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18 07:22
딸아이가 태어나 자라는 모습을 보며 초보 아빠가 되어 초보 엄마와 함께 매일같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살고 있다.목을 가누지도 못할 만큼 어린 아이가 모유를 먹고 나서는 뜻밖에 큰 소리로 트림을 ‘크억~’하면 너무나 대견하고 신기하여 웃고, 조그만 녀석이 얼굴이 빨갛게 되면서 힘을 주고 기저귀에 일을 볼 때면, 그게 그렇게 신기하고 놀라워 또 웃는다.처음 뒤집기를 할 때는 어떻던가. 호들갑을 떨며 처음 뒤집기 하는 것을 아이 엄마와 같이 지켜보며 몇 번이고 잘한다고 박수 치고 영상을 찍으며 기뻐했다. 아빠와 엄마를 보며 방긋방긋 웃는 모습도 사랑스럽고, 배고프거나 졸리다고 우는 것도 너무나 예쁘다.모유를 잔뜩 먹고 나면 기분이 좋은지 연신 팔다리를 파닥거리며 마구마구 재롱을 떠는데,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가슴이 뭉클하기가 몇 번이던가. 아이가 이만큼이나 사랑스러운지 낳기 전에는 정말 몰랐다. 집이 아이와 관련된 물품들로 채워지기 시작하고 모든 일정이 아이와 관련된 것으로 바뀌게 되지만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 아이와 같이 노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어느 날 아내가 한 블로그에 올라 온 만화를 나에게 소개해 주었다. 재미있다고, 한번 읽어보라며 휴대폰으로 주소를 링크해서 보내주었는데, 그날 밤 잠자리에 들어 만화를 보기 시작했다가 너무나 재밌고 웃기고 또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아 블로그에 올라 온 만화를 늦은 새벽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가 잠든 적이 있다. 그 블로그에 연재되던 만화가 바로 ‘딸바보가 그렸어’이다.광고 회사에 다니는 김진형이라는 분이 딸을 키우며 겪었던 여러 에피소드들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만화인데, 그림 실력이 뛰어난 것도 물론이지만 담겨 있는 내용에서 참으로 공감할 만한 것들이 많았다. 특히 초보 아빠가 아이를 키우며 겪게 되는 필연적인 일들을 매우 재미있게 표현하여 격한 공감을 끌어낸다.아이 키우는 딸바보 아빠들의 심정을 담아내고 있지만 아빠들보다는 엄마들에게 더 큰 공감과 지지를 받는 듯하다. 아이 키우는 것이2016.05.04 14:25
5월이다. 이번 해의 5월이 나에겐 특별하다. 5월이면 다른 해에는 부모님 선물을 챙기는 데에만 신경을 썼었는데, 올해에는 신경 써야할 식구가 하나 늘었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에 태어난 우리 아기가 처음 맞는 어린이날, 아직 엄마 아빠라는 말도 못하는 갓난아기지만 어린이날이 이제 나에게도 중요한 날이 되었다. 무엇을 선물할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마음이 흐뭇하다.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라는 책을 펴 본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참 여러 대목에서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난다. 집 나간 엄마가 다시 와도, 엄마가 다시 집을 나갈까봐 염려가 되어 늘 잠을 이루지 못하며 엄마 눈치를 보던 숙자라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쏟고, 명환이라는 약간 모자란 아이가 자기 여동생이 아버지한테 매를 맞는 것을 막아주지 못했다고 명희 선생님께 말하며 엉엉 우는 대목에서 같이 울었다. 어머니가 돈 벌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간 뒤, 아버지까지 집을 비우게 되자 이로 인해 비뚤어지게 되는 동수, 어린 나이에도 늘 불안함 속에 가슴 졸이며 사는 그 녀석은 본드를 하며, 자신과 동생 동준을 버리고 떠난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이로 인한 마음의 허전함을 해결한다. 괭이부리말에서 펼쳐지는 아이들의 삶의 모습을 보며, 그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겪게 되는 일들이 너무나 가슴 아파 참던 눈물을 다 삼키지 못하며 책을 읽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이 아이들을 보살펴 주는 고작 이십대 중반의, 어리다면 아직 어리기만 한 영호가 얼마나 고맙고 대견한지…….아이들에게 부모란 어떤 존재인가. 어린 아이들이 무얼 얼마나 알겠냐면서 어른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는 일들을 아이들은 다 보고 다 기억한다. 또 어른들과 똑같이 느끼고 때로는 어른들 이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며 속으로 상처 받고 마음을 다친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다시 깨우치게 된다. 부모란 아이들에게 세상의 전부이자, 세상을 받아들이는 창(窓)인 셈이다. 아이들에게 부모로부터의 안정과 인정, 지지와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2016.04.20 07:20
