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카페에서 띄우는 인문학 편지(24)]
스스로에게 던지는 긍정의 메시지크고 작은 도전을 잘 이겨내는 힘
그루야, 오늘 이렇게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진 날씨에 목감기가 자주 걸리는 너를 걱정해 본다. 점심시간에 교무실로 오면 따끈한 국화차 한 잔 줄 테니 꼭 오너라. 이틀 후면 훈민정음 반포 568돌이 되는구나. 가을, 한글날, 글쓰기 대회 등 학창 시절을 보낸 한국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들이 요즘은 더 간절하고 의미 깊게 다가온단다. 역사와 문화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지난 것들의 소중함, 그리고 우리말을 우리글로 맘껏 표현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그루야, 오늘 마지막 수업을 하면서 그루 너의 표정을 보니 기분이 꽤 좋아 보이더구나. 오랜만에 공휴일인 한글날에 부모님, 동생과 함께 축제를 보러 가고 싶다며 나에게 축제를 추천해 달라고 했었지? 가을엔 전국적으로 많은 축제가 열리겠지만 선생님은 그루에게 거제의‘청마꽃들축제’를 추천하고 싶어. 기숙사 생활 때문에 매일 학교에 매여 공부한다고 힘들었지? 화창한 가을 날씨에 형형색색의 꽃들을 구경하면서 청마기념관을 둘러보면 좋을 것 같구나.
시인이자 교육자로 활동하며 한국 문학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청마 유치환은 거제시 둔덕면에서 태어났어. 1931년 문예월간 제2호에 시‘정적(靜寂)’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한 후 1939년 첫 시집‘청마시초’를 비롯한 13권의 시집과 3권의 수필집을 발간했단다.
특히 ‘깃발’‘행복’등 많은 명작시를 남긴 한국 문단의 거목이기도 하단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니라.
오늘도 나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랑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을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유치환, ‘행복’
청마 유치환의‘행복’이라는 시를 살펴보면 사랑받기보다 사랑하는 것의 소중함과 행복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단다.
청소년들은 사춘기가 되면 가족들과 대화가 줄어들고 부모님과 함께 나들이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그런데 그루는 “부모님과 함께 축제를 보러 가서 참 좋아요”라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행복’이라는 시처럼 사랑하는 것을 실천하는 것 같아 참 대견스러웠단다.
이번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하면서 그루 네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집중이 잘 되고 행복한지? 어떤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그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지지해 주는 든든한 가족이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고 고등학교 생활을 했으면 좋겠구나.
그루야! 혹시 플로우(flow)라고 들어봤니? 플로우(flow)란 그 활동이 주는 즐거움 때문에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그 활동을 하려는 것으로 행위에 완전히 몰입된 집중 상태를 말한단다.
심리학자인 Csikszentmihalyi(칙센트미하이)는 사람들이 가장 즐거울 때 어떻게 느끼고 왜 그렇게 느끼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특정한 활동에 즐거움을 느끼며 몰두하는 수백 명의 미술가, 운동선수, 음악가, 체스마스터, 외과 의사들을 인터뷰한 후 내용을 분석하였단다. 그 결과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느끼는 즐거움의 핵심은 ‘플로우 경험(flow experience)’이라는 것을 발견했지. 청마 유치환도 창작이라는 작업이 힘들었겠지만 플로우 경험을 통해서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멋진 시를 쓴 게 아닐까?
이미지 확대보기플로우 모형을 보면 과제의 도전 수준이 자신의 기술 수준보다 너무 높은 경우에는 불안을 느끼고 반대로 과제의 도전 수준이 자신의 기술 수준보다 너무 낮은 경우에는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지.
과제의 도전 수준과 자신의 능력이나 기술과의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질 때 플로우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활동에 몰두해 있을 때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빠져 있는 경우가 바로 플로우 상태란다.
플로우 모형을 통해 심리학자인 Csikszentmihalyi(칙센트미하이)는 우리가 매일같이 하는 활동에서 적절한 과제의 도전 수준과 기술 수준의 조화만 이루면 외적 보상이 없이 활동 자체가 목적이 되고 보상이 되는 즐거운 활동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지.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하는 공부도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또한 그는 플로우 경험이 제공하는 이득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고 했단다. 사람들은 플로우 경험을 할 때 행복하고, 삶의 질이 플로우 경험에 달려 있으며, 플로우 경험은 창의성과 탐구, 재능 개발, 자존감, 스트레스 감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지.
대한민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치열한 대입제도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행복지수는 낮아지고 학업 스트레스는 점점 높아지고 있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플로우 상태에 들어가서 학업을 놀이로 만들 수 있을까?
그루야! 먼저 너에게 적절한 수준의 과제에 도전하는 것부터 해보자. 그리고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과제에만 집중하면서 몰입 경험을 시작해 보자. 더불어 학업에 관련된 과제 수행을 할 때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찾고 만들어 보렴. 혼자서 이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힘에 부칠 때 주위의 친한 친구나 가족들에게 너의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해 보는 건 어떨까?
그런데 과제 수행에 실패하더라도 너의 능력보다는 노력 부족으로 원인을 돌리고 다시 도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구나. 다음번에는 좀 더 노력하면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로 과제 수행에 좀 더 집중하게 될 거야.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긍정의 메시지를 준다면 크고 작은 도전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항상 그루를 응원하는 친구들과 부모님, 선생님이 있다는 걸 기억해 주렴.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고 다음 편지에서 만나자.
2015년 10월 7일
달빛로에서 터기쌤 오수민(그루터기 100년 학교 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