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27 07:31
언제부터인가 글을 쓰는 일이 재밌다. 20대 중반 논문을 쓸 때는 참 괴로운 일이었는데 30대 후반인 지금은 즐겁다. 물론 쉽지는 않다. 쓸 때마다 고민스럽고, 쓰고 나서도 뒤가 찝찝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아이들 일기장 답글 달아 주고도 괜한 말을 한 것 같아 며칠씩 고민한 적도 많다. 그래도 뭔가 내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이 즐겁고 의미있게 느껴진다. 아마 내 주견이 생기고, 마음에 하고 싶은 말들이 생기면서 글을 쓰는 게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읽고 싶은 책 목록들을 정리해 보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유시민의 추천도서 목록을 접하게 되었다. 이 목록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 소개되었다길래 집어 든 책이다. 글을 잘 쓰고 싶어 책을 찾은 게 아니었는데, 작가의 진솔한 말들에 빠져 참 재밌게 읽었다. 글 잘 쓰는 방법은 결국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당연한 방법들이었지만, 자꾸 글을 잘 쓰고 싶어지게 해 주었다. 부끄럽게도 대학원 졸업 이후로 글쓰기 이론이나 논증방법에 관한 책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런 책들을 다시 살펴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와 함께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도 생각해 보게 해 주었다.정리해 보면 우선 논리적인 글을 쓰기에 앞서 지켜야 할 규칙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말라 2.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라 3. 주제에 집중하라이를 예술적으로 잘 해내기 위해서 많이 읽고, 많이 쓰며, 쉽게 쓰고, 공감할 수 있게 써야 한다고 하였다. 공감할 수 있게 쓰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내면을 가지고 그에 걸맞는 삶을 살아내야 한다고. 책을 읽고 나서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쓰기'와 논증에 관한 여러 책들을 찾아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추가하였다.새삼스레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이 마구 솟아나지만, 어차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책 한 권 더 보고, 꾸준히 글을 쓰며, 생각한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것 그것뿐이다. 성급히 잘 하려고 애써 제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글쓰기에는 철칙(鐵則)이 있다2016.05.09 11:55
최근 인기리에 마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비롯해 수많은 드라마 및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있다. 국가 혹은 집단의 이해관계를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하는 갈등 상황이다. 먼 타국에 의료 봉사를 나간 선량한 여주인공이 극악무도한 범죄자에게 인질로 잡혀 있는데, 정치적 이해 관계 때문에 구해서는 안된다는 국가 지도자의 명령에 극중 인물들은 분노를 느낀다. 그런데 만약 드라마에서 인질로 잡힌 여성이 멋진 남자 주인공의 연인이 아니었다면, 실제로 그런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라인홀드 니버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인간이 한 개인으로서 도덕적이고 양심적일 수 있지만 집단이나 국가에 속하게 되면 이기적일 수밖에 없음을 역설한다. 종교적 힘도 집단이 가진 이기성을 완전히 벗게 하기 어렵고, 특권 계급 또한 집단에서 위선과 이기적 태도를 보이며, 피지배 계급도 집단의 틀에서 벗어난 윤리성을 지니기 어려움을 수많은 역사적 사례와 학자의 연구 결과를 들어 설득적으로 설명해 내고 있다. 집단이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책 속의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적 설명이 아니라도 삶 속에서 수없이 맞닥뜨리는 모순이며 인간이 지닌 어쩔 수 없는 한계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학교에서도 내 짝꿍이 하는 실수나 아픔에 대해서는 민감하며 호의를 베풀지만, 반별 게임 중 옆 반 친구들이 당하는 불이익이나 패배는 당연한 듯 여기며 매우 인색한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니버는 집단의 이런 속성을 깨닫고 현실적으로 정치, 경제, 군사적 힘을 인정하며 이를 적절히 사용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져 나가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집단의 구성원이 집단 밖에서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해 좀 더 도덕적이고 선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모든 인간이 집단에 속해 있으므로 인간의 이성과 도덕으로 쉽지 않은 일. 