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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45)] 응답하라 1988, 성보라에게 바란다…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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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45)] 응답하라 1988, 성보라에게 바란다…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난쏘공’은 한참 동안 잊고 지낸 소설인데 얼마 전 대단원의 막을 내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을 보고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극중에서 명문대학의 운동권 학생인 성보라가 읽고 있던 책, 그리고 영화 ‘변호인’의 주인공도 읽었다는 이 책은 한때 불온서적 리스트에 오른 적이 있어 의식 있는 지식인이면 거의 이 책을 읽었던 것이지요.

이 소설 속의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는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던 때입니다. 발전과 성장만을 외치며 달려가던 이때에 ‘난장이’라는 특정 인물로 대표되는 도시노동자의 삶은 무척 비참하고 힘겨워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기만 했지요. 소설 속 그들이 살아가는 ‘낙원구 행복동’은 결코 행복한 낙원이 아니며 철거를 앞둔 빈민굴에 불과했습니다. ‘난장이’는 강제 철거로 가족과 함께 그곳을 떠나게 되지만, 변두리 생활로 전전하다 삶의 절망 끝에 공장 굴뚝 위에서 달나라를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작은 쇠공을 쏘아 올리다가 그만 추락사를 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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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의 상징은 못 가진 자, 즉 사회적 약자를 말합니다. 급격한 산업화는 많은 노동자들을 도시로 불러 모았으며, 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경제적으로 그리고 인격적으로 좋지 않은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 화려한 겉모습만으로는 경제가 발전한 것 같지만 삶의 질과 행복지수는 점점 낮아져만 가게 된 것이지요. 인간적인 대우 속에서 일한만큼 대가를 받고 가족과 함께 따뜻한 사랑을 나누며 살 수 있는 소박한 꿈조차 이룰 수가 없는 현실 속에 그들은 놓여 있었지요. 이러한 삶은 40여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응답하라 1988’에서 ‘난쏘공’을 읽던 보라는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법조인이 됩니다. 그리고 의사가 된 동네 후배 선우와 결혼하여 안정적인 생활을 하지요. 성보라가 살았던 쌍문동 반지하 집이 단순히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어린 시절의 공간으로 기억에 남기보다는 젊은 날의 그녀가 그 집에서 꿈꾸고 생각하며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상인터뷰에서 그녀가 들려준 말처럼 조영래 변호사와 같은 노동자를 위한 법조인이 되어 약자의 편에 서서 잘못된 현실을 개혁한다면 사회적 약자들이 조금은 더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예경순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독서교육연구소 연구원(서울교대 평생교육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