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14 13:41
내가 살아오는 동안 나의 그리움을 가장 많이 자극한 분은 지금 이 세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다만 나의 마음속에 존재합니다. 그분은 나의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은사님인데, 지금은 어른이 된 내 아이의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우연한 기회에 뵙게 되었습니다. 그때 내 아이의 두 손을 마주잡고 눈을 맞추면서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해 말씀해주시는 것을 보고 어떻게 저렇게 나를 많이 기억하고 계시는지 참으로 놀라웠고 존경스러웠습니다. 그 후 은사님과 나는 몇 년 간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제지간이라기보다는 큰언니나 친정엄마처럼 다정하고 허물없는 관계로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은 파견근무 차 미국으로 가시는 사부님을 따라 가시고, 얼마 후 나 또한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가게 되어 선생님과 가까이 있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전화와 메일로 연락을 하며 지냈습니다.그런데 어느 날 받은 뜻밖의 메일은 선생님이 쓰신 것이 아니라 사부님이 쓰신 것으로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선생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나는 그때 비로소 알았고, 허무하게 가신 선생님을 조문조차 할 수 없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죽음은 생명을 끝내지만 관계까지 끝내는 건 아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 나오는 죽음에 대한 모리 교수님의 이 말은 나와 은사님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비록 지금 세상에는 계시지 않지만 나에게 그리움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관계란 무엇인지 등 인생의 크나큰 의미를 가르쳐주시고 영원히 내 마음 속에 계십니다. 마치 모리 교수님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고 경쟁적인 삶 속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것들을 미치에게 조곤조곤 가르쳐주듯 나의 은사님은 내 인생의 진정한 스승으로서 내 삶에서 놓치기 쉬운 많은 것들을 되찾아주고 있습니다. “묘비에 뭐라고 적으면 좋을지 결정했네.” 교수님이 말했다. “묘비 얘기 같은 건 듣고 싶지 않아요.” “왜, 마음이 초조해지나?” 나는 어깨를 으쓱2016.04.30 11:16
얼마 전 4월이 막 시작될 무렵, 서울 성동구에 있는 무학여고에 진로독서 강연을 다녀왔습니다. 당초 계획은 90명 정도가 대상이었는데 신청자가 200명이 넘어 진로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쉬지 않고 2시간 동안 다른 활동 없이 가만히 앉아서 강연을 들어야만 해 별로 재미가 없을 텐데 아이들은 고맙고 기특하게도 귀를 기울이고 함께 호흡을 맞춰주었습니다. 이제 성인으로 접어들 나이인지라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야 대학 진학 시에 유리하다는 선생님들의 조언 때문인지 아무튼 성황리에 강연을 마치게 되어 나름 뿌듯했습니다. 이날 강연 내용은 ‘꿈을 찾는 진로독서와 글쓰기’로 진로독서가 왜 필요하며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진로와 관련된 도서는 어떻게 선정해야 하며 어디에 초점을 맞춰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진로노트 작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진로독서 계획 세우기인데 그 중에서도 첫 단계인 ‘나의 이해와 진로’ 관련 도서 선정의 사례로 #LB@LT!수레바퀴 아래서#LB@GT!를 이야기할 때입니다. 비록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멀지만 현실적으로 공감요소가 많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던 듯합니다.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LB@LT!수레바퀴 아래서#LB@GT!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의 일과를 보면 숨이 턱 막힙니다. 오후 4시까지 계속되는 수업 시간에 연이어 교장 선생님 댁에서 이루어지는 그리스어 과외 수업, 6시에는 목사님의 도움으로 라틴어와 종교 공부를 복습해야 하며, 일주일에 두 번은 수학 선생님께 지도를 받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한스의 일과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하여 밤 10시가 넘도록 학교 공부를 하고, 학원교습이나 과외 등의 사교육을 받는 우리나라 아이들의 일과에 비하면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은 아닙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한스 기벤라트는 슈바르츠발트라는 마을에서 가장 영리하고 출중한 아이이기에 스2016.04.16 08:37
