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다수의 남학생들이 어차피 자신이 화장을 하거나 짧은 반바지를 입지 않으니 그 내용을 들을 필요도 없이 반대를 하고, 남학생들이 반대를 하니 자신이 여학생 편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여학생은 의견을 판단하지 않고 무조건 여학생 편에 손을 드는 것이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가만히 보면 어른들도 유치해질 때가 꽤 많다. 판단을 할 때 자신의 이익을 내려놓고 객관적인 상황이나 공의를 보아야 하는데 부족한 사람인지라 그게 되지 않을 때가 있는 것이다.
“징비록”은 서애 유성룡이 임진왜란이 끝난 후 그 일을 기록한 것이다. “징비록 상·하” 두 권에는 임진왜란의 원인과 전황이 담겨 있고 그밖에 자유로운 형식의 기록이나 유성룡이 올린 차와 계사, 장계 등도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었다. 책의 곳곳에서 흥행했던 이순신 관련 영화와 드라마 속 장면을 떠올리기도 하며 기록문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병법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고 전투에는 특별한 법칙이 없다. 때에 따라서 그에 적절한 법을 시행하면서 나아갔다가는 물러나고 모였다가는 흩어지면서 특별한 묘책을 끝없이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결국 지휘관의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아마 이 내용은 병법 뿐 아니라 교육, 정치, 문화 등 전 분야에 적용될 것이다. 그런데 그 특별한 묘책이라는 게 한 사람에게서 나기 힘들다. 이순신과 같이 함께 하는 많은 이의 의견을 수렴하고 열린 마음으로 듣고, 의로움으로 정확히 선택할 수 있어야 일이 제대로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성룡은 ‘내가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해서 후에 환란이 없도록 조심한다.’는 시경의 말이 ‘징비록’ 저술의 이유라고 하였다. 그가 처참한 마음으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담아 ‘징비록’을 저술했지만 환란은 끊이지 않는다. 그 엄청난 임진왜란을 겪고도 수많은 위기와 일제 강점기를 맞이했으며 지금도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크고 작은 국가의 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전국독서새물결모임 주최 제14회 독서토론대회 지정도서 중 한 권이 ‘징비록’이다. 우리의 학생들이 읽고 토론하면서 현명한 판단의 문을 열 수 있는 지혜를 배워 적용해 주길 간절히 바래본다.
오여진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사무차장(서울상원초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