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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모자를 쓴 '곤충전문가' 파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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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모자를 쓴 '곤충전문가' 파브르

[미래 직업의 발견] 곤충전문가

● 곤충 어디까지 먹어봤니?

밀웜가래떡, 우리밀과 밀웜(갈색거저리 유충)을 섞어 만든 가래떡. 먹어본 기억이 나는가? 먹어 보지 못했다면 어떤 맛일까? 아니 이걸 먹을 수는 있는 걸까? 그렇다면, 다음 음식들은 어떤가.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메뚜기를 다져 넣어 스테이크로 만든 뚜기찹스테이크. 우리가 잘 아는 반투명한 푸딩 위에 번데기를 얹어 먹는 뻔-푸딩. 중국집에서 먹는 유산슬에 갈색거저리를 얹어 만든 갈색거저리 설화 유산슬. 귀뚜라미와 장수풍뎅이 유충으로 만든 머핀과 카레. 반딧불이로 만든 쿠키. 밀웜과 생선을 갈아 만든 어묵. 메뚜기 고추장 비빔국수.
나열한 음식은 제1회 곤충요리 경연대회 출품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4년 11월 27일 ‘2014 생명산업대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 행사는 농업이 생명산업이자, 미래의 성장 동력임을 홍보하고, 우리나라 농업을 진흥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 농업의 미래 성장에 곤충이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인식시키기 위해 곤충요리 경연대회를 열었다. 대회에서 사용된 식용곤충은 메뚜기, 번데기, 갈색거저리, 흰점박이 꽃무지, 장수풍뎅이, 귀뚜라미 성충 이렇게 6종이었다. 또 요리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솜사탕과 햄버거도 곤충으로 만드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어려서부터 곤충도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교육의 일환이었다.

전남 함평군 함평엑스포공원으로 봄소풍을 나온 어린이들이 나비동산을 배경으로 한 양귀비꽃밭을 지나가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전남 함평군 함평엑스포공원으로 봄소풍을 나온 어린이들이 나비동산을 배경으로 한 양귀비꽃밭을 지나가고 있다.
곤충이 앞으로 중요한 식량자원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선진국에서는 벌써 오래전부터 식용곤충에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사실 곤충은 인류의 오랜 먹거리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식용곤충 곧 음식이나 동물 사료로 사용 가능한 곤충은 전 세계에 3600여 종이 있다. 곤충을 먹은 기록이 성경에 등장할 정도로 곤충을 먹은 역사는 깊다. 우리야 식단에 곤충이 눈에 띄게 들어있지 않지만, 아프리카를 비롯해 지금도 여전히 곤충을 많이 먹는 지역이 있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인류는 줄곧 곤충을 먹어온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왜 곤충을 먹는다는 생각을 하면 진절머리를 내는가? 또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곤충을 먹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저명한 문화인류학자인 마빈 해리스는 우리가 곤충을 먹지 않는 이유는 곤충이 해롭거나 혐오스러워서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실제로는 우리가 곤충을 먹지 않기 때문에 곤충이 우리 몸에 해로운 것으로 느낀다고 주장한다. 충분히 공감 가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메뚜기며, 번데기같이 곤충을 간식으로 먹지 않았던가. 다만 지금 어린 세대는 다른 먹거리가 많으므로 이것들을 먹지 않을 뿐이다. 번데기가 몸에 해롭다고 증명된 적이 있는가 생각해보라.

그렇다면 우리가 곤충 요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가장 큰 이유는 식량 자원 고갈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슈는 단백질 확충에 있다. 현재 우리가 섭취하는 주 단백질원은 쇠고기나 돼지고기이다. 그런데 이러한 육류는 따져보면 매우 비효율적인 생산 구조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사료 100㎏을 소비해야 고기 10㎏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양의 단백질을 식용곤충으로 얻으면, 10분의 1만큼만 있으면 되므로 생산효율이 매우 높다. 따라서 앞으로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식량 자원이 부족하게 되면 육류보다 훨씬 더 효율성 높은 단백질원을 찾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유일하고도 유망한 대안은 식용곤충밖에 없다. 유엔은 이에 대해 2013년 식량 농업 기구 전문가들의 연구를 토대로 곤충을 미래 식량으로 천명하는 공식 문서를 발표한 바 있다.

● 곤충전문가는 무슨 일을 할까?