꽃놀이로 주말이면 도로가 어김없이 막히고, 꽃물결보다 더 많은 사람물결이 일렁거려 제대로 꽃구경을 하지 못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지레 꽃놀이를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앉아서 봄을 보내는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김용택의 시집 '섬진강'을 펼쳐서라도 남도의 봄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시인의 눈으로 본 섬진강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이야기, 그곳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그대로 내 마음으로 건너와 섬진강을 따라 흐르는 강물소리와 함께 청량제가 되고 설렘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다시 '섬진강'을 천천히 읽으면서 그의 시는 봄날의 아름다운 풍경화 한 편을 보는 듯한 가벼운 시선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20편이나 되는 '섬진강'에 대한 유려하고 장엄한 서사시 속에는 농촌의 어려운 현실과 농민들의 고뇌와 아픔이 스며 있습니다. 흐르는 강물과 함께 한 그들이 있었기에 섬진강은 거대한 것이며, 몇 놈이 달라붙어서 그 물을 퍼낸다고 해서 마를 물이 아니며,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않은 것이지요. 소박한 농민들의 삶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고 했던 시인의 따스함을 통해 영원히 마르지 않고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이 우리 곁으로 온 것입니다.2016.04.02 09:07
오는 7월에 열리게 될 전국독서새물결 주최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대회’의 전체 주제가 ‘밥’이라서 그런지 요즘은 서점에 가면 밥과 관련된 책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서정홍 시인의 ‘부끄럽지 않은 밥상’도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책인데 처음 몇 쪽을 읽어보다가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 끝까지 읽고 싶은 욕심에 모셔온(?) 책입니다. 마치 작가 서정홍 시인이 곁에서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듯한 말투가 글 속에 배어 있어 책을 모셔왔다는 표현이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서정홍 시인은 도시의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각박한 삶을 살다가 어느 날 산골에서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는 도시에서 돈 몇 푼으로 먹거리를 사서 아무 생각도 없이 목숨을 이어온 것이 너무 부끄러웠다며 ‘밥상 앞에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밥만 먹고 살아온 것’ 자체가 자연과 사람한테 죄가 되는 줄 미처 몰랐다고 합니다. ‘가난하고 단순한 삶을 통해 내 영혼조차 맑아지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하는 시인을 보면서 아직 6년차 농부라 어설프지만 경작의 즐거움을 아는 진정한 농사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책장을 한참 넘기다 보니 ‘봄은 낮은 데서부터’라는 소제목이 보입니다. 도종환 시인의 ‘봄은 낮은 데서 옵니다’라는 시가 생각나 가만히 마음에 떠올려 봅니다.2016.03.19 06:15
지난 며칠 동안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소식으로 세간이 떠들썩했습니다. 나는 바둑에 전혀 관심이 없는 터라 처음에는 ‘알파고’가 무엇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기만 했습니다. 사람 이름치고는 좀 이상하고, 그렇다고 해서 세계적인 프로바둑기사가 고등학교 학생들과 대결하는 것도 아닐 거라 생각하니 궁금증이 발동하여 급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세돌의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이라는 점에 놀랍기도 하고, 과연 그러한 게임이 가능할까 의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의 의구심과는 상관없이 5차례의 공개 대국을 벌인 결과, 드디어 알파고의 승리로 게임은 마무리되고, ‘인간 승리’라는 호평을 받은 이세돌은 점수로는 졌지만 사람들의 마음으로는 진 것이 아닌 게 되었습니다. 감정 없는 기계와의 대국에서 승부를 겨루며 외로움을 느꼈을 이세돌에게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고, 세계 최고의 바둑 고수이기에 이만한 선방을 하였다는 좋은 평을 쏟아냈습니다. 결국 알파고의 냉철한 계산능력과 예측능력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정이 없는 기계의 위력에 엄청난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그러한 평이 가능했던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감정이 있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어 이세돌과 대국을 하도록 만든다면 어떨까요.2016.03.05 12:26
하늘이 어디인지, 바다가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는 아름다운 코발트빛 에게 해를 눈에 담고 며칠 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날 저녁 뉴스를 보면서 에게 해를 건너 그리스 코스 섬에 들어오는 난민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에게 해를 건너 온 난민들은 그리스에서 발이 묶여 유럽의 다른 국가로 가고 싶어도 국경을 폐쇄하여 가지 못하게 되자 시위를 벌이고 노숙을 하는 등 처참한 광경이었습니다. 그리스에서 난민 이동의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은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통로인 발칸반도 국가들이 국경을 통제하고 나서면서,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도메니 난민촌에 발이 묶인 난민들이 7000명에 달했기 때문이지요. 이미 포화 상태인 이도메니 난민촌에는 날마다 수백 명이 새로 도착하고 있다고 하니 그리스 정부로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체육관, 회의장, 호텔 등을 난민에게 개방하고 새로운 임시 거처를 건설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난민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지요. 사실 이번에 그리스에 가면서 나는 약간의 환상을 가졌습니다. 유럽 문명의 시원이자 인류 문명의 원초가 되었던 나라, 화려한 신들의 세계를 상상하며 수없이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의 본고장을 간다는 생각에 가슴이 많이 뛰었었지요.2016.02.21 08:59
