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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49)] 전두엽 리모델링 중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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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49)] 전두엽 리모델링 중이라는데

우리 학교 6학년 선생님들은 수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6학년 전체의 생활지도에 도움이 되고자 1년에 두세 차례 교환 수업을 한다. 엊그제 옆 반 수업을 하고 교실에 돌아왔더니, 우리 반 수업을 하셨던 선생님께서 지치고 상기된 얼굴로 교실붕괴의 장면을 보시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산만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너무 관대했을까?’, ‘어디부터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집단 상담을 해야 하나?’

그 수업 후 아이들이 모두 하교하여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고, 긴 연휴에 들어가며 집에 돌아와서도 해결방법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잘 떠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집어 든 책이 ‘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였다. 여름 방학이 지나고 몰라보게 훌쩍 커버린 아이들, 수학여행이 지나고 이성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사춘기의 냄새가 물씬 나던 터였다. 학기 초에 절반 정도 읽었었는데 다시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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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책을 덮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연휴를 좀 여유로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다. 당연히 반성과 대책을 세우지만, 자책이나 고통, 치열함으로 해결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다. 전두엽의 대대적인 개조, 뇌의 신호전달을 도와주는 미엘린화의 활발한 진행,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기이기에 할 수밖에 없는 비정상적인 행동이라는 데 어쩔 것인가. 책 속의 사례에 숱하게 등장하는 청소년들처럼 술, 담배, 마약, 성관계가 아니라 교실에서 소리 지르기, 돌아다니기, 반항하기 정도로 일탈해주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안도감마저 느껴진다.

답답한 것은 이 아이들의 뇌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에 접해야 할 자극의 방향이 옳지 않은 데로 갈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있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늦잠을 잘 수 없고, 마음껏 뛰놀며, 고민할 수 없는 시간적·공간적 상황이 인생에 치명적일 수 있는 옳지 않는 자극의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나 또한 나름 6학년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과 자극을 이끄는 프로그램을 생각하여 투입하는데도 그 활동에 생기 있게 반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학원에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아 진지하게 활동에 임하기보다 뭔가의 분출구로 활동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책 마무리에 번역자가 한 말이다.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나는 이 아이들을 이해하고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정리해 봐야 될 것 같다.

“고등학교와 대학과 학부모가 ‘교육의 3주체’라는 말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고, 어떤 것이 중요한 이유는 오로지 ‘시험에 나오기 때문’인 세태에서 ‘결국 뇌가 원하는 게 노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만약 맘껏 놀 수 있을 때’ 뇌가 가장 잘 자란다면? 우리 사회가, 그리고 ‘교육의 3주체’와 청소년들이 이 책에서 희망의 한 편린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여진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사무차장(서울상원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