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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50)]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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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50)]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나누어먹는 따뜻한 떡국 한 그릇. 모두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의좋게 떡국을 나누어 먹은, 정답고 포근한 설 연휴를 보내셨는지요? ‘첨세병(添歲餠)’이라 불리는 떡국도 먹었겠다, 이제 실로 나이 한 살을 더 먹게 되었다. 되알지게 자리 잡은 녀석이 얄궂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올해 어떠한 일과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조금은 설레는 기분이다.

더불어 2주에 한 번씩 서평을 쓰는 이 일이 내 삶에 소중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설사 단 한 사람의 독자가 있을 지라도-, 사실 이 글을 통해 만날 ‘당신’과의 만남 또한 묘한 기대감을 준다고 밝히련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새해 아침은 어떠했는지 자못 궁금하여 안부인사 먼저 건네는 수선을 떨었는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것도 결국은 ‘사람’을 마주하는 일이라 생각하는지라, 에세이를 쓰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옷매무새를 다듬듯, 나의 마음자리부터 돌아보게 된다. 오늘 만날 ‘당신’에게 편안하고 참 좋은 느낌을 주는 글과 생각을, 그리고 책을 선사하고 싶다. 나의 바람은 이러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좋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나 두러두런 나누어보자.

살아가면서 ‘사람’과 ‘인연’이 참으로 귀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그냥 그렇게 스쳐지나간 사람, 기억에 남는 무언가를 남긴 사람, 떠올리는 것조차 싫은 사람, 아쉬움을 남긴 인연,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 인연이 끝인 줄 알았으나 다시 이어가게 된 만남 등 많은 사람과 인연들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었으니, 우리가 걷는 길목마다 ‘사람’이 존재했다고 말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작가 말마따나 ‘사람’ 때문에 울고, ‘사람’ 때문에 웃으며,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증오하고,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람’을 잊으려 애쓰고. 그게 우리네 삶이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살이’를 해야 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걸까.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단순히 처세술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꾸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갖게 된다.
그 물음의 해답은 간단했다. 하루 종일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사람 곁에 있으면 마치 나의 몸에서도 포르르 향기가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처럼, ‘좋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우선 많이 들어 보는 것이다. 그래서 신년에는 제목부터 향기로운 느낌을 주는 책, 작가 송정림의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시리즈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그냥 우리와 똑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다 아름다운 모습을 고담하게 담아내었다. 고운 목소리의 라디오 DJ가 이 세상에 스러져 가는 것들을 쓰다듬어주듯 다정하게 사연을 읊어주는 데, 가만히 읽다보면 막연하게나마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중 인생에서 만나고 싶은, 혹은 닮고 싶은 몇 명의 사람을 ‘당신’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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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람은, 정감과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다. 동네에서 만나는 동물들과도 금세 친해지고 걸어가는 곳의 돌멩이 하나 풀꽃 하나에도 금방 정이 드는 사람. 착한 사람을 금방 알아보고, 작고 여린 것에 곧 정이 들고, 아름다운 것을 금세 받아들이는 사람. 그런 사람은 사람만 사랑하는 게 아니라 우주 만물을 다 사랑하기 때문에 인생을 의욕적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햇살 하나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생의 에너지로 삼을 줄 알기 때문에. (p.60-61)

두 번째, 미국의 대부호인 록펠러는 암에 걸려 1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통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 때 그의 어머니는 곧 세상을 떠날 텐데 자선사업이나 마음껏 하고 가라고 했단다. 록펠러는 그 때부터 자선사업을 시작했는데 무려 그 후 40년이나 더 생을 누렸다고 한다. 타인을 도와주면서 자신도 행복해지는 봉사의 기쁨을 누렸던 록펠러의 삶. 결국 봉사는 우리 자신을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p.64-65)

세 번째, 2010년 영국 인명사전에 오른 ‘윌러스 히틀리’이다. 1912년 4월 15일 대서양을 건너던 타이타닉 호는 빙산에 충돌해 침몰하고 말았다. 사람들이 살 길을 찾아 아우성치는 아비규환의 순간, 윌러스 히틀리와 그가 이끄는 일곱 명의 연주자는 승객들의 동요를 줄이기 위해 배가 완전히 침몰한 공포의 3시간 동안 연주를 계속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용감하게 바친 행동, 영웅이 되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p.69-71)

네 번째, 어둑한 새벽 거리를 뚫고 나와 쓰레기를 수거하는 남자의 신이 난 얼굴, 그는 음식물 쓰레기로 가득한 봉투를 손바닥으로 탁탁 치며 “이런 새벽에는 쓰레기도 싱싱해요!”라고 외친다. 자신이 하는 일, 곁에 있는 사람, 자신이 머물고 있는 이 시간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 작은 일에도 불평이 앞서는 내게 신선한 울림을 준다.(p.72-74)
다섯 째, 일흔이 넘은 나이에 걸어서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한 할머니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이 일을 해낸 할머니의 비결이 궁금했던 기자들에게 할머니는 “처음부터 대륙을 횡단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해낼 수 있었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할머니가 대륙을 걷기 시작한 이유는 단지 어린 손자에게 받은 운동화 한 켤레 덕분이었는데, 할머니는 이 운동화를 자랑하고 싶어 친구가 사는 곳까지 걸어갈 생각을 했단다. ‘걷다가 힘들면 택시 한 번 타지 뭐’라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져 시작조차 못하고 곧잘 제풀에 꺾여버리곤 하는 내게, 어깨에 있는 힘을 빼도 좋다고, 그저 즐겁게 내 할 일을 하면 된다고, 그렇게 걷다보면 뜻밖의 성과를 이룰지도 모른다고 토닥여주는 듯한 할머니의 따뜻한 조언이다. (p.