그럼에도 꾸준히 노력하여 해 나가야 하는 일이 집단의 이기성을 극복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 어쩔 수 없을 것 같은 일이지만, 꾸준히 책을 읽고2016.04.26 13:19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이후 업체들의 사과와 피해보상이 보도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주된 피해자들이 어린 아이와 임산부, 노약자인 것을 생각하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업체의 무지로 인한 사고였다 하더라도 조금만 입장을 바꾸어놓고 보면 진정성 있는 사과는 너무 당연한 것 같은데, 그조차 잘 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 든다. 요즘 정직, 책임, 배려, 공감, 소통, 협력 등 사회를 살아가는데 너무나 중요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쉽게 무시되는 인성덕목을 독서와 연결하여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 고민하던 중에 집어든 책 ‘배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교과서 같은 가르침인 것 같다. 배려의 조건으로 든 세가지는 행복, 즐거움, 성공. 행복을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솔직해야 하고, 즐거움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관점으로 볼 수 있어야 하며, 통찰력을 가지고 모두를 위한 배려를 할 수 있을 때 성공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주변을 돌보며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을 고민하고 실천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성공도 따라올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배려가 가져올 유익을 믿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경우를 많이 접하고, 악착같이 자기만 챙기고 남을 밟고 올라가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온 경험 때문인지 저 말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2016.04.11 07:52
8년 전쯤인 것 같다. 권정생 선생님의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을 보고 든 충격과 고민들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별 고민과 죄책감 없이 그저 열심히만 달려오다가 뒤를 돌아보기 시작하면서 집어든 권정생 선생님의 말들은 한마디 한마디 가슴에 와 박혔다. 그 책의 사진 속 허름한 집에 멍 하니 앞을 응시하는 권정생 선생님의 모습은 아직도 선명하게 머리 속에 남아있다. 그 사진을 얼마나 뚫어지게 한참을 쳐다봤었는지...... 그 후로 내가 읽는 책의 스펙트럼이 많이 바뀌었고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다는 것,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 것 같다.오랜만에 권정생 선생님의 글을 다시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의 진심어린 편지 속에 그분들의 길고 긴 고뇌가 마음에 담아지며 내내 쓰라렸다. 사람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오롯이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절실히 깨닫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확고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며 행복이 늘어날 것 같았지만, 오히려 반대인 측면도 크다. 확신이 들고 아는 게 많을수록 괴로움이 더 커지기도 한다. 누구나 하는 일상의 고민과 끊임없는 신체의 고통,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은 편지를 통해서 진정 순수하게 생각하는대로 살고자 한 권정생 선생님의 그 괴로움이 점점 더 가깝게 느껴지며 자꾸만 마음이 아팠다.2016.03.28 07:10
대학 시절 교육학 수업 때 과제로 읽었던 책 에밀. 사실 10년도 훨씬 더 지난 지금 읽었다는 사실 말고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에밀을 읽고 분석하며 연신 감탄한다는 친구 말이 생각나 다시 에밀을 집어 들었다. 10년이 넘는 세월은 같은 책을 지루함과 지겨움에서 격한 공감 내지는 흥미로운 의문 덩어리로 변화시켰다. 아이가 꽤 성장한 상태에서 육아 휴직을 감행했다. 주변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셋째가 생겼거나 돈이 많냐고 물어왔다. 그 무엇도 아니었기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곤 했었다. 한 달 가량 집에 있으면서 온전한 가정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근무가 끝나도 아이 하교 후 학원 한 두 군데만 끝나면 바로 함께 할 수 있는 축복받은 교직에 있다. 그런데도 그 온전한 주부 역할을 할 때와 일을 병행할 때 가정 분위기의 차이가 매우 컸다. 내 마음의 여유로움은 식단 변화부터 남편와 아이들의 심적 평안을 가져오는 듯 했다. 평일에도 공원이나 가까운 산에 자주 다닐 수 있었고, 아이들은 맘껏 뛰며 행복해했다. 내가 돌보지 못함으로 인해 보낼 수밖에 없던 학원을 정리하고 맞벌이로 인한 외식 등을 줄였더니 씀씀이도 많이 줄었다.2016.03.14 08:08
