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이은실 이정화 최명현 이룩 다나칸 안무…한춤 페스티벌
[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춤비평가] 지난 5월 한 달 금요일, 토요일 합정동 얘기 소극장에서 대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여섯 작품의 춤이 공연되었다. 오프 오프 홍대의 진면목을 보인 이번 공연은 강한 실험정신을 보여주었고 자유영혼이 꿈틀되는 현장을 확인한 관객들은 작은 공간(80석)에서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얘기 소극장 대표 손병하(연출가, 음악감독)는 젊은 실험 작가들에게 공연의 기회, 관객들에겐 소통의 기회를 주고자 노력한다. 제작자로서의 그의 역할, “좋은 작가는 돈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환경으로 키운다”며 훌륭한 안무가, 연출가를 키울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열정으로 타오른 젊은 춤작가들의 실험작들은 장미란 안무의 『조용한 방』, 이은실 안무의 『서브웨이 다이어리』, 이정화 안무의 『흠없이... 척』, 최명현 안무의 『사유의 방Ⅱ: 흔들리는 시간』,이 룩 안무의 『희희낙락(戱戱樂樂)』, 다나컨 안무의 『스스로 자유를 찾다』이다.


초창기 영국 시에 등장하는 ‘빈대’처럼 분리될 수 없는 ‘네가 없는 내 삶이란 껍데기에 불과할 만큼 너는 내 몸과 내 영혼의 친구이자 지배자’, 그 실체를 만나기 위한 무의식, 그 조용한 방안에 들어서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밤처럼 어두운 인간 심연의 저층, 존재를 하찮은 몸 덩어리로 만들기도 하는 살과 피 속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에 추적은 연속성을 띈다.
플래시(전등)을 든 여인(이정화), 서서히 자신의 본질(누워있는 장미란)에게 접근하며 한다. 진실에게 다가가는 길은 치장이 없다. 음악은 배제되고 인간이 내뱉는 원시의 사운드만 존재한다. 울부짖음으로 비치는 웃음, 차가운 현실에 대한 저돌적 표현이다. 정신병원 분위기, 야수 같은 몸짓, 한 몸이 끝까지 뒹구는 여인들, 안무가는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감정의 변화를 동작화한 이 작품은 ‘발견, 반복된 방향성을 잃은 삶의 행위들, 정체-욕심과 열정사이, 갈등 · 불안-소리 없는 아우성, 다시 찾다’의 갈래를 갖는다. 지하철처럼 빠르게 달리는 현대의 불확실성 속에 내가 쳐진 듯 한 사색의 시간들 속에 배운 겸손, ‘인식되지 못함 - 인식되어짐 – 쏟아짐’에 소통과 단절, 불안에 대한 상징들이 빼곡히 들어선다.
순가쁘게 살아온 이은실, 양수진의 이인무는 자각, 가까운 주변을 챙기지 못한 질주로 내게 남은 움직임의 감각만 남은 자신, 차가운 현실과 뜨거운 열정 사이의 고뇌, 좌절감과 배신에서 나를 닫음으로써 오는 불안감과 내안에서 우는 바람, 홀로서기를 위한 모색은 나로부터 온다는 깨닫기까지의 과정의 춤을 굶주린 이리의 먹잇감으로 삼는다.


마음의 유동, 인간의 가식적인 행동을 힐난하는 느긋한 관조, 상처투성이의 인간들이 꾸며 놓은 세상을 관객들은 같이 들여다본다. 이정화의 ‘몸 시’는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극한에서, 더 이상 올라갈 곳 없는 의식의 상층부를 점유하고 있다. 움직임을 최대한 줄이고, 그것을 상상케하는 조급증을 만들어 낸다. 그녀의 의식의 숲은 깊고, 신비롭지만 울분이 감추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