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연재소설] 검법 용풍우락(113회)-칼날에 용이 뜨다
거짓말같이 소란스런 소리는 숲속에 묻혀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풀벌레들이 여기저기서 울기 시작한다.누군가 정적을 타고 다가온다.
“다시 돌아 올 줄 알았습니다. 이걸 찾는 건가요?”
아무는 아사의 도깨비 탈을 내밀었다. 보름달 빛에 어느 정도 얼굴이 보이는 거리였다. 괴한은 잠깐 호흡을 고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괴한이 돌아서려 하자, 아무는 급히 말한다.
“가져가세요. 공연히 살인 사건에 연루되기 싫군요. 난 당신이 백범살인사건의 진범이라는 것을 압니다. 어떻게 비전검법이 전수되었는지, 그 실체가 궁금할 뿐이오! 정체를 밝히십시오.”
“내 정체를 알고 싶다면… ….”
그러면서 훤한 달빛 아래로 쓱, 나온다. 아무는 눈에 힘을 모아 바라본다. 눈앞에 서 있는 진범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이미지 확대보기“장두범 형사가 도깨비 탈을 감춘 이유는 이것이었군! 처남인줄 알고 증거물을 없앤 것이군.”
머리가 무언가에 맞은 것처럼 아팠다.
“매제도 산중에서 절 보더니 당황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전 비전검법의 전수자입니다. 그런 비전을 배웠는데도 선배에게 번번이 졌습니다. 정말 당황스러웠고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비전검법도 별거 아니잖아, 제멋대로인 형님에게 힘도 못쓰고 져 버리다니!”
아무는 혼란스러워졌다.
‘비전검법이 내게 지다니, 그럼 지금껏 찾아다닌 것은 허상이란 말인가!’
갑자기 궁금증이 치솟아 올랐다.
“창고에서 내게 패배를 안겨 준 무사는 누구냐? 그 무사는 나를 능가하는 천하제일 검이었다.”
“사실 먼저 치고 나온 건 저였습니다. 그러나 제 머리 위를 뛰어 넘어 선배 앞에 다가선 것은 사부님이셨습니다. 승기법(乘氣法)을 쓰신 겁니다. 마치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듯이, 상대의 기를 타고 넘는 검법이죠. 그 짧은 순간에 검인력(劍引力)을 발휘하여 주변의 기를 끌어들였던 것입니다. 전, 기운이 빠져서 꼼짝 할 수가 없었습니다. 선배님과 진검 승부를 겨루어 보고 싶었는데… …. 진검을 들고도 선배님이 절 이기는지 몹시 궁금했습니다. 매번 저를 이겼던 선배인데, 진검 승부만큼은 꼭 이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사부님은 제가 선배님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아셨습니다.”
아무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한다.
“내가 아흔 네 살 노인의 칼에 쓰러진 것이라는 말인가!”
용불은 고개를 끄덕인다.
“역린세로 칼등을 뒤집어 머리를 치신 겁니다. 그 덕분에 선배님은 목숨을 건졌지만, 사부님은 몸을 뒤집는 순간, 불의에 총탄이 날아와서 맞으신 겁니다. 치명상을 입은 사부님은 마지막 보고를 해야 한다며 검령산 제단까지 올라오셨습니다. 사부님은 ‘아낌없이 사랑했으니 후회 없다!’라는 유언을 남기고는 눈을 감으셨습니다. 우리들은 사부님의 칼을 힘껏, 하늘로 던졌습니다. 칼은 흰빛을 내며 날았습니다. 그 때 사부님 웃음소리가 하늘에서 들렸습니다. 사부님은 별이 되신 겁니다.”
나를 가르칠만한 고수를 다시는 못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우광은 무사의 짐을 내려놓고 빛의 세계로 떠났다.
아, 무사의 피여
강무사가 죽어 가는 딸을 향해 내뱉던 그 말이 자꾸만 맴돌더니만, 이제야 그 뜻을 알 것 같았다. 세속의 졸렬함과 야비함에 굴하지 않고 영혼을 태워서 세상 밝히는, 깨달음조차 버리고 떠나는 무사. 그 칼에 빛이 서린다.
글로벌이코노믹 글 박신무 그림 허은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