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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84)] 무모하지만 사랑스러운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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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84)] 무모하지만 사랑스러운 도련님

졸업을 앞둔 6학년 말 교실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도발한다. 물론 그 수준이 애교로 봐줄 만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수업 중 괴성을 지르거나 날 자신의 친언니 정도로 착각하고 벌이는 언행 등은 황당하여 할 말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일본의 세익스피어라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을 읽으며 우리반 아이와 주변의 유사한 인물을 떠올리고 웃음을 지은 적이 많았다. 도련님에 실린 세 편은 모두 자전적인 소설이라 그런지 마치 작가가 모닥불 앞에 오손도손 앉아 자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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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평범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친구로부터 겁쟁이라는 말이 듣기 싫어 2층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칼이 잘 든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자신의 손가락을 자를 정도로 무모하다. 20대 학교에 첫 발령 받아서도 교장 선생님이 교사로서 바라는 것들을 이야기하시자 시키는 대로 못 하겠으니 임명장을 돌려주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솔직하기도 하다. 이야기의 주 무대는 첫 발령을 받은 시골 중학교다. 그는 권력과 부조리의 상징인 교감 빨간 셔츠와 미술 교사 떠버리에게 맞선다. 그는 교사로서 이런 저런 것들을 요구하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속으로 ‘그렇게 잘난 사람이 월급 40엔 받고 이런 촌구석까지 왜 오겠냐? 인간이 다 거기서 거기지, 열 받으면 한판 붙기도 하는 거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그는 쉼 없이 어설프게 부조리한 권력에 맞서 한판 붙는다.

거칠고 외로운 그에게 늘 따스함과 의지가 되어 주었던 이는 한결같이 그를 지지하는 늙은 가정부 기요다. 기요는 부모님도 내놓은 그에게 부모 이상의 헌신과 사랑을 보여준다. 그가 성장하고 과거를 성찰하며 나아갈 수 있는 건 분명 그 사랑의 힘일 것이다. 배우지도 못하고 늙었지만 유일하게 주인공의 인정을 받는 기요를 보며 사랑의 힘이 갖는 위력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날 황당하게 만드는 우리 반 아이들도 기요와 같은 사랑 속에 성장하고 성숙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속 끓일 일도 아니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 성숙하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어차피 되지 않으니 따르거나, 부드럽게 치밀하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것이 성숙은 아닐 것이다. 주인공의 행동이 어설프고도 우습기도 하지만, 소설 속 끝물 호박처럼 부조리하다고 느끼고도 좀처럼 입을 열지 못하는 나로서는 부럽기도 하다.
오여진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사무차장(서울상원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