곤충전문가 하면 맨 처음 떠오르는 사람은 곤충 생태를 관찰하며 이를 기록하고 연구했던 프랑스 과학자 파브르다. 아니면 나비 박사 석주명이다. 이러한 훌륭한 과학자들이 일궈낸 연구 성과를 읽다 보면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일상에 바쁜 우리가 속속들이 알 만큼 관심을 두지 않던 작은 생명체들이 우리 행성을 구석구석 채우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곤충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야말로 가장 엄격한 의미로 곤충전문가다.
하지만 여기서는 순수 학문 분야에서 조금 벗어나 실생활과 밀접한 차원에서 곤충을 다루는 사람들로 설정하여 곤충전문가를 살펴보자. 농촌 진흥청이 2014년 발간한 ‘일자리 미래 여행-농업·농촌 유망일자리 50선’이 진단한 향후 곤충 산업 관련 전망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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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은 지구 상에 존재하는 전체 동물의 4분의 3인 약 130만 종에 달하며, 미개발 생물자원으로 재평가되면서 곤충산업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확장 가능 영역은 첫째, 농식품 영역으로 천적방제용 곤충, 화분매개 곤충, 식용 혹은 사료용 곤충을 다룬다. 둘째, 비농식품 영역으로 환경 분야, 곤충 유래 기능성 물질 개발, 애완·학습용 곤충을 취급한다. 셋째, 융복합 영역으로 초파리 등 유전학 연구, 로봇공학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안내서는 곤충전문가가 하는 일을 다음같이 소개한다. ‘곤충사육(기르기, 실험하기, 채집하기, 소품 만들기, 교감 등) 활동에 필요한 곤충이론과 야외생태, 사육법 등을 습득하고, 체험 학습장 조성과 운영관리를 포함한 사회적·교육적 가치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 약간은 건조한 느낌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곤충 전문가가 일단 향후 유망한 일자리라는 점, 곤충을 산업 측면에서 다루는 사람이라는 점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또 앞에서 언급한 미래식량자원으로서 곤충을 포괄하면, 곤충전문가는 ‘곤충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미개발 생물자원으로 재평가되며 미래 식용산업으로까지 성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곤충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곤충전문가가 곤충을 주제로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다양하다. 곤충학을 연구하는 순수학문활동에서부터, 곤충 사육에 관한 교육, 식용곤충 연구 및 개발, 약용곤충 개발하는 산업활동까지 폭이 넓다. 너무 넓다 보니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가늠이 잘 안 될 수도 있겠다. 그건 그만큼 이 분야가 블루오션이라는 방증이다.

● 곤충에 관련하여 읽어볼 만한 책은?

식용곤충에 관해서 가장 흥미진진한 책은 ‘빠삐용이 몰랐던 식용 곤충식’(범우)다. 책 제목 앞에 붙은 부제는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김용욱 교수의 식용곤충식 메뉴개발 스토리’이다. 저자는 경주대 외식조리학과 교수다.

앞부분에는 식용곤충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특히 현대인이 곤충식을 먹지 않게 된 경위, 곤충의 환경적 가치가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그 후 대부분 내용은 식용곤충 요리법이 컬러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얼핏 봐서는 일반 요리책하고 다를 바가 없다. 환상적인 자태를 뽐내는 먹음직스런 요리 옆에 재료, 만드는 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이 한군데 있다. 초콜릿 피자를 예로 들어보자. 도우는 계량한 미지근한 물에 이스트, 설탕, 소금, 우유, 올리브를 넣고 섞는다. 그리고 중력분에 ‘귀뚜라미 파우더’를 체 쳐 골고루 섞은 물을 넣어... 피자는 넓게 편 도우 위에 분쇄 상태의 초콜릿과 건조 후 분쇄한 ‘귀뚜라미와 밀웜을 토핑으로’ 뿌린다...

밀웜, 메뚜기, 귀뚜라미, 꽃무지 유충, 불개미, 베짜기 개미 등과 혼합곤충을 이용하여 미네스트로네, 감자튀김, 그라탱, 수제비, 파스타, 탕수육, 쿠키, 인절미, 카르보나라, 해물파전, 호떡, 캘리포니아 롤 등 입에 군침이 돌게 하는 요리가 소개되어 있다. 요리에 초점을 두고 본다면 곤충 산업과 무슨 관련이 있겠는가 싶다. 하지만 곤충도 요리 재료가 된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는 참고할만하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곤충학과 석좌 교수인 길버트 월드바우어가 쓴 ‘욕망의 곤충학’(한울림)도 읽을 만하다. 원래 제목은 ‘반딧불이, 꿀, 실크’(Fireflies, Honey and Silk)다. 좀 강렬한 느낌을 주려고 했는지 원제목과 비교하면 번역 제목은 생뚱맞다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내용은 매우 훌륭하다. 곤충이 인간 문명에 이바지해온 바를 학술적인 근거를 토대로 흥미롭게 설명한다. 추천사를 쓴 곤충학자 김진일은 이 책이 곤충의 진가를 재발견하고 생태 동반자로서의 곤충에 대해 다시금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준다고 적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설명이다.

