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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51)] 나비들이 날아간 풍경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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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51)] 나비들이 날아간 풍경 속에서

독일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하던 당시 체코 프라하에서 60㎞ 떨어진 곳에 테레진 또는 테레지엔슈타트라 불리는 게토(유대인 거주 지역)가 있었다. 아우슈비츠로 가는 중간 기착지이기도 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로 유명한 빅터 프랭클도 그곳을 거쳤다.

홀로코스트 당시 외부에는 이곳이 매우 행복하고 안락한 게토로 보였다. 나치는 테레진을 무대로 홍보 영화를 찍었고, 심지어 적십자사를 초청하여 내부 시설을 보여주기도 했다. 적십자사는 그곳에서 멋진 카페와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며 감명을 받는다. 아울러 가짜 은행, 유치원, 상점을 만들었고, 유대인들에게 자신들이 잘 지낸다고 말하도록 훈련했다. 덕분에 테레진이 일종의 휴양소 같은 곳이라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적십자 대표단이 떠나자마자 공연을 했던 아이들은 나치에 의해 처형되었다. 다른 유대인들도 배고픔과 고통 속에서 죽거나, 아우슈비츠로 이송되어 죽었다.

테레진에 대한 기록을 읽다 보면 인간의 잔인함, 권력의 폐해, 도덕적 무능력감, 일상이 갖는 역사적 무게감 같은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된다. 풀리지 않는 이런 딜레마는 역사 속에서 너무나 반복됐기에 거론하는 것조차 덤덤해진다. 하지만 테레진에는 교육의 본질을 놓고 따져볼 대목이 있다. 그 중심에는 프리에들 디커-브란데이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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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에들은 바우하우스에서 공부하고 가르친 바 있는 예술가였다. 유대인이었던 프리에들은 남편과 함께 테레진에 수용되었다가 1944년 9월 아우슈비츠에서 생을 마감한다. 프리에들은 테레진에서 함께 수용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쳤는데, 엄격한 예술적 기준을 적용하여 작품을 만들도록 지도했다. 특수한 상황인 만큼 평상시와는 다른 소일거리가 되도록 가르친 게 아니라 예술이 요구하는 기본기에 충실하도록 지도했다.
어떻게 보자면 교육은 먹고사는 문제에 덤으로 주어지는 부수적인 활동인 듯싶다. 우리 상황처럼 교육의 도구적 측면이 두드러지면 더욱 그런 느낌을 강요받게 된다. 쉽게 말해 먹고살 만해야 교육도 가능하다 생각한다. 그것도 예술을 가르치는 일은 삶의 평안함이 배경에 깔려야 한다는 사고를 강요받는다. 관점을 지닌 사람이라면 프리에들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이야기는 가르침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곧 인류가 쌓아온 지적 결과물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역할이 교육의 책임을 이룬다는 점이다. 외부 상황이 어떠하든 곧 전쟁 속에서도, 자연재해 속에서도 가르침은 평상시처럼 이루어져야 한다. 거시적으로 보자면 인류가 생존해온 비결은 바로 평상심을 유지한 꾸준한 가르침 덕분이다. 그중에서도 예술은 인류가 자신의 정신적 생존을 위해 투쟁하듯 벼리고 벼려 만들어낸 방편의 집약이다. 그런 만큼 정신이 위기에 몰렸을 때는 제대로 된 예술을 통해 이겨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프리에들의 교육은 바로 그런 점을 집어냈다.

프리에들은 홀로코스트를 이겨내지 못한다. 지도를 받던 아이 대부분도 그랬다. 1만5000명 중 100명 정도만 살아남았을 뿐이다. 하지만 당시 아이들이 남긴 그림과 글은 프리에들 덕분에 잘 정리되어 지금까지 전해졌다. 작품에는 아이들이 느낀 두려움, 슬픔, 작은 위안, 감정의 정화 등이 전해진다.

‘더 이상 나비들은 보지 못했다’는 이런 사연이 담긴 작품 중 일부를 소개한 책이다. 그중 책 제목으로 사용된 파벨 프리에드만의 시는 다음과 같다.

마지막, 정말 마지막
그렇게 선명하고, 밝은, 눈부신 노랑
태양이 흘린 눈물이 흰 바위로 떨어지며 노래한다면 그럴까

그렇게, 그렇게 노란 것이
가볍게 위로 휙 날아올랐다
떠나 버린 것이 분명하다
세상에 작별인사 키스를 하고 싶어했으니까

일곱 주 동안 나는 여기에 살았다
게토 안에 갇혀서
하지만 이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었다
민들레는 나를 부르고
뜰의 밤나무는 가지를 뻗는다
하지만 더 이상 나비들은 보지 못했다

그 나비가 마지막이었다
이제 여기에 나비는 살지 않는다. 이 게토에는

김우영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아침독서편지 연구위원(경기 안양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