를 위한 모색은 나로부터 온다는 깨닫기까지의 과정의 춤을 굶주린 이리의 먹잇감으로 삼는다.

▲이정화안무의『흠없이...척,WithoutScar...Pretending』
▲이정화안무의『흠없이...척,WithoutScar...Pretending』
▲이정화안무의『흠없이...척,WithoutScar...Pretending』
▲이정화안무의『흠없이...척,WithoutScar...Pretending』
이정화 안무의 흠없이... , Without Scar... Pretending버리는 방법도/가는 길도 잃은 채/멍하니 반만 걸친 채/불안하게 놓인 듯 하지만 묵묵히, 천천히, 주변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춤 길을 가는 이정화의 자신감이 표현된 독무이다.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이 작품은 푹 라이트의 확장, 역광의 조명 그 빛 사이로 느린 걸음으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종료된다. 꿈꾸는 것 또는 이상으로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괴리감, 흠이라는 것을 덮고 걸쳐진 모습들을 옷이라는 오브제와 신체를 이용하여 표현하였고, 자연소리를 통해 숲의 이미지를 가져와 의도하여 행동한 것이 아닌 마치 그 안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행위로 포장, 최소한의 행위조차 감싸는 가장 큰 이상의 오브제로 사용하여 그리고 있다.

마음의 유동, 인간의 가식적인 행동을 힐난하는 느긋한 관조, 상처투성이의 인간들이 꾸며 놓은 세상을 관객들은 같이 들여다본다. 이정화의 몸 시는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극한에서, 더 이상 올라갈 곳 없는 의식의 상층부를 점유하고 있다. 움직임을 최대한 줄이고, 그것을 상상케하는 조급증을 만들어 낸다. 그녀의 의식의 숲은 깊고, 신비롭지만 울분이 감추어져 있다.

▲최명현안무의『사유의방Ⅱ:흔들리는시간,RoomofDeepThinkingⅡ:WavingTime』
▲최명현안무의『사유의방Ⅱ:흔들리는시간,RoomofDeepThinkingⅡ:WavingTime』
▲최명현안무의『사유의방Ⅱ:흔들리는시간,RoomofDeepThinkingⅡ:WavingTime』
▲최명현안무의『사유의방Ⅱ:흔들리는시간,RoomofDeepThinkingⅡ:WavingTime』
최명현 안무의 사유의 방: 흔들리는 시간, Room of Deep Thinking: Waving Time은 최상위 소통과 설득의 방법론을 보여준다. 공연의 도식적 틀을 벗어나 연행자는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직간접적 경험의 공유를 시도한다. 그의 안무 개념 확장은 안무가의 사유의 방에서 프레임 바깥세상의 슬픔에 관계된 모든 이야기’(All that Sadnesses)로 연결된다.

피크닉을 나와서 펼치는 모든 동작이 연희 행위로 연결될 때 관객들의 선입견은 기대를 벗어날 수 있다. 과일을 나누고, 음료를 나누면서 진행된 춤극은 남성의 양성(兩性) 이야기로 발전되고 극복해낸 방법도 공개된다. 안무가이자 출연자인 최명현은 흔들렸던 과거의 일시적 경험에 대해 직면했던 태도와 행복의 개념을 듣는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이해시킨다.

안무자는 사유하는 다양한 행위(상상, 기억, 이성과 본성의 대립 등등)의 형태적 이미지를 움직임으로 시각화한다. 인간의 사유는 본성과 이성 사이의 갈등에서 이루어진다. 사유의 방에 서 심연의 자신을 바라볼 때, 자의식이 발동하고, 그 과잉은 중독으로 번지거나 고통으로 번지기 쉽다. 인간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이 춤의 백미는 라스트의 절제된 현대 춤이다.

