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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39)] 찰스 디킨스의 영국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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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39)] 찰스 디킨스의 영국사 산책

사실 내가 영국사에 관해 관심을 두어야 할 필연적 이유나 동기는 없다. 그러다 보니 영국 역사를 정면으로 다룬 책을 구태여 찾아 읽을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요즘 '찰스 디킨스의 영국사 산책'을 읽고 있는 이유는 '영국사'가 아니라 '찰스 디킨스' 때문이다.

찰스 디킨스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초반에 배경처럼 지나가는 강아지도 나중에는 이야기 전개에서 결정적 한 부분으로 짜여 들어가는 솜씨는 디킨스 소설의 특징을 이룬다. 그래서 나는 디킨스의 소설을 좋아한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읽은 대목은 사자심왕 리처드 1세 이야기다. 아버지 헨리 2세에게 불효막심하던 리처드는 빨리 왕이 되고 싶은 마음에 수차례 반란과 화해를 거듭한 참이다. 디킨스는 "앞에서 봤듯이 리처드는 오랜 시절부터 아버지를 배신했지만, 막상 입장이 바뀌어 왕이 되고 보니 배반이란 것이 얼마나 몹쓸 짓인지 알게 되었다."라고 리처드의 마음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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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까지 내게 흥미를 끈 대목은 켈트 족의 생활상, 색슨 족의 진출과 데인 족의 침략, 드루이드교의 유래, 정복왕 윌리엄이 잉글랜드에 진출하게 된 경위였다. 특히 색슨족의 진출 부분은 오늘날 앵글로색슨 족으로 일컫는 영국인의 기원을 다룬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혼란과 전쟁이 있었는지도 전한다. 호의로 색슨 족의 정착을 허락했던 브리튼 인은 웨일스와 데번셔, 콘월 등지로 쫓겨났고, '아서 왕의 성터'라는 이름의 오래된 유적을 남긴다.
나는 영국사를 읽기 시작하면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와의 역사적 관계를 좀 더 잘 알게 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 부분의 비중은 작다. 아마 찰스 디킨스가 설정했던 집필 방향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A Child’s History of England'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전문적인 역사책으로서가 아니라 눈높이는 낮춰 역사를 친근하게 다루려는 데 목적을 두었다. 그래서 번역 제목도 영국사 산책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역사로서 격이 떨어진다고 평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역사란 결국 해석이라는 상식을 동원해보자면, 찰스 디킨스의 시각을 충실하게 담겼어도 나무랄 일이 아니다. 덧붙여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디킨스의 특징 곧 하층민에 대한 연민, 세밀한 묘사, 정감 어린 태도가 돋보인다는 점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김우영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회원(경기 안양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