마음이 뒤숭숭한 때가 있다.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선뜻 어느 것 하나 손이 가지 않고, 이런 저런 상념으로 마음이 심란해지는 때,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 한 권을 꺼내 펼쳐 본다. 첫 장을 펼치는 것이 어렵지, 막상 한 줄 두 줄 무심코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한참 책에 빠져 있는 나를 느끼게 된다. 잠시 잠깐 책을 읽는 나를 의식하다가도 금세 다시 글의 내용에 몰입한다. 그러다 보면 마음을 어지럽히던 상념들도 하나 둘 가라앉고,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차분하고 고요해진다. 그리고 앞서의 심란함과는 다른 형태로, 고요했던 마음이 다시 뜨거워짐을 느낀다. 시를 소개하는 책을 통해서 여러 작가들의 시를 읽는 것은, 시집에서 시를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을 준다. 작가 신경림의 안내에 따라 그가 들려주는 시의 세계 속으로 날아가서, 타임머신을 타고 꿈을 꾸듯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매 꼭지마다 첫 장에 수록된 작가의 사진과 한 편의 시는, 이상하게도 그 몇 줄의 짧은 시가 나로 하여금 눈물을 왈칵 솟구치게 하는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다. 아마도 그 시가 담고 있는 사연들이 마음에 들어오는 까닭이리라.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연이 아니라 그 시를 쓴 시인의 삶이 오롯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2016.04.06 11:26
필자가 사는 인천에 지난 2013년 한국근대문학관이 개관했다. 개인 문학관은 지역마다 많이 있어도 공공 기관이 운영하는 종합문학관은 드문 터이고, 인천에 박물관은 더러 있어도 변변한 문학관은 하나 없다는 점에 늘 아쉬움이 있었는데, 마침 한국근대문학관이 개관하게 되어 참 반가웠다.처음 ‘한국근대문학관’이 생긴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문득 ‘근대’라는 시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 문학사에서 ‘근대’는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말하는 걸까. 또 다른 나라에는 없는 ‘근대 문학’이라는 용어를 왜 우리 문학사에서는 별도로 사용하는 것일까. 근대 문학과 현대 문학의 차이는 무엇일까 등 여러 의문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근대’ 문학의 시기에 대해 대체적으로 문학 교과서에서는 1894년 갑오개혁 이후로부터 해방이 되는 때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알다시피 우리 문학사에서 고전 문학에서 근대 문학으로 이행되는 시기에 참 많은 굴곡이 있었는데, 그 중심이 되는 사건이라면 역시 식민지의 경험일 것이다. 우리가 근대 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겪은 식민지의 경험은 당대를 살아간 많은 개인을 비롯하여 사회 공동체 전반에 크나큰 영향과 제한을 가져왔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 시기에 발표된 한국 근대문학 작품들은 따라서 이러한 당시의 시대적 문제들이 어떤 식으로든 반영되어 있다.2016.03.23 07:51
학교에서 저녁에 아이들과 같이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였다. 아직 3월 중순이라 일교차가 커서 그런지 밤바람이 찬데 그에 비해 옷차림은 가벼워 더욱 추위를 타던 날이었다. 추운 바람을 뚫고 식당에 가서 자리에 앉아 따뜻한 국물을 얼른 한 숟갈 입에 떠 넣으며 식은 몸을 데웠다. 뜨끈뜨끈한 국물이 식도를 따라 뱃속을 타고 들어가면서 그 기운으로 몸을 데우게 되자 무언가 잔뜩 움츠렸던 몸도 차츰 풀어지면서 느긋해졌다. 음식의 그 따뜻한 기운만으로도 배가 불러오는 느낌이었다. 그때 문득 중학교 때 읽었던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라는 책이 떠올랐다. 도덕 선생님께서 방학 과제로 내 주며 읽어 오라 했던 짧은 소설이었는데, 어린 나이여서 그런지 수용소에서의 하루를 소재로 한 그 소설의 내용은 당시에 매우 충격적이었고 그런 까닭에 더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이 작품은 솔제니친 자신이 소련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약 8년 가까이 생활하면서 몸소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가 새벽에 눈을 떠서 다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는 순간까지의 하루를 통해 수감자들의 고통스러운 수용소 생활과 비인간적인 처사를 생생하게 담아 낸 소설로, 1962년 발표 당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2016.03.08 17:33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치면서 종종 부딪히는 문제는, 시의 이해에 대한 내 스스로의 ‘깊이’이다. 나는 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나. 잘 알지도 못하는 시를 성급하게 가르치는 것은 아닐까. 핑계는 몇 가지 있다. 수업 진도도 나가야 되고, 수능을 대비해 문제를 잘 풀 수 있도록 시 읽기를 지도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적고 보니 결국 수능에서 문제를 잘 풀게 하려면 더욱이 시를 제대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후자는 핑계가 될 수 없겠다. 