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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48)] 철학사 균형있게 소개한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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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48)] 철학사 균형있게 소개한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청소부’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사자성어 중에 ‘망양지탄(亡羊之嘆)’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갈림길이 매우 많아 잃어버린 양을 찾을 길이 없음을 탄식한다는 뜻으로, 학문의 길이 여러 갈래여서 한 갈래의 진리도 얻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이다. 서양 철학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비단 서양 철학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이 그러하긴 하지만, 학문의 본류라고 일컫는 ‘철학’, 그것도 서양 철학을 공부하려고 할 때에 특히 ‘망양지탄’이라는 말이 참 잘 와 닿는다.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무엇을 어떤 식으로 읽어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처음부터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는 것은 철학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할 수도 있다. 특정 학자의 사상보다는 전체적인 철학사의 흐름을 두루 알고 싶은데, 그 길로 진입하는 것이 참 어렵다. 철학사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쌓고 싶지만 힐쉬베르그나 러셀의 『서양철학사』는 분량부터 읽는 이를 압도할 뿐만 아니라 그 특유의 번역체에서 오는 독해의 난해함은 철학사의 문을 두드리는 많은 초심자들이 철학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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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들에게 철학사를 균형 있게 소개하며 철학사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과 지식을 갖게 해 주는 좋은 책이 있다. 바로 오늘 소개하는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청소부』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무엇보다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유를 통해 어려운 철학 사상을 가급적 쉽게 풀어서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저자의 1차적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재구성된 내용이므로 이 책은 2차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 힐쉬베르거나 러셀의 책을, 또는 1차 텍스트에 해당하는 특정 학자의 책들을 읽는다면 훨씬 이해하기가 좋을 것이다. 즉 이 책은 서양 철학 입문을 앞둔 상태에서 본격적인 철학사를 읽어 내려가기에 앞서 예비적 소양을 쌓기에 아주 좋은 책인 셈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철학사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도 서양 철학에 등장하는 주요 철학자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해한 바를 자신의 독특하고 참신한 비유와 설명을 통해 전달하여 어려운 내용에 대한 개념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요컨대 서양 철학사를 하나의 물결에 비유하자면, 초심자들이 어렵지 않게 그 물살을 탈 수 있도록 둔한 몸을 단련시켜 주는 셈이랄까.
초판이 1994년에 나온 후, 개정 증보판이 계속 인쇄되어 나온 것으로 볼 때, 이 책의 도움을 입은 사람들이 아마 적지 않은 듯하다. 난해한 철학사의 용어들과 개념들을 두리뭉술하게 설명하지 않고 콕콕 찍어 ‘사이다’같은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는 저자의 설명은 ‘망양지탄’의 상태에서 좌충우돌하는 수많은 범인(凡人)들이 학문의 본류라고 하는 철학의 물결에 너도나도 몸을 싣게 하는 소중한 동력이 되어 주고 있다.
이동구 (사) 전국독서새물결모임 진로독서센터 연구위원(광성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