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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삶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가슴 벅차게 맞이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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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삶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가슴 벅차게 맞이하렴

[북 카페에서 띄우는 인문학 편지(25)]
너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 봐

무엇이 그루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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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야! 교정에 알록달록 낙엽이 구르고 어느 집 담 너머엔 감나무가 발갛게 익어가는 가을이 성큼 왔네. 오랜 세월 인내하며 달려온 이제 중요한 선택의 날이 가까이 다가왔구나. 11월이 가까이 오니 예비 소집일에 몇 번이나 시험교실을 확인하고 새벽 일찍 머리도 안 감고 시험장에 갔던 수능 날의 기억이 떠올라서 그루 생각을 많이 했어.

영화 '모터사이클다이어리'이미지 확대보기
영화 '모터사이클다이어리'
연휴에 영화를 보았는데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와 <와일드>라는 영화야. “당신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무엇입니까?”라는 카피로 소개하는 영화를 보면서 나는 삶을 바꾸는 터닝 포인트에 대해 생각해 봤어. 인생에는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청년 ‘퓨세’의 인생을 뒤흔든 생생한 여행의 기록을 친구 알베르토가 들려주는 일기 같은 영화야. 1952년 스물셋 의대생 에르네스토 게바라와 스물아홉의 생화학을 전공하는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포데로사’라고 이름 붙인 낡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아르헨티나와 칠레, 페루를 가로지르는 8000㎞의 여정 라틴아메리카로 여행을 떠나. 여행을 계속하는 두 청년은 길에서 다양한 사람과 만나게 돼. 땅을 잃고 일자리를 찾아서 거대한 광산으로 향하는 가난한 부부, 침략자의 흔적이 뚜렷한 고대 도시 쿠스코에서 마주친 가난한 인디오들, 정글 사이에 외따로 떨어진 섬에서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는 산파블로의 나환자촌 사람들. 다섯달 동안 여행하면서 지금까지 알던 현실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세상의 불합리함에 분노해. 순진한 의학도 청년 퓨세는 여행 길에서 체 게바라는 새로운 혁명가의 길을 걷게 된 거야.
두 번째 영화 <와일드>는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자기 체구만한 커다란 배낭을 등에 짊어지고 투덜거리며 힘겹게 걷고 있는 한 젊은 여자의 여행 이야기야. 1995년 셰릴 스트레이드는 정신적인 지주였던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마약과 섹스에 빠져 방탕하게 생활하다 남편과도 이혼을 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고 홀로 94일간 ‘악마의 코스’라 불리는 멕시코 접경에서 캐나다 접경까지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4285㎞의 구간을 여행하면서 삶의 상처를 치유하고 작가가 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야. ‘몸이 그대를 거부하면 몸을 초월하라(에멀리 디킨슨 & 셰릴스트레이드)’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어. 견디기 힘든 한계 상황을 이겨낸 셰릴 스트레이드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더구나.

영화 '와일드'이미지 확대보기
영화 '와일드'
선생님은 영화를 보면서 “무엇이 당신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까?”라는 질문을 내게 던져 보았어. 내 삶의 터닝 포인트들을 생각해 보니 무수한 선택의 연속이더구나. 내가 한 선택들이 ‘운명'이었을까?’라는 생각도 하면서 ‘세렌디피티(Serendipity)’란 말을 떠올렸어.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행운’의 다른 말로 알려져 있지. 영국의 18세기 문필가였던 호레이스 월폴이 만든 이 단어는 우연히 예기치 않게, 운수 좋게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는 능력을 가리킬 때 쓰인단다. 호레이스 월폴은 1754년 1월 28일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세렌딥(스리랑카의 옛 이름)의 세 왕자』라는 동화에 나오는 왕자들이 ‘그들이 미처 몰랐던 것들을 항상 우연하면서도 지혜롭게 발견’하는 모습에서 이 단어를 만들었다고 전했지. 우리가 미처 찾을 생각도 못하고 있을 때 귀중한 것을 발견하는 우연한 기회가 세렌디피티라면, 이 기회를 얻은 운 좋은 발견자는 최소한 자신이 발견한 것의 창조적인 가능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에디슨이 등사판의 아이디어를 우연히 떠올렸을 때, 그는 다른 것을 발명하려고 애쓰던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아이디어가 중요한 발견임을 깨달을 만큼 좋은 감각이 있었고 곧바로 그 용도를 찾아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은 전혀 상관이 없고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까지도 관심의 영역을 넓히고 그 속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눈여겨볼 자세가 되어 있다면 우연한 발견의 행운, 세렌디피티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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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과정을 통과해야 하는 그루에게 ‘당신의 터닝 포인트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세계 석학 78명의 답을 엮어낸 『준비된 우연』이란 책을 추천할게. 78명의 세계 석학들이 답한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순간’에는 몇 가지 비밀이 있다. 첫째 기회를 알아보는 관점이 있었다는 것, 두 번째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었다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에게 터닝 포인트는 오랫동안 많은 노력으로 기다려온 ‘준비된 우연’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 인정받는 사람들도 어느 한순간 힘든 선택을 했고, 그들의 운명을 지금 현재로 이끈 결정적 순간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책이야. 그루야.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
그루야. 선생님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선택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 터닝 포인트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평범하게 때로는 강렬한 경험으로 오기도 해. 중3과 고3 시절이 두 갈래 길에서 선택해야 하는 터닝 포인트였지. 지금 돌이켜보면 그 선택이 나의 삶을 바꿔 놓았어. 하지만 그 당시에는 불면의 밤을 보내며 힘들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최선의 선택을 했던 것 같아. 지금은 선생님의 길을 걸으면서 그루와 더 많은 그루들을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겠지. 무수한 시행착오와 실수를 하면서 배운 것은 자신이 선택하고 행동한 것이 자신의 모습이라는 거야. 그리고 늘 경험 속에서 배운 것은 잊히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나에게 기회를 주고 나를 성장시킨 것은 사람들과의 인연이었어. 어떤 힘든 선택도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들이 있더라. 그래서 책을 많이 읽었어. 다른 이의 삶 속에서 건져 올린 보석들은 그루의 몫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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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야. 선생님도 이제 두 번째 터닝 포인트를 돌아 세 번째 터닝 포인트를 맞고 있어. 그 길은 오래 꿈꾸던 여행길이야. 조지훈의 <승무>를 통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알았고, <돌의 미학>이란 수필을 통해서 우리말과 우리문화의 정신과 뿌리에 대해서 생각했어. 그리고 우리 민족의 시원인 백두산 천지, 바이칼 호수와 몽골,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 길을 통해 동유럽의 관문인 터키를 여행하는 것이 내 오랜 꿈이야. 사소한 지식도 준비됐고, 언어도 준비 중이고, 어느 곳에서나 무기가 될 미모도 준비했는데 중요한 시간이 없어 미루고 또 미루고 있네^^

그루도 선택의 갈림길에서 초조하고 고민하겠지. 그럴 땐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 봐. 무엇이 그루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그리고 너의 선택을 믿어. 너는 호기심 많고 지혜롭고 길을 정하면 행동파니까. 그루야! 선생님이 행운의 주문으로 늘 너의 가슴 뛰는 꿈을 응원할게. 하쿠나 마타타♣♣♣

2015년 10월 14일
달빛로에서 터기쌤 김희지(동광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