아쉽게도 시를 성급하게 가르치는 것은 오로지 빡빡한 분량의 수업 진도 때문이라고 자위하며 나의 부족함을 합리화해 본다.「빛깔이 있는 현대시 교실」을 집어 들어 김상욱 교수가 안내하는 시의 세계로 떠나본다. 잠시 교단이 아니라 교실의 책상에 앉아 재미있는 시 수업을 듣고 있다. 시란 참으로 논리를 단번에 뛰어넘는 직관적인 울림을 준다. 그 울림의 먹먹함은 채 한바닥을 넘기지 못하는 짧은 분량의 글에서 유장한 대하소설을 읽을 때의 감동과 비견할 만한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무릎을 치게 만드는 시인의 섬세한 관찰력과 정서, 이를 정갈한 시어로 길어 올린 몇 마디의 서정적인 언어는 인간이 가 닿을 수 있는 가장 언어 외적인 세계이자 언어로 결코 가 닿을 수 없는 영역 자체의 가장 근접한 다가섬이라 할 수 있다.2016.02.24 11:59
무엇인가. 미우라 아야코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인간의 마음속에 녹지 않고 얼어 있는 부분,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리 녹이려 해도 녹일 수 없는 마음속의 어떤 지점을 뜻한다. 기독교식으로는 ‘원죄(原罪)’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소설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는 결핵으로 13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하며 기독교 신앙을 통해 정신적 공황 상태를 극복하고 세례를 받은 사람이다. 이 소설 빙점은 작가의 이러한 신앙적 체험을 ‘요코’라는 주인공을 통해 체현하고 있다. 소설의 플롯이 보여주는 교묘함과 그녀가 살고 있는 훗카이도의 아사히가와 시에 대한 아름다운 풍경 묘사는 이 소설의 내러티브를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들어 주며 소설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은 우리나라에 소개된 일본 문학 중 가장 많이 번역되어 출판된 소설이다. 1963년 일본 아사히신문 현상공모소설에서 731편의 경쟁을 뚫고 1위에 입선한 후 이듬해 해당 신문에 연재되면서 시민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고, 1966년에 단행본으로 간행되었다. 그 여풍을 몰아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판되어 장기간 베스트셀러를 차지했으며 1966년부터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도 제작되어 방영되었다.2016.02.11 05:54
사자성어 중에 ‘망양지탄(亡羊之嘆)’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갈림길이 매우 많아 잃어버린 양을 찾을 길이 없음을 탄식한다는 뜻으로, 학문의 길이 여러 갈래여서 한 갈래의 진리도 얻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이다. 서양 철학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비단 서양 철학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이 그러하긴 하지만, 학문의 본류라고 일컫는 ‘철학’, 그것도 서양 철학을 공부하려고 할 때에 특히 ‘망양지탄’이라는 말이 참 잘 와 닿는다.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무엇을 어떤 식으로 읽어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처음부터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는 것은 철학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할 수도 있다. 특정 학자의 사상보다는 전체적인 철학사의 흐름을 두루 알고 싶은데, 그 길로 진입하는 것이 참 어렵다. 철학사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쌓고 싶지만 힐쉬베르그나 러셀의 『서양철학사』는 분량부터 읽는 이를 압도할 뿐만 아니라 그 특유의 번역체에서 오는 독해의 난해함은 철학사의 문을 두드리는 많은 초심자들이 철학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이런 사람들에게 철학사를 균형 있게 소개하며 철학사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과 지식을 갖게 해 주는 좋은 책이 있다.2016.01.27 06:00
아버지께서 어느 날 탁구를 서너 시간 치고 오셨다가 그때부터 팔이 저리다고 하시더니 나중에는 목디스크가 왔는지 통증을 호소하셨다. 며칠 동안 끙끙 앓으시다가 병원에 갔더니 목디스크가 맞다면서 수술을 권했다. 두 가지 수술법이 있는데 요지는 기존의 수술법대로 하면 수술비가 500만 원 정도요, 최신 수술법을 적용하면 700만 원 정도 되는데 무엇으로 할지 보호자께서 결정해 달라는 것이었다.한두 푼의 금액이 아닌 터라 가족들이 깜짝 놀란 것은 둘째요, 무엇보다 아버지께서 목디스크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가족들은 더 놀랐고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다른 병원에서의 진료 내용은 달랐다. 