지난 해 아홉 살 난 우리 아들이 외삼촌 집에 놀러가서 조카에게 충격적인 말을 남겼다. “우리 엄마는 할머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항상 지금 같이 예뻤으면……. 엄마가 할머니가 되는 스무 살 정도에 그냥 엄마랑 같이 세상을 떠나버릴까봐.” 그 말을 전해 듣고 대체 내가 나이가 먹는 게 왜 그렇게 두려운지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뭔가 불안정하고 힘들었던 20대보다 편안하고 좋은 게 더 많았던 30대의 후반에 접어들며 40대는 더욱, 50대는 더더욱 지혜롭고 행복할 것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부모님이나 주변의 50~60대 선생님들을 보며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평안하고 행복해질 거란 기대는 아직은 30대인 나의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정신적·신체적 노화는 삶의 곳곳에서 무료함과 허무함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많은 노력도 필요할 것이리라.요즘에는 아동도서인 트리갭의 샘물에서부터 나니아연대기, 반지의 제왕 등에서 영원한 생명과 젊음, 환상과 모험, 절대적 여신 등을 소재로 하는 영화나 소설, 동화 등이 익숙하지만 1887년 당시에는 나름 혁신적이었던 헨리 라이더 해거드의 소설 ‘그녀’는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운을 남겼다.2016.03.03 09:31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늘 고민했던 부분은 아이들의 ‘무기력함’이다. 불성실하지도 않고, 크게 반항적이거나 못된 행동을 하지 않는데 너무 많은 아이들이 무기력해 보였다. 오히려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이 자율성을 요구하는 활동에 더 무기력함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어린이집에서 종일 일정에 맞추어 지내야 했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방과 후 부모님 퇴근 시간까지 일정에 맞추어 학원 및 방과 후 수업을 돌아야 하며, 틈나면 텔레비전이나 게임을 하는 아이들에게 자율성과 적극성, 창의성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덕목이다. 대안학교에서 40여년 교육 활동을 한 저자는 제도 교육이 부모의 바람과는 반대로 아이들을 길들이는 현상을 짚어 보며 그간 아이들을 믿고 내면의 야성을 살린 교육을 실천한 사례를 들어주고 있다. 곳곳에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현실적인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지난 10년간 나의 자녀, 나의 학생들을 열과 성으로 ‘길들이려고’ 노력하면서 얻은 결과는 끝없는 내려놓음이었다. 하늘로부터 주어진 인간 개개인의 특성을 엄마인 내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1년 동안 데리고 있는 아이들을 내 뜻대로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리석은 생각이었다.2016.02.18 11:33
여행의 만족도는 여행지의 특성도 중요하지만 동행자, 여행자의 마음상태, 여행의 주제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익히 경험해 왔다. 그런데 이번 겨울 제주도 여행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 및 여행지에 머문 기간 또한 여행의 만족도를 크게 좌우한다는 것을 경험한 계기가 되었다. 제주를 2박 3일씩 세 번 정도 다녀왔던 것 같은데, 이번 제주 여행은 그동안의 여행과 정말 느낌이 달랐다. 그간 여행과의 차이점은 떼 지어 2박 3일 이동할 때와는 달리 6박 7일 우리 가족 4명만 여행을 한 것과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꼼꼼히 읽고 갔다는 것.내가 덕이 부족한 탓인지 제주의 사랑을 받지 못한 탓인지 6일 내내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추워 예정대로 움직일 수 없었지만 우리 가족 모두 여행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우선 7일이나 머무른다고 생각하니 심적으로 여유로웠다. 산방산 옆에서 4일, 성산일출봉 바로 앞에서 이틀을 숙박하며 차로 30분 이내로 갈 수 있고, 이야기가 있는 곳 위주로 설렁설렁 움직였다. 책 읽은 내용을 떠올려 한라산, 산방산, 김녕사굴 등 여행지의 설화나 전설을 맛깔나게 들려줘 보고, 이중섭, 하멜, 김정희의 제주와의 연관성과 그네들의 삶에 대해 설명하고 발자취를 함께 보며 재미를 느꼈다.2016.01.19 17:30
세월이 흐르며 경계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지나치게 ‘감정적’이 되는 것이다. 교실에서도 가정에서도 사람들을 만남에 있어서도 너무 감정적이어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점점 더 내 감정에 함몰되지 않으려고 애쓰게 된다. 개인적인 성정이 솔직하고 감정이 표정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기쁨과 슬픔 등에 대한 표현이 큰 편이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우연히 만난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나와 좀 다른 입장을 가진 책이었다. 목차를 보고 스피노자가 말한 인간의 감정을 매개로 하여 유명한 세계 문학작품들 이야기를 하는 점이 흥미로워 읽기 시작했다. 