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연재소설] 검법 용풍우락(114회)-칼날에 용이 뜨다
“사부님은 선배님이 비전검법을 해독할 능력이 있음을 알아보셨습니다. 난, 사부님이 왜 그랬는지 그 이유도 모른 채 선배님이 그저 부러웠습니다. 천하제일 검의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진정한 남자의 사랑을 받았으니까요!”“내가 알고 있는 마지막 비사는 김구 선생이시지. 어머니이신 곽낙원 여사는 일흔 살까지 인천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하셨지. 아들이 보낸 용돈을 되돌려 주시며, 큰 빛을 내는 사람이 사사로움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며, 꾸짖으셨네. 빛은 일일세. 일은 빛이고, 빛을 낳는 거인은 초월자라는 증거일세. 감히 내가 그런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무사와 견줄 수는 없네.”
“백범과 아무!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사람, 가장 밑바닥 지렁이 삶을 감내하는 인내심. 사부님이 제대로 보신 겁니다. 비사의 비밀은 그겁니다. 껍질을 자르는 헌신을 보셨던 겁니다.”
용불은 잠시 하늘을 보더니 말을 잇는다.
“사실, 우광 무사의 칼을 맞은 이후, 막힌 호흡이 뻥 뚫린 기분이야!”
“천하제일 검의 초력은 그런 겁니다. 꽉 찬 단지의 뚜껑을 잘라 내는 것입니다. 사부님은 그 힘을 갖고 계셨습니다. 제 인생은 절박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았습니다. 미리 재고 달아났으니까요. 연단의 기회를 피해 가는 저를 불쌍하게 여겨 사부님은 용불이라 하시고 깨닫기를 기다렸던 겁니다. 저는 하루바삐 사범님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악당을 처단하는 위대한 실행을 하였습니다. 물론 사범님은 제가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저의 담력을 알고 나면 용풍우락의 초력을 전수해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당연히 무신으로부터 축복을 받을 줄로 믿었습니다. 그런데 무신도 사부님도 절 외면했습니다. 그 분들이 원하는 것은 정의의 제물을 받고자 하는 것이지, 내 뜻을 이루는 욕심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천하제일 검이 되고 싶었고, 꿈꾸던 사랑도 이루고 싶었습니다. 무신은 모든 걸 버리길 원하신 겁니다. 사부님은 제가 스스로 깨닫기를 기다렸던 겁니다. 덕소의 창고에서 제가 천하제일 검이 되고자하는 욕심 때문에 달아나지 않고 선배와 대결하려고 했을 때에, 사부님이 저의 우매한 문에 총을 맞은 겁니다.”
이미지 확대보기“사부님이 떠나니 너무 억울했습니다. 아리를 사랑했는데, 아리는 천하제일 검을 사랑합니다.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아리는 이제 저를 꿈꾸게 하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무사가 꿈을 포기하면 죽은 자와 다름없습니다.”
“소원입니다. 저와 한판 승부를 겨루어 주시겠습니까? 당당하게 승부를 겨뤄 천하제일 검이 되고 싶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승복하겠습니다. 그전에는 도저히 천하제일 검과 사랑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선배님의 칼빛으로 저의 미망을 잘라 주십시오. 사부님이 선배님에게 그렇게 사랑을 베풀어 주셨듯이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아무는 용불이 말한 의미를 안다. 그러나 비사가 된다는 것은 남진계집용 한쌍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남진계집용 짝의 소명은 큰 빛을 낳는 것이다. 그 빛은 스스로 이 세상을 밝힌다. 대리부모의 역할을 하는 것은 결코 개인적인 영달의 결실이 아니다. 비사는 어차피 개인사를 버린 자가 아니던가! 천하제일 검을 걸고 겨루는 숙명의 한판 승부를 무사가 거절할 수는 없었다. 남진 용이 되기 위한 혼신의 승부를 겨룬다는 것. 평생을 연마한 수련의 극의를 펼쳐 보인다는 것! 세상을 바꿀 위대한 양력을 피우기 위한 쟁투는 무사의 길이다.
두 칼이 마주 대하니 불이 맹렬하게 타 오른다
등에서부터 일어난 바람이 머리를 넘는다
칼 등에 올라타니
칼길이 흔들리는구나
울고, 웃고, 즐거워하며,
상대의 울림에 호응하니
칼날이 제대로 서 있다는 증거이다
설령 마지막을 맞더라도 마음을 활짝 열어라
저절로 가슴이 울려서
나에게 최대의 사랑을 할 기회를 준다
집중에 칼이 빛났다.
유유자적한 춤이 어둠 속에서 반짝인다
이제 승부의 시간
한 시간이 흘렀다. 땀이 철철 흘렀다. 이미 수십 합의 기세가 교차했다. 어느 순간, 아무의 기합이 울려 퍼졌다. 정수리를 거쳐 단전에서 발바닥을 통과하여 땅으로 꽂는 바람소리. 용불은 칼을 거두었다.
“제가 졌습니다. 선배님은 저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기세가 제대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기세의 속내를 환히 바라보는 이를 공격하다가는 허점을 드러낼 뿐입니다. 승부는 결정 났습니다. 제가 아직은 부족한 겁니다. 사랑의 진실성만큼 경지에 다가가는 것입니다. 선배님은 저보다 칼빛을 사랑하는 자가 맞습니다.”
글로벌이코노믹 글 박신무 그림 허은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