몇 달 전 프라하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항공권을 사서 귀국을 하려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왕복표를 산 것이 이번 그리스 여행의 출발이었습니다. 싼 표를 샀으니 편도만 살리고 다시 프라하로 가는 표는 환불을 받으려고 했는데 그만 내 안에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 꿈틀거리는 바람에 이번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으며 나는 그 여정에 따라 체코 프라하에서 벨기에 브뤼셀을 거쳐 지금은 그리스 아테네에 와 있습니다. 그리스의 2월은 한국의 봄이나 가을처럼 훈풍이 불어 얇은 옷을 입고 어깨를 편 채 활보를 할 수 있으니 유독 추위를 타는 나로서는 우선 추위를 벗어났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번역가인 이윤기 선생님을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는 것, 그가 환갑 조금 넘은 때에 돌아가신 것을 안타까워하며 그의 번역본 ‘그리스 로마 신화’의 곳곳에서 본 유적지를 그대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여행의 큰 즐거움입니다. 또한 그가 번역한 ‘그리스인 조르바’를 떠올리며 책과 영화에서 본 ‘조르바’라는 인물과 거리에서 만나는 그리스 사람들의 이글거리는 눈매와 두툼한 얼굴을 겹쳐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그리스인 조르바’ 이야기는 젊은 지식인 ‘나’가 크레타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기다리다가, 거침없는 자유인 조르바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2016.02.05 20:21
‘난쏘공’은 한참 동안 잊고 지낸 소설인데 얼마 전 대단원의 막을 내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을 보고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극중에서 명문대학의 운동권 학생인 성보라가 읽고 있던 책, 그리고 영화 ‘변호인’의 주인공도 읽었다는 이 책은 한때 불온서적 리스트에 오른 적이 있어 의식 있는 지식인이면 거의 이 책을 읽었던 것이지요. 이 소설 속의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는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던 때입니다. 발전과 성장만을 외치며 달려가던 이때에 ‘난장이’라는 특정 인물로 대표되는 도시노동자의 삶은 무척 비참하고 힘겨워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기만 했지요. 소설 속 그들이 살아가는 ‘낙원구 행복동’은 결코 행복한 낙원이 아니며 철거를 앞둔 빈민굴에 불과했습니다. ‘난장이’는 강제 철거로 가족과 함께 그곳을 떠나게 되지만, 변두리 생활로 전전하다 삶의 절망 끝에 공장 굴뚝 위에서 달나라를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작은 쇠공을 쏘아 올리다가 그만 추락사를 하고 맙니다. ‘난장이’의 상징은 못 가진 자, 즉 사회적 약자를 말합니다. 급격한 산업화는 많은 노동자들을 도시로 불러 모았으며, 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경제적으로 그리고 인격적으로 좋지 않은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야만 했습니다.2016.01.23 06:13
신영복님의 저서 중 ‘더불어 숲’은 의미의 정겨움과 함께 ‘어깨동무체’라는 독특한 글씨체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의 겉표지에 저자의 환하게 웃는 사진과 함께 나란히 적혀 있는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과 축복의 책’이라는 글귀가 자꾸 마음을 붙잡습니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이지만 다시 볼 때마다 제목이 주는 정겨움과 그가 전해줄 조언에 대한 기대는 늘 변함이 없습니다. 특히 20년 20일을 차디찬 감옥 속에서 고통의 세월을 보냈기에 그의 가슴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희망과 축복의 조언들은 진솔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더더욱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하는 ‘공존과 평화’의 원리는 자본의 논리에 맞서는 것입니다. 거대하고 위압적인 강자의 힘에 밀려 빛도 없이 사라진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금 새겨보자는 것이지요. 마치 여러 그루의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듯 이 세상은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함께’ 하며 좋은 관계를 이루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한 관계는 서로 존중하고 아픔과 기쁨을 나누며 타인을 인정함으로써 잘 유지되고 견고해집니다. 좋은 만남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하여 겸손한 자세로 다가가는 것입니다.2016.01.11 06:44