사실 문학작품 소개를 보는 데 초점을 두려는 의도로 책을 집어 들었으나 읽을수록 내 의도보다 감정의 자유를 말하려는 작가의 철학에 빠져 한참을 고민하게 되었다. 500쪽이 넘는 책이지만 작가의 이야기가 흥미로워 쉽사리 책에서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작가는 자아를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지금 시급한 문제는 바로 자기감정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수많은 걸작 속 인물과 현실 이야기를 들어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현재 삶을 충만하게 하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한다.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끊임없이 의문이 드는 건 ‘수많은 인간들이 감정과 욕망에만 충실할 때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은 누구의 책임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였다.2016.01.05 11:59
“자세하고 친절하게 잘 가르치려는 것이 문제다.”혁신 학교에 처음 왔을 때 자율장학 수업을 보신 교장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그러면서 읽기를 추천하신 책이 바로 자크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이었다. 예전부터 읽어 보려고 했으나 내가 무지하여 추상적인 단어들의 의미가 정확히 잡히지가 않아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내려두곤 했었다. 그러다가 2년 동안 6학년 담임을 하고 나서야 자꾸 그 말이 밟혀 마음먹고 끝까지 읽어냈다.우선 아이들이 예전처럼 설명에 집중해내지 못하는 것을 인정해야했다. 나름 말을 재미있게 잘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수없이 자존심 구겨지는 상황들을 접하고, 이게 단순히 아이들이 산만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학생 주도의 수업을 한다고 자부했지만 실제 많은 부분에서 내가 주도권을 가졌던 것 같았다. 아이들이 즐거워하여 내가 많이 쓰던 활동이나 게임들 또한 배움으로 연결되지 못하거나 오히려 배움에 방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며 나의 교육활동 전반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이 책은 내 예상과 달리 ‘지능의 평등’에 대한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우월한 지능과 열등한 지능으로 인해 불평등이 존재하는데 교육을 통해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까 하는 논쟁에서 랑시에르는 좀 다른 논리를 내놓는다.2015.12.31 06:18
시간이 갈수록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생각과 현실적 책임감, 두려움 등으로 인해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가 어려워진다. 아니 사실 벌써 뭔가 귀찮아진 것 같기도 하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고, 자꾸 몸이 힘든 것 같은 내게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속 알란 엠마누엘 칼손 씨는 큰 재미와 생각거리를 안겨 주었다. 사실 그는 치열한 목적의식이나 욕심을 가지고 수많은 역사적 사건 및 뉴스에 연루되지는 않는다. 어릴 적 여러 아픔을 통해 ‘죽을 둥 살 둥 발버둥을 쳐도 결국 삶이란 건 자연스레 흘러가기 마련이라는 것’을 배우고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주어진 삶을 즐긴다. 그는 그저 고향에 가고 싶거나, 술 한 잔이 필요해서 황당무계하고 기상천외한 행동을 거침없이 해낸다. 어이가 없어 낄낄 웃어대면서도 알란 칼손에게 공감과 부러움이 느껴지는 것은 너무도 진지해 있는 내게 삶의 행복이 멀리 있지 않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 이 책은 배움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1905년에 태어나 2005년까지 생을 이어간 알란은 러시아 혁명, 스페인 내전, 세계 최초 핵실험, 중국 국민당과 마오쩌둥의 내전, 소련 핵실험, 한국전쟁, 프랑스 68혁명 등 수많은 역사적 사건의 현장에서 중심인물들과 함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낸다.2015.11.24 05:33
졸업을 앞둔 6학년 말 교실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도발한다. 물론 그 수준이 애교로 봐줄 만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수업 중 괴성을 지르거나 날 자신의 친언니 정도로 착각하고 벌이는 언행 등은 황당하여 할 말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일본의 세익스피어라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을 읽으며 우리반 아이와 주변의 유사한 인물을 떠올리고 웃음을 지은 적이 많았다. 도련님에 실린 세 편은 모두 자전적인 소설이라 그런지 마치 작가가 모닥불 앞에 오손도손 앉아 자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분이었다. 