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혼란 상황을 헤쳐 나가려면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이 가장 좋다. 만화나 영화가 아니라 기원이 될 만한 가장 확실한 책을 찾는 길이다. 검색해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작가는 단연 토마스 불핀치다. 내 기억에는 이윤기의 글이 등장하여 신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논쟁이 벌어지기 전까지 불핀치의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기본 판으로 여겨졌다.
좀 더 원전에 다가간다는 느낌으로 불핀치의 책을 원서로 뒤져본다. 영어판을 살피면 소설 읽듯 편안한 구성이 적이 마음에 든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판본보다 불핀치의 원작이 분량이 훨씬 더 많다는 판단도 선다. 우리가 읽었던 한글판 중에도 축약본이 많았구나.
하지만 불핀치의 작품도 곧 한계를 드러낸다. 그리스 고전에 등장하는 신화 이야기가 조회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본 신화집은 그리스어로 되어 있었겠지. 뻔한 결론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불핀치의 작품 역시 고대 신화집을 나름대로 취사선택한 결과이므로 엄밀히 말해 ‘원전’이라고 하기 어렵다. 영어 원서를 번역한 번역자의 입장에서는 원전이라 하겠지만.
사실 나는 이 책을 예전에 한 차례 읽고 서가에 꽂아 둔 채로 오랫동안 내버려뒀었다. 그간 글을 읽다 그리스 신화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면 어떻게 했느냐고 묻는다면… 인터넷을 검색했다고 당당하게… 그러나 모기만한 목소리로… 답하겠다.
며칠 전 딸에게 ‘일리아스’에는 트로이 목마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신나게 하다가 문뜩 궁금해졌다. 인터넷에 등장하는 저 수많은 답변은 근거가 뭘까.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야 알게 되었다. 아폴로도로스의 책에 트로이 전쟁의 모든 과정이 잘 요약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뿐 아니라 헤라클레스의 열두 고역의 완전체가 들어있으며, 티탄족과 제우스의 전쟁과 이아손과 아르고 호 사건의 자초지종, 페넬로페에게 구원한 쉰일곱 명의 세세한 명단까지 나열되어 있다. 신들의 가계도는 보석 같은 덤이다.
어째서 인생에서는 짧고 확실할 길보다 빙 둘러가는 불확실한 길이 더 좋아 보일까.
김우영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아침독서편지 연구위원(경기 안양여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