영국의 작은 마을 하트퍼드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 '오만과 편견'은 청춘남녀의 만남과 갈등, 화해, 그리고 결혼까지 연애 소설의 공식대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연애담이겠거니 하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 속에 담긴 사소한 일상을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진실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인간의 보편적인 신념을 재확인시켜주는 작품입니다. 특히 사랑 앞에서 오만에 빠지기 쉬운 남자(다아시)와 편견 때문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여자(엘리자베스)의 심리상태를 예리하게 관찰하여 서술한 점이 돋보입니다. 베넷 가족의 다섯 딸들 중 큰딸 제인은 순종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둘째 엘리자베스는 영리하고 자존심이 강하며 주관이 뚜렷하여 자아의지에 의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주체적인 성격을 가진 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도회에서 처음 만난 빙리와 제인은 첫눈에 반하지만, 빙리의 친구인 다아시는 오만한 태도로 둘째 딸 엘리자베스를 불쾌하게 만듭니다. 엘리자베스 또한 다아시의 그러한 겉모습을 보고 그가 무례하고 오만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갖게 됩니다. 그러한 오해와 편견을 엘리자베스의 마음속에서 지우고 다아시와 결혼을 하기까지는 참으로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2015.12.25 14:05
‘사랑’은 시간과 장소, 그리고 대상을 막론하고 늘 우리 안에 있어야 할 것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연말 요맘때면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구세군이 등장하여 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는 등 ‘사랑’으로 어려운 이들을 보듬고자 하는 행사도 많고 자발적으로 기부를 하는 이들도 부쩍 많아집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10년째 익명으로 동전을 기부하는 부산 해운대의 ‘동전천사’, 평생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1억 원을 기부한 할아버지 등 훈훈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줍니다. 사랑을 실천한 가장 위대한 인물을 들라고 한다면 서슴없이 ‘장 발장’을 들 것입니다. 물론 장 발장은 현실의 인물이 아니라 문학 작품 속의 인물이란 점에서 동전천사나 경비원 아저씨 등과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백오십여 년을 훌쩍 뛰어넘어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를 능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빵 하나를 훔친 죄로 19년을 감옥에 있으면서 사회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고 불만과 고통으로 일그러진 삶을 살아야 했던 그가 미리엘 주교를 만남으로써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은 그의 안에 잠자던 ‘사랑’의 감성이 꽃봉오리를 열고 서서히 피어났기 때문입니다.2015.12.12 06:49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는 오래 전에 읽은 책이지만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생각나는 책입니다. 아마도 한 해를 끝맺는 12월을 보내며 아쉬움도 크고 허전하기도 하여 ‘마무리’를 잘 하면 이런 허허로움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일 것입니다. 그래서 새해를 앞두고 자주 펼쳐들게 되는 이 책은 마치 잠언록처럼 마음에 내려앉으며 고요하고 차분하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법정 스님이 이 책을 통해 일관되게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은 간소하고 간결한 삶의 중요성, 순간순간을 마무리하면서 새롭게 사는 것, 늘 책을 읽으며 마음 수양을 하는 것 등입니다. 특히 풍족한 물질문명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더 많은 물질을 채우려는 현대인들의 탐욕스러운 삶의 방식에 대해 무게를 실어 질책하고 있습니다. 소유와 발전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스스로 선택한 가난과 간소함을 즐기며 삶의 본질을 발견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는 법정 스님의 말씀은 오래 내 마음에 머물렀습니다. 스님의 말씀처럼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인 것입니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근원적인 물음을 하면 그것이 곧 마무리이자 시작인 것입니다.2015.11.27 07:12