그는 평범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친구로부터 겁쟁이라는 말이 듣기 싫어 2층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칼이 잘 든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자신의 손가락을 자를 정도로 무모하다. 20대 학교에 첫 발령 받아서도 교장 선생님이 교사로서 바라는 것들을 이야기하시자 시키는 대로 못 하겠으니 임명장을 돌려주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솔직하기도 하다. 이야기의 주 무대는 첫 발령을 받은 시골 중학교다. 그는 권력과 부조리의 상징인 교감 빨간 셔츠와 미술 교사 떠버리에게 맞선다. 그는 교사로서 이런 저런 것들을 요구하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속으로 ‘그렇게 잘난 사람이 월급 40엔 받고 이런 촌구석까지 왜 오겠냐? 인간이 다 거기서 거기지, 열 받으면 한판 붙기도 하는 거지.2015.10.13 06:12
우리 학교 6학년 선생님들은 수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6학년 전체의 생활지도에 도움이 되고자 1년에 두세 차례 교환 수업을 한다. 엊그제 옆 반 수업을 하고 교실에 돌아왔더니, 우리 반 수업을 하셨던 선생님께서 지치고 상기된 얼굴로 교실붕괴의 장면을 보시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산만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너무 관대했을까?’, ‘어디부터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집단 상담을 해야 하나?’그 수업 후 아이들이 모두 하교하여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고, 긴 연휴에 들어가며 집에 돌아와서도 해결방법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잘 떠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집어 든 책이 ‘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였다. 여름 방학이 지나고 몰라보게 훌쩍 커버린 아이들, 수학여행이 지나고 이성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사춘기의 냄새가 물씬 나던 터였다. 학기 초에 절반 정도 읽었었는데 다시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책을 덮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연휴를 좀 여유로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다. 당연히 반성과 대책을 세우지만, 자책이나 고통, 치열함으로 해결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다.2015.09.17 07:22
아이들과 학급 규칙을 정하거나 학년 다모임을 할 때면 절로 웃음이 나올 때가 많다. 엊그제 우리 6학년 일부 여학생들이 가을이 된 지금까지 끊임없이 짧은 반바지를 입거나 화장을 허용하자고 주장하여 또 회의가 열렸다. 그럴 때마다 거의 모든 남학생은 무조건 반대한다. 어느 순간 성별 대결이 되어 거수를 할 때 한 명이라도 많은 성별이 있는 쪽이 유리해지는 상황이 볼 때면 귀엽기도 하면서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꽤 다수의 남학생들이 어차피 자신이 화장을 하거나 짧은 반바지를 입지 않으니 그 내용을 들을 필요도 없이 반대를 하고, 남학생들이 반대를 하니 자신이 여학생 편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여학생은 의견을 판단하지 않고 무조건 여학생 편에 손을 드는 것...2015.08.25 05:00
무더위에 방학, 각종 여행과 모임이 생겨나는 8월. 신 나는 휴가 기간이자 흐트러짐의 달이다. 한 학기 아이들과 씨름하며 여유로움과 쉼이 필요한 시기이긴 하지만, 흐트러진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나도, 아이들도 생활 리듬이 깨지고 독서나 공부도 많이 소홀해지며, 예배에 빠지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유난히 많이 흐트러졌던 이번 여름에 집어 든 십대를 위한 '고전 콘서트'는 마음의 안정과 함께 고전을 읽고자 하는 욕구를 다시금 불태워주었다. 의미를 찾기 힘들면 선뜻 뭔가 하지 못하는 내게 그 의미라는 것이 생각하면 할수록 미궁이었다. 내 일과 삶의 의미를 나름 강하게 부여하며 살았는데 내가 부여한 의미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들자 모든 일에 의욕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만난 '난중일기', '월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해설은 내가 의미를 부여한 과정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상상만 해도 가슴이 저미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홀로 의연히 견뎌낸 이순신. 늘 고독해야 했던 그가 그 고독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진짜 힘을 얻었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는 데이비드 소로, 니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월든 호수에서 고독의 시간을 보낸 소로는 그 안에서 자기 내면을 더 강화했을 것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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