수술 받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것이 아니므로 물리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진료를 하신 의사 선생님은 놀란 아버지를 많이 진정시키면서 이 정도는 심각한 것이 아니라고, 물리 치료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고 안심시켰고, 정말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지나 아버지께서는 탁구를 치기 전만큼 어깨와 목이 회복되셨다. 이런 일을 겪게 되자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병원마다 달라지는 진단과 처방에 대해 의아해할 수밖에 없고, 수술을 권한 특정 병원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2016.01.13 06:01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산문집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마을 사람들이 돼지를 잡는 부분이다. 예전 시골 마을에서는 돼지를 어떻게 잡았으며, 그 부위를 어떻게 나눠 먹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오늘날 정육점에서 포장되어 나오는 돼지고기만을 접하는 우리들에게 그런 삶의 기억은 매우 특별하고 값질 것이다.비단 김용택뿐만 아니라 그 또래의 어른들, 특히 시골에서 자란 어른들은 모두 비슷한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지 않을까. 소여물 주고, 돼지 키우고, 닭을 사육하는 농촌의 일상, 마을을 따라 흐르는 강가에서 오줌을 갈기며 풀을 뜯어 피리를 불러본 기억들이 아마 그 또래의 어른들 머릿속엔 오롯이 자리 잡고 있을 것 같다. 그의 산문집에서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내용은 그의 아버지가 직접 살 집을 만드는 장면이다. 산에서 좋은 나무들을 베어와 터를 잡고 기둥을 올리고 서까래를 깔고 지붕을 올리면서 품을 들여 정성껏 살 집을 마련하는 장면은 무척 인상 깊다. 남이 지은 곳, 시멘트로 된 아파트에서 돈을 주고 사서 살고 있는 요즘의 세상에서는 참 상상도 못할 만큼 신기하고 새로운 일이다. 그 곳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그의 시적 감수성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2015.12.30 05:28
고종석의 글을 읽으면 깊은 우물에서 길어 올린 정갈한 샘물을 떠 마시는 느낌이다. 같은 모국어 화자이며 같은 한글로 글을 쓰지만, 그는 어쩌면 이리도 박식하며, 그 박식이 어쩌면 이렇게 현학적인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글의 맛을 살리는 것일까. 잘 만들어진 음식은 각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풍미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둔다던데, 그의 글은 음식에 빗대자면 참으로 잘 만든 음식이 아닐까 싶다. 그의 언어는 담백하면서도 매우 향기롭고 정갈하면서도 강한 여운을 남긴다.또 하나, 그의 글은 매우 논리정연하다. 그러나 딱딱하지 않고 따스하다. 논리적인데 그 글이 따스하다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이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를 우리에게 알려주려 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그저 덤덤하게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내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일방적으로 그의 박식함에 주눅이 들어 공부하듯이 읽는다기보다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같이 생각하게 되고 미처 알지 못했던 영역까지 우리의 사고를 확장하게 된다. 그는 읽는 이에게 양질의 정보를 통해 생각의 틀을 풍부하게 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전달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주제에 대해 곰곰이 되씹으면서 그의 견해에 공감하게 되고, 여러 가능한 반박들에 대해 그가 이미 얼마나 많은 반론들을 펼쳐놓았는지 뒤늦게 알게 된다.2015.12.16 05:56
『관촌수필』(1977)은 연작소설이다. 「일락서산」부터 시작하여 「월곡후야」까지 모두 8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내용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관촌을 배경으로 하여 진행되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작품을 읽는 느낌이 든다. 그 중 두 번째로 실려 있는 「화무십일」은 윤영감네 일가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 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누군가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윤영감의 며느리인 솔이 엄마와 관련된 비극을 다루지만 ‘나’의 어머니가 보여주는 따뜻한 인정과 윤영감네 가족사를 들려주는 서술자의 구수한 입담은 슬픈 사연조차 그것을 특별한 누군가의 아픔으로 인식하게 하기보다는 1970년대를 살아가는 농촌 마을의 소소한 일상의 하나를 누군가의 어깨너머로 전해 듣는 느낌을 받게 만든다. 아련하다는 느낌이 더 정확하달까. 할아버지의 무릎을 베고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잠결에 건넛마을 사람들의 근황을 듣는 느낌이다. 이문구는 알다시피 어린 나이에 비극적인 일을 많이 경험한 사람이다. 6․25 전쟁 와중에 한 해 동안 3대에 걸친 가족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했다. 조부와 아버지와 두 형이 남로당 활동과 관련된 문제로 죽고 그는 온갖 고생을 하며 자랐다.2015.12.03 06:44