▲이룩안무의『희희낙락(戱戱樂樂),JoyJoy』
▲이룩안무의『희희낙락(戱戱樂樂),JoyJoy』
▲이룩안무의『희희낙락(戱戱樂樂),JoyJoy』
▲이룩안무의『희희낙락(戱戱樂樂),JoyJoy』
이 룩 안무의 희희낙락(戱戱樂樂), JoyJoy은 연행자와 관람객 간의 거리를 좁히며 놀이(인생판)속에서 희롱하며 즐거워 함혹은 한 바탕 신나게 웃으며 즐기기가 주제이다. 사회 비판과 인간 심리를 다루면서 관객과의 소통을 게임처럼 전개시킨다. 욕망, 이성에 억압된 본능, 사회와 닮은꼴인 게임 속에서 인간심리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사용된 네 종류 음악, 암전 상태의 도입부 음악은 궁금증을 유도한다. 길거리 연주음악은 일상적 분위기이지만, 반대로 댄서들은 각기 과장된 동작을 보여준다. 연출자와 사회자 역을 동시에 하는 여자 출연자의 등장이후 1장 음악은 무음의 단점을 보완한다. 시간의 자연스러운 흐름, 극의 진행의 묘미와 속도감을 위한 메트로놈 리듬을 따라 점점 빨라지며, 악기가 추가될 때, 다양한 게임을 하는 댄서들이 분위기를 돕고, 편안한 느낌을 연출한다.

사회자의 등/퇴장 이후 나온 2장 음악은 극적 반전을 노린 스크래치, 고저를 넘나드는 전자음으로 어둡고 강렬하게 최대한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한다. 엔딩 음악은 도입 음악과 유사하지만 궁금증에 대한 대답, 다른 종류의 궁금증과 생각, 여운을 주는 설정이다. 기준 없이 억눌렸던 감정이나 본성을 터트려보자는 이 룩 안무의 희희낙락은 자유창작정신을 기리고 있다.

▲다나컨안무의『스스로자유를찾다,Emancipation』
▲다나컨안무의『스스로자유를찾다,Emancipation』
다나컨 안무의 스스로 자유를 찾다, Emancipation의 주제는 왜 그녀는 보이지 않는 무엇에 의해 행동할까?’이다. 다나컨(태국), 아니마(네팔) 듀엣의 신비적 연기는 출생의 본류를 훑어간다. 어머니의 치마 속에서 나오는 팬티만 입은 사내, 원시림의 계곡에서 나온다. 깊은 산을 상징하는 새소리, 물소리 등의 자연의 소리, 어머니는 거대한 산과 숲이 된다.

안무가는 경외의 신비를 자신의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찾는다. 어머니는 보이지 않는 무엇에 의해 행동한다. 그녀를 옥죄는 것은 규범, 종교, 사회적 통념이라고 안무가는 생각한다. 그녀가 달리 행동한다면 사회와 가족에 대한 저항으로 간주된다. 그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다. 비닐로 연결해 만든 의상, 죽음의 색깔로 검은 빛이다.

신체를 중시하는 연기들, 남녀 모두 검정 비닐 옷에서 빠져나와 자유를 만끽한다. 일심동체, 유탈 등의 상징, 거울 앞에서의 갈등, 커튼이 걷히면 관객에게 비춰지는 거울의 반사와 균형감, 등에 업히는 여인, 환상이 사라지면, 거울을 닦는 동작, 남성 다시 비닐 옷으로 들어가고, 여인은 그 검정 옷으로 뛰어들어 남자에게 안긴다. 비닐 속은 계속 움직인다. 독일어를 비롯한 언어의 혼성, 부조리한 제도의 국제적 동맹을 알리며 춤은 끝난다.

한춤 페스티벌을 있게 한 여섯 명의 안무가 외에도 연출 손병하, 기획 윤 신, 조명 이재호/정현기, 무대감독 이 룩, 진행 장미란 등이 종횡무진으로 활동하였다. 이 작은 춤 판은 실험적 다양성으로 작은 실핏줄이 돌게 만드는 역할을 하였다. 관객에게 다소 거북한 저주받을 걸작들이 많이 생산되는 얘기 소극장을 기대해본다.

/장석용(춤 비평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