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감정(感情)적이다’라는 게 꼭 나쁜 것일까? 왠지 ‘이성적’인 것과 반대되는 느낌을 주는 어감. 그도 그럴 것이 냉철하고 이지적인 것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감정에 무덤덤할수록 명철한 사람으로 보는 인식이 다분하다. 그래서 혹자는 감정을 성숙하지 못한 정신의 발로(發露)로 치부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불편해지는 것도 하나의 방증이리라. 그래서일까. 나 역시, 부정적인 감정에 있어서는 솔직하게 드러내기 보다는 그것을 감추거나 빨리 긍정적인 것으로 둔갑시키려는 조급증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감정(感情)’이라는 두 글자의 단어를 가만히 응시하며, 슬며시 의문을 가져본다.
* 감정(感情):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 감정적1(感情的): 마음이나 기분에 의한. 또는 그런 것.
‘감정(感情)’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그러니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하여 어떤 마음이나 기분을 가지는 것은 절대로 나쁘거나 미성숙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우리가 느끼는 모든 종류의 감정은 그 자체로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러니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소중하게 이해하고, 건강하게 다스리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나의 마음이 느끼는 그것, 바로 감정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뜬금없이 이렇게 ‘감정 관리’에 대해 설파한 계기는 사실 아주 사소한 데 있다. 감정과 이성이 평행상태를 이루고 있던 평온한 일상에 자그마한 균열(龜裂)이 일어나면서, ‘속상하고 우울한’ 감정에 푹 눌려 있다가, 스치듯 책 한권이 떠올라서였다. 언젠가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 때문에 굉장히 속이 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는 일이 서툴고, 그것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 여겼던 나는 애써 그 마음을 감추고 꾹꾹 억누르려 노력했던 것 같다. 어디에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나의 감정들은 결국 쌓일 대로 쌓이다가 한 순간에 오발탄처럼 터지기도 했다. 엉뚱한 곳에 감정을 쏟아 내거나 지나치게 감추어버리거나, 때론 화를 내지 못해 울어버린 적도 다반사이다. 혼자 보기 아까울 ‘조울(躁鬱)’이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다 겪어본 일이겠지만, 노을 지는 저녁 바닷가에 나가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우수에 젖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이쯤 되면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게 건강한 생활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때 찾았던 책이 바로 이것이다. 대입 지도를 하던 시기였다. 나는 나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터라 크게 공감하며 읽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매일 신이 나 있어서 걱정이라곤 없을 것 같던 한 녀석의 책상에도 똑같은 책이 놓여 있어 따로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한권의 책만으로도 최근에 서로의 심리상태가 어떠한 지를 소통할 수 있는 경우였는데 덕분에 상담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삶을 보듬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감정에 전복되거나 지나치게 휘둘린다는 생각이 들면 이 책을 펼쳐보곤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감정의 편향에서 벗어나게 된다. 내가 가진 지금의 감정 그 자체를 소중하게 다독이며 지혜롭게 넘길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혹시나 고요한 바다의 폭풍전야처럼, 혹은 마음이 부표같이 서성일 때 문득 생각이 난다면 한번 읽어봄직한 책이다. 물론 성경책처럼 모든 해법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타인의 감정에도 손을 내밀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다주는 것은 분명하다.
속마음을 드러내는 게 언제나 부담스러운 당신에게, 화내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린 당신에게, 빈틈을 보이기 싫어하는 완벽주의자 당신에게, 의욕을 잃은 허무주의자 당신에게, 새로운 시작과 변화가 두려운 당신에게, 열등감 때문에 괴로운 당신에게, 무엇이든 직접 해야 안심이 되던 당신에게 왜 그러한 심리를 갖게 되었는지 담담히 처방을 내려주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충분히 이해시킨다. 그리고 거기서 벗어나야할 당위와 그 방법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제시해 준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직면하게 한 후 우리의 마음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화, 쿨함, 우울함, 낮은 자존감, 솔직함, 집착, 열정, 두려움, 조급함, 소심함 등 갖가지 감정에 대해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사례를 적용하여 쉽게 설명해 준다. 유형별로 혹은 상황별로 찾아 읽을 수 있어서 틈틈이 발췌독이 가능한 책이다. 다만 사례들이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성인에게 조금 더 적합한 내용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하루아침에 자신의 감정을 완벽하게 다스릴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자기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을 때, 이 책을 통해 한 박자 쉬어 자신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그 기저(基底)에 깔린 원인을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게 되면, 타인이 그러한 감정을 말이나 행동으로 표출하게 된 이유를 헤아릴 수 있는 너그러움도 생긴다. 나의 감정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열린다는 것이다.
풍부한 감정 표현과 건강한 감정의 소통은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 줄 것을 확신하다. 그렇다면 오늘 나와 여러분의 하루를 동행했던 주된 감정은 무엇이었는가? 우리 자신의 것이니 어떤 것이든 좋다. 부디 감정(感情)이 아닌 감정(憾情)에, 하루 종일 정신없이 휘둘린 하루가 아니었기만을 바랄 뿐이다.
* 감정(憾情): 원망하거나 성내는 마음.
한소진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아침독서편지 연구위원(덕신고등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