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비해 우리나라는 변화가 너무나 심합니다. 체코에서는 150년 이상 운영하던 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고작 2~3년 정도에 걸쳐 운영하다 그만두는 식당이 많으며, 요즘에는 점점 더 대형 외식산업의 입점이 많아져 획일화된 맛이 우리 입맛을 지배하고 있으니 앞으로 특정 식당의 고유한 손맛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줄리 & 줄리아'에 나오는 주인공 두 사람을 보면 사람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파는 일은 경제적 행위 그 이상의 것으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과 맞먹는데 만약 자영업자가 점점 사라진다면 이러한 자부심을 갖고 요리를 하는 셰프조차 남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서운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줄리 & 줄리아'는 줄리 파월이 미국에서 프랑스 요리 고전으로 꼽히는 줄리아 차일드의 '프랑스 요리 예술의 대가가 되는 법'에 실린 524가지 요리를 1년 동안 만들고 블로그에 올리는 '줄리 & 줄리아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유쾌한 에세이입니다. 줄리와 줄리아는 모두 실제 존재했던 인물로 요리의 문외한이며 평범한 주부였지만 프랑스의 요리를 미국 사람들이 쉽게 요리할 수 있도록 알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이 이야기는 출간 직후에 메릴 스트립과 에이미 애덤스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세계적으로 방영되기도 하였지요.
이 책의 도드라진 특징은 단순히 요리의 의미를 설명하고 레시피를 소개하는 수준이 아니라 저자의 인생과 가족 이야기가 함께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줄리 파월은 요리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결혼 생활도 시들하고 직장 생활도 무기력하여 영혼이 병드는 느낌과 단절된 기분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을 발견하고는 마치 아버지가 욕실 서랍장에 감춰둔 성인 책을 몰래 훔쳐봤던 짜릿함을 느끼면서 그 책에 실린 요리 하나하나에 도전을 하게 되지요. 그러면서 그녀는 가능성이라는 비밀의 문을 여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음식을 만들어 주변사람들과 함께 나누면서 인생의 맛과 향이 더해지게 됩니다.
최근 방송매체를 통해서 쉽게 스타 셰프들을 만날 수 있고 맛있는 요리를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셰프를 꿈꾸며 조리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들에게 자신의 손기술을 갈고 닦으며 손맛을 발휘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자영업 식당이 재벌기업에 밀려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신자유주의의 약탈적 자본주의로 골목상권까지 재벌기업이 밀고 들어와 소형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그들의 철학과 맛으로 승부를 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대자본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통해, 이 땅의 수많은 셰프들에게 줄리와 줄리아처럼 사랑을 담아 음식을 만들어 나누며 인생의 맛과 향을 더해갈 수 있도록 그들만의 주방을 선물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