1년 동안 해외생활을 하고 돌아오니 눈에 띄게 변화한 두 가지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유난히 ‘먹방’이 많아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이 운영하던 식당이 대기업의 체인점으로 바뀌면서 대형화된 것입니다. 먹는 방송 프로그램이 많아진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기침체로 인해 겪는 고통을 먹는 즐거움으로 위로하려는 의도 혹은 다이어트가 열풍이 되면서 눈으로 먹는 요리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지만 그리 공감이 가지 않고 단지 내 눈에는 방송국에서 시청률을 의식하면서 경쟁적으로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대형화된 외식업체가 많아진 것은 대기업이 수익구조에 대한 매력을 간파하고 매장과 브랜드를 확장시키는 방편으로 자영업자가 운영하던 소형음식점들을 밀어낸 것이지요.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는 변화가 너무나 심합니다. 체코에서는 150년 이상 운영하던 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고작 2~3년 정도에 걸쳐 운영하다 그만두는 식당이 많으며, 요즘에는 점점 더 대형 외식산업의 입점이 많아져 획일화된 맛이 우리 입맛을 지배하고 있으니 앞으로 특정 식당의 고유한 손맛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2015.11.13 11:57
3년 전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돌아보고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를 통해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여행의 목표는 발트3국을 돌아보는 것이었는데 정작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은 민스크였습니다. 민스크는 1944년 소련군 전진 때와 제2차 세계대전 때 거의 파괴당한 도시로 80% 이상의 전쟁 폐허를 경험한 후 새롭게 재건된 도시입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깨끗하고 도로망이 잘 발달되어 있어 쾌적한 휴양도시와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특히나 여성들이 예쁘고 친절하여 더욱 아름다운 도시로 내 마음 속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발표된 ‘2015 노벨문학상’이 벨라루스 출신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게 돌아갔다는 소식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되더군요. 노벨문학상이 지정된 이래 이번이 14번째의 여성 수상자라고 하니 벨라루스 여성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더욱 반가운 일이지요. 게다가 그녀는 시인도 소설가도 아닌 기자 출신의 글쟁이로 수백 명을 인터뷰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옮겨와 독특한 문학 장르를 만들어냈으니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명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이라고 부르는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이 증언록이라는 점에서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살아있는 작중인물을 눈앞에서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2015.10.26 06:15
‘애니메이션’이란 ‘생명의 숨결’을 뜻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나온 말로써 약칭으로는 보통 애니(ani)로 표기하며 일본에서는 아니메(아니메アニメ)로 통칭합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일본말까지 언급한 이유는 ‘애니메이션’ 하면 어쩔 수 없이 일본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애니메이션이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방영되었기 때문에 일본을 빼놓고는 애니메이션을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에서 다루는 애니(ani) 또한 모두 일본에서 만든 것입니다. 저자는 만화를 좋아하거나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좋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애니메이션과 인문학을 통해 삶을 상상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에서는 민족, 국가, 대의를 위해 살아가는 근대인의 모습을 찾아보았고, 에서는 ‘내 삶의 이야기’ 그 자체에 중점을 두는 현대인의 특징을 분석해냈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현대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 , 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대답을 찾고자 하였습니다.그밖에 미야자키 하야오, 신카이 마코토, 호소다 마모루 등의 대표 작품을 통해 어떻게 삶을 상상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진실한 삶에 다가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1
호르무즈 통과 허용 "이란 전략적 봉쇄 해제"... AFP통신 긴급 뉴스
2
“HBM 시대는 끝났다” 삼성, 엔비디아·TSMC 연합군 격파할 ‘AI 핵무기’ 꺼냈다
3
“전차 100대보다 무서운 칩 하나”... 전 세계 군대를 한국제로 ‘동기화’시킨 공포의 OS
4
호르무즈 기뢰 설치 ... NYT 뉴스 "뉴욕증시 비트코인 국제유가 충격 "
5
미국 PCE 물가 "예상밖 2.8%"
6
美 SEC·CFTC, 암호화폐 관할권 분쟁 ‘역사적 합의’...시장 규제 명확성 확보되나
7
XRP, '고통의 횡보' 끝은 대폭발?…전문가들 "폭풍 전야의 에너지 응축"
8
NATO의 심장부에 꽂힌 K-깃발... “독일제는 너무 느리고 미국제는 너무 비싸다”
9
국제유가 또 "마의 100달러 돌파" 호르무즈 유조선 폭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