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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롯데·인도네시아 국부펀드, 5조4000억 '메가딜'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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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롯데·인도네시아 국부펀드, 5조4000억 '메가딜' 가시화

칠레곤 석화 35% 지분 참여…다나타라, 장기 투자수익률·ESG 적합성 검토 착수
40억 달러 투자 안정성 확보 노려…양국 경제 동맹 심화 촉매 역할 기대
한국 롯데가 인도네시아 칠레곤에 건설한 40억 달러(약 5조 7000억 원) 규모 석유화학단지.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다나타라가 이 프로젝트의 35% 지분 참여를 검토하며 한-인니 간 '메가딜'이 가시화되고 있다. 다나타라는 장기 투자수익률과 ESG 적합성을 중심으로 정밀 실사에 착수했다. 사진=롯데케미칼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롯데가 인도네시아 칠레곤에 건설한 40억 달러(약 5조 7000억 원) 규모 석유화학단지.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다나타라가 이 프로젝트의 35% 지분 참여를 검토하며 한-인니 간 '메가딜'이 가시화되고 있다. 다나타라는 장기 투자수익률과 ESG 적합성을 중심으로 정밀 실사에 착수했다. 사진=롯데케미칼
롯데가 인도네시아의 핵심 국영투자공사(BPI)인 다야 아나가타 누산타라(Daya Anagata Nusantara, 이하 다나타라)에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 지분 35% 참여를 공식 제안하며 양국 간 산업 협력의 새로운 전기를 예고했다. 롯데가 이미 약 40억 달러(한화 약 5조 7000억 원 상당)를 투자한 인도네시아 반튼주 칠레곤 석유화학 프로젝트(Lotte Chemical Indonesia New Ethylene Project)에 국영투자공사가 전략적 파트너로 합류한다면,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해외 핵심 인프라 사업에 해당국 국부 펀드가 참여하는 이례적인 '빅딜' 사례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31일(현지시각) 현지 언론 헤드 토픽스에 따르면 투자‧다운스트림 산업화부 장관이자 다나타라의 수장인 로산 로에슬라니(Rosan Roeslani) 장관은 현재 다나타라가 롯데의 제안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음을 공식 확인했다.

경주 APEC 회의서 공개된 '35% 지분' 제안


이번 제안은 로산 로에슬라니 투자‧다운스트림 산업화부부 장관이자 다나타라 CEO가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처음 공개됐다. 로산 장관은 보도 자료로 "화학 제품과 관련해 우리는 마침 다나타라와 함께 롯데의 화학 회사에 참여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로산 장관은 롯데가 다나타라에 제시한 구체적인 지분율이 35%라고 밝히며, 이 제안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그들(롯데)은 35%를 제안했지만, 우리는 곧 검토를 시작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매우 좋은 제품이고, 이 프로젝트 또한 이미 완료되었기 때문이다. 위험 또한 더욱 측정 가능하며, 앞으로의 잠재력을 볼 수 있다"고 이 제안의 안정성과 성장 잠재력을 역설했다. 아울러 로산 장관은 "이제 나는 이 롯데의 제안을 즉시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히며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동남아 최대 규모, 연간 에틸렌 100만 톤 생산


롯데가 추진해온 이 프로젝트의 정식 명칭은 'Lotte Chemical Indonesia New Ethylene Project'이며, 인도네시아 반튼주 칠레곤 산업단지(Cilegon Industrial Complex)에 위치한다. 총 투자액은 40억 달러로, 2025년 중반에 이미 기계적 완공(Commissioning 단계 진입)을 마쳐 프로젝트의 위험이 더욱 측정 가능한 수준에 이른다는 평가다. 이 통합 석유화학 단지는 완공 시 에틸렌 100만 톤/해, 프로필렌 52만 톤/해, 폴리에틸렌 25만 톤/해에 이르는 동남아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다.

롯데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입대체 정책에 부응하여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다난타라를 지분 파트너로 유치하여 안정적인 현지 파트너를 확보하고 정책 지원을 강화해 현지 운영 위험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남아 플라스틱 시장 점유율 확대 및 석유화학 수입 의존도 감소라는 사업적 기대 효과도 함께 노리고 있다.

다나타라는 이 대규모 투자 제안이 국가의 장기 투자 전략과 목표에 부합하는지 면밀히 판단하기 위해 신중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로산 장관은 "롯데가 매우 좋은 제품과 완성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협력을 제안했다. 위험이 측정 가능한 수준이며, 우리는 수익성과 정책 적합성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니 국부펀드, ROI·ESG 등 4대 핵심 기준 검토 돌입


다나타라는 특히 투자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이를 위해 포괄적인 실사(Due Diligence)를 수행할 방침이다. 다나타라는 △수익성 분석: 장기 투자수익률(ROI), 배당 가능성, 에너지 가격 변동 감내도 △위험 요인: 환경·안전 위험, 탄소 규제, 원자재 공급 안정성 △법적 투명성: 지분 이전 구조, 세제 우대 및 이중 과세 방지 △지속 가능성: ESG 기준 및 녹색 성장 전략 부합도 등과 같은 항목을 핵심 기준으로 삼아 검토 중이다.

법률, 금융, 공정 거래, 기술, 환경 전문가가 포함된 검토 팀은 2025년 말까지 1차 보고서 제출을 목표로 한다. 다나타라의 이번 투자는 △인도네시아 국내 석유화학 산업 성장에 기여 △화학 제품 수입 의존도 절감 △다운스트림 산업 제품의 부가가치 증대라는 국가 경제 목표 달성에 중대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다나타라의 이번 참여를 '친한(親韓) 투자 협력의 초석'으로 규정하며, 양국 경제 외교의 연장선으로 평가한다. 국부 펀드 성격의 다나타라가 롯데 화학의 공동 소유주가 된다는 점은 정부가 해당 사업의 석유화학 밸류체인 자립 촉진 및 산업 고도화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번 협력을 통해 기대되는 구체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도 공개됐다. 프로젝트는 해마다 약 1조 루피아(약 6400만 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고, 직·간접 고용 1만 5000명 이상의 고용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석유화학 제품 수입 비율이 10~15% 감소하며 무역 수지 개선에 이바지하고, 해마다 1000억 루피아의 추가 법인세 수입도 예상된다. 이번 빅딜은 한-인니 전략적 경제 동맹의 심화를 촉진할 전망이다.

'친한 협력' 초석 다지기…롯데 임원단 11월 자카르타行


이번 합작 논의의 진전을 위해 롯데 고위급 인사들이 오는 11월 6일에 인도네시아를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롯데 화학 임원단의 이번 방문은 양측이 프로젝트의 기술, 재무, 운영적 세부 사항을 심층적으로 토론하고, 다난타라 및 산업 부처 관계자와 최종 조건을 협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이미 인도네시아에 확고한 투자 의지를 증명했다. 롯데는 현재까지 인도네시아에 40억 달러(2025년 10월 31일 기준 66조 6300억 루피아)를 투자했으며, 이 투자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향한 롯데의 강력한 신뢰와 경제 성장 잠재력을 향한 확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롯데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환영하며, 인프라 지원, 행정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롯데의 프로젝트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다나타라의 전략적 참여 여부가 결정되는 이번 논의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 간의 경제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중대한 분수령이 되리라 관측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