다산 정약용은 누구인가. 남산에 가면 다산 정약용의 동상이 있고, 시청역 근처에는 다산연구소가 있으며, 남양주시 능내리 마현 마을에는 다산 정약용의 기념관과 생가, 묘 그리고 그의 거중기 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 전남 강진에는 다산기념전시관이 있다.조선의 진보적인 사상가이자 사실주의적인 작가로 명망이 높은 다산. 그는 이처럼 우리나라의 수많은 학자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흠모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물이다.흔히 ‘다산’ 하면 18년의 유배 생활과 함께 「목민심서」의 저자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그에 대해 말하자면 그는 ‘강진 유배 18년 동안 5000권의 책을 쓴 실학자’라고 소개해야 더욱 정확할 것이다.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을 비롯하여 「애절양(哀絶陽)」 등의 시가 있으며 이외에도 다산은 수많은 글을 써서 자신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했다. 그는 22세에 진사가 된 후 1789년 28세에 문과에 2등으로 급제하여 규장각의 월과문신으로 뽑혔다. 이후 예문관 검열(정9품), 홍문관 정언(정6품), 사헌부 지평(정5품), 성균관 직강(정5품)으로 승진하면서 승정원 동부승지(정3품), 우부승지, 좌부승지를 거치며 임금을 보필했던 인물이다.2015.11.19 05:47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석 줄의 시 ‘너에게 묻는다’로 많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었던 안도현은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서 시 ‘낙동강’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이라는 시집은 알다시피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라는 시에서 제목을 빌려온 것이다. 시집의 제목만 보아도 그가 백석의 시를 읽으며 얼마만한 감명과 동경을 품어 왔는지 짐작할 수 있고 그의 서정적 시세계가 지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듯하다. 그는 맑은 시심을 바탕으로 낭만적 정서를 뛰어난 감각으로 표현해 온 현대의 대표적인 시인이다.오늘 소개하는 책은 그러나 시집이 아니라 문학동네에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소개하고 있는 ‘연어’라는 작품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인간이 물고기를 옆에서 보려고 하지 않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하며, 연어를 옆에서 볼 줄 아는 눈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마 이 말은 사람을 비롯한 모든 타자와의 관계에서 진정성을 담아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와 마음씨를 가져야 함을 뜻하는 듯하다. 책에 등장하는 은빛연어는 다른 연어와 달리 색깔이 다르다.2015.11.03 08:12
하루를 멀다 하고 자고 나서 눈 뜨면 온통 새로운 정보들로 넘쳐나는 세상이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져서 요즘은 신문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본다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종이로 인쇄된 신문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접하고, 신문에서 알려주는 정보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다. 요컨대 신문은 여전히 세상을 바라보는 창(窓)이자 세상과 나를 연결해 주는 매개물인 셈이다. 그런데 도대체 신문을 읽는 데에 ‘혁명’이 있을 수 있을까. 신문에서 소개하는 기사가 하나의 팩트(fact)를 다루는 것이라면 어느 신문을 보더라도 그 내용은 동일하지 않을까. 신문을 읽는 데에 무언가 내가 모르는 뾰족한 요령이라도 있는 것일까.결론부터 말하자면, 신문을 읽는 데에도 안목이 필요하다. 신문사 또는 그 신문사의 사주가 지향하는 정치적 코드가 있고, 편집인의 의도에 따라서 같은 팩트여도 그것을 소개하는 방식은 생각 이상으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신문사의 정치적 색깔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바로 사설이다. 사설이 사설(私說)이 아니라 사설(社說)이라는 것만 보더라도 그것이 무엇을 보여주는 지면인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사설 외에도 신문은 교묘한 편집을 통해 자신들이 지향하는 바를 일관되게 사람들의 무의식 속으로 심어 놓는, 생각 이상으로 명민한 생물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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