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무협소설 용풍우락] 17. 꽃잎이 바람을 가르다-(2) 발톱이 움켜쥔 꽃

글로벌이코노믹

[무협소설 용풍우락] 17. 꽃잎이 바람을 가르다-(2) 발톱이 움켜쥔 꽃

[글로벌이코노믹 연재소설] 검법 용풍우락(109회)-칼날에 용이 뜨다
잉어가 튀어 오르고 비파 소리를 내며 강물이 흐른다. 강무사와 딸은 다시는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다는 듯이 힘껏 끌어안는다.

아리는 가방에서 일엽검을 꺼내 강무사에게 준다. 강무사는 다시 돌아온 일엽검을 소중히 가슴에 품고 하늘과 산을 향해 절을 한다. 이제야 어머님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딸이 소원을 풀어 주었다.

강무사는 일엽검을 척, 펼쳐 들고 검무를 추기 시작한다. 몽운검으로 해를 상징하는 검령산을, 일엽검으로 달을 상징하는 예봉산을 끌어들여 팔자로 휘어 저으니, 호수 물이 용솟음치듯이 출렁인다. 문무를 갖춘 검무가 완성되었다.

그 때, 숨어 있던 자객이 던진 단검이 기습하여 온다. 아리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 피하려 했으나, 날카로운 칼이 아리의 목을 찌른다. 빨간 꽃물이 갈라진 사이에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자객은 재빨리 달아난다. 아무가 급히 운태표검을 뽑아 들고 추격한다.

그림=허은숙 화백이미지 확대보기
그림=허은숙 화백
갈대숲에 이르자, 아무는 호적을 꺼내 분다. 후이 후이, 적을 압박하는 호랑이의 휘파람 소리. 자객 유에자끼는 갈대숲에 숨어 있다가 호적 소리가 가까워지자 압박감에 못이겨 칼을 뽑아 들고 뛰쳐나온다. 자객이 총이 아닌 칼로 시해한 것은 한국 무사의 혼백을 제거하려는 속셈이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도오 가즈아끼 일행도 건청궁에 난입했을 때, 총을 들고 있었지만, 총은 공포용으로 발사했고, 총 아닌 일본의 명검으로 명성황후를 벤 것은 조선의 정신을 절명시키려는 의도였다. 칼에는 기백을 자르는 괴력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유에자끼는 크게 기합을 지르며 달려온다. 아무는 혼신을 집중하여 번개가 내려치듯이 명력지세(明力支勢)로 유에자끼의 칼을 곧바로 맞받아쳤다.

600년 전 일본 명장 다다요시가 만든 보검은 1700년 전 부여의 명장 수량(守亮)이 만든 운태표검 초력에 칼날이 부러졌다. 운태표검의 칼빛이 순간 번쩍하고 빛나더니, 유에자끼의 이마를 관통하여 혼백을 갈라버렸다.

까마귀의 정지된 날개를 용의 날카로운 발톱이 움켜쥔다. 동경의 토리(일본 신사의 정문)로 갈 수 없는 칼은 떨어지고. 무릎을 꿇은 자객은 동쪽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체념한 듯이 눈을 감고 스르르 넘어진다.
아리를 부둥켜안은 강무사는 꽃잎이 지는 울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목에서 나오는 빨간 꽃물을 손으로 막고 있다. 꽃물은 빨갛게 빛나고 있다.

아, 무사의 피여

촤르르, 파도처럼 밀려와 슬픔으로 번져 가는 빨간 빛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는다.
글로벌이코노믹 글 박신무 그림 허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