책은 세계 곳곳에서 곤충을 의약품 재료나 장신구 등으로 사용한 예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인상적인 예를 들어보면, 구더기가 있다. 잘 알다시피 구더기는 파리 유충이다. 남북 아메리카에 사는 검정파리 종 일부의 유충인 나선 구더기는 살아 있는 동물이 상처가 나면 그곳에 들어가 살을 파먹기 때문에 악명이 높다. 하지만 구리금파리와 검정금파리 구더기는 상처 부위에서 오직 죽은 살만 파먹기 때문에 상처 치료에 도움을 준다. 상처 부위에 구더기를 올려놓으면 죽은 부분만 제거하기 때문에 이 성질을 이용한 구더기 치료법도 정식으로 사용된다. 식성이 까다로워 건강한 세포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 데다, 소독 기능을 하여 상처도 빨리 아물게 한다. 나노 로봇보다 훨씬 더 세심하게 치료해주지 않는가.

시중에 나와 있는 곤충 관련 서적은 대부분 곤충 관찰을 다루거나 아니면 생물학 교과서 같이 전문 지식을 다룬다. 그 때문에 곤충의 산업적 측면을 느끼게 해주는 책은 보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욕망의 곤충학’은 흥미와 학술적 수준을 적절하게 균형 잡고 있는 몇 안 되는 책이다. 특히 곤충을 인류 생활과 밀접한 대상으로 바라보도록 만드는 시각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읽어볼 필요가 있다. 곤충전문가를 꿈꾼다면 교양 차원에서라도 한 번 접해야 할 책이다.

곤충 하면 ‘파브르 곤충기’가 바로 생각난다. 파브르 곤충기는 곤충에 대한 흥미를 높여주는 데 탁월하다. 이 책을 읽으면 방 안에 기어가는 개미 한 마리도 새롭게 보일 지경이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곤충 중에는 우리나라에는 없거나 친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몰입이 힘들다면 한 번 읽어볼 책이 ‘조복성 곤충기’(뜨인돌)다. 선생은 1905년 평양에서 태어나 1971년 타계한 우리나라 대표 곤충학자다.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과학운동에 이바지했고, 해방 후에는 국립과학박물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곤충학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조복성 선생은 1948년에 ‘곤충기’를 발표했는데, 그 후 절판되어 고서점에서도 구하기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창작공방 몽비행 대표 황의웅이 책을 입수하는 데 성공하고 여기에 선생의 여러 글을 모아 새롭게 편집하여 ‘조복성 곤충기’로 엮었다.

과연 우리나라에 곤충기가 있었던가 하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이 책을 읽어보면 우리도 남부럽지 않은 저작이 있구나 하고 마음 뿌듯해진다. 내용은 여러 곤충의 특징을 흥미 위주로 간소하게 소개하는 데 그치지만, 곤충 생태를 캐리커처처럼 집어낸 글솜씨가 돋보인다. 물속의 폭군들 납시오!-물장군과 장구애비와 게아재비. 게으르고 둔하지만 천재적인 시골악사들–여치와 민충이. 천재음악가와 깡패의 두 얼굴의 소유자-귀뚜라미. 각 장의 제목을 예로 들면 이와 같다. 끝에는 곤충채집여행기가 소개되어 있다. 아름다운 수필처럼 흐르는 이야기가 곤충학자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제호가 그린 아름다운 삽화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 곤충 산업의 사례와 미래 전망

곤충 산업과 관련한 국내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농촌진흥청 책자를 보면 두 가지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첫째는 함평 나비축제다. 전라남도 함평군은 지난 1999년부터 매년 5월 나비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 행사는 지역을 개발하면서도 환경을 보전한 대표적 성공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2013년에는 유료입장객 16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두 번째는 삼우 곤충농장이다. 이곳은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등 애완용 곤충 10여종을 연간 40만 마리 사육하여 판매하여, 소득이 연간 2억∼3억에 달한다고 한다.

위에서 든 예는 앞으로 곤충이 현실적인 산업으로서 현실감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곤충 산업의 상업적 측면만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지만, 곤충 전문가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일은 폭이 넓고 또 무궁무진하다. 과거에는 과학적 연구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또 그 여러 가능성 중 미래 식량자원으로서 주목을 받을 뿐이다. 앞으로 연구와 전문 경험이 축적되면 무슨 신세계가 펼쳐질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곤충 전문가의 모습은 셰프 모자를 쓴 파브르에서 미지의 곤충 세계를 여행하는 탐험가까지 다양하다.
김우영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편집출판팀장(경기 안양여자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