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연재소설] 검법 용풍우락(107회)-칼날에 용이 뜨다
만주 광야 수련 중, 조선 검법의 고수를 제거하기 위해 밀파된 일본 자객을 맞이하여 목숨을 걸고 싸운 우광. 일본 검술 일도직류(一刀直流)의 최고수 도띠야스는 총독부에서 복수를 위해 특명을 내린 인물이었다. 우광은 도띠야쓰와 그의 부하 다섯 명을 제거하였지만, 등에 큰 칼자국을 얻었다. 하지만 큰 마음의 상처를 얻은 것은 조국의 시대 상황이었다.모두들 서양화와 상업화로 가는 것이 유일한 길인 양 달려갈 때, 오히려 그 때가 제일 힘겨웠다. 일제 시절의 강제 병합에 따른 핍박은 이겨 낼 수 있었으나, 조국에서 무사 가치의 몰락은 고통이 더 컸다.
누구도 배우려 하지 않는 검법 도장을 접고, 제자들마저 떠나는 상실감에 따른 혈압병과 간경화로 겨우 마흔 다섯의 나이에 병석에 누웠다. 한 많은 세상 이대로 눈 감게 되었다.
“이 놈, 일어나거라! 쌍룡검은 어디에 있는고? 무사의 호수는 어디에 있느냐?”
“평생 싸우던 무사의 분투가 이거더냐! 수행이 등짐인 줄 몰랐던가! 이순신 장군이 비전검법을 깨닫지 못했다면, 임진왜란 때 어떻게 나라를 지켰겠는가! 장군도 안락 없는 삶이 얼마나 서러웠을까마는 떨치고 일어섰다! 깨달음의 사명은 잊어버리고 스스로 연민에 빠져 몸과 정신을 놓쳤으니, 어찌 죽어서 무의 조상을 뵐 것인가! 끝까지 정신을 차려 싸우는 자가 무사가 아니더냐!”
무의식 중에 불호령을 듣고 나니, 정신이 번쩍 나서 사력을 다하여 엎드려 빈다.
“어느새 자만심이 가득해져 세상의 잣대나 의식하고 쉽게 자빠졌습니다. 검기를 다시 회복하여 살려 주신다면, 마지막 각오로 갈고 닦아 빛의 정신을 온전히 전하는 일에 혼신을 다 바치겠습니다. 온전한 생명의 의미를 되찾기를 바랄 뿐이니, 소명을 다한 후에는 업적도 버리고 깨끗이 떠나겠습니다!”
이미지 확대보기‘자신을 비우고 혼신을 바쳐 하늘의 명을 기다려라!’
우광은 깨달은 바를 잊지 않으려고 지천(持天)이라 이름을 바꾸고는 새 신분으로 살아갔다.
조천명 사범은 출국하기 전날, 우광 사부가 안장된 묘지에 인사하러 갔다가 마침 무덤을 찬찬히 손질하고 있는 노파와 만났다. 노파는 가볍게 인사하고는 한편으로 물러난다. 나이 드신 분의 걸음치고는 가벼운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깊은 무공을 느꼈다.
제단에 세워진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우승 기념사진 속에는 죽도를 들고 있는 소년들과 한 소녀가 있었다. 좌측 맨 끝에 어린 우광 무사가 홀로 쭈삣하게 서 있었다.
‘아, 사부님의 학생 시절 사진이구나!’하는 직감이 들었다.
눈이 마주친 노파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다. 문득 사진 속 여학생과 노파의 눈매가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영정 속, 우광 사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사부의 선한 눈빛이 조천명을 반겨 주었다. 붉은 노을이 묘지 위에 주단처럼 펼쳐지고, 우광 무사는 예쁜 꽃씨 되어 따스하게 피어났다. 무덤에서 화산 같은 뜨거운 불기운이 쏟아 오르고 있었다. 우광 무사의 열정은 영원히 살아서 일을 할 것이다.
“정말 애쓰셨습니다. 덕분에 조선 무사의 빛이 이 땅에 연결되었습니다. 부디 고된 짐을 벗고 따스하게 지내십시오. 사부님이 전해 주신 무사의 정신은 잊지 않고 전하겠습니다!”
글로벌이코노믹 글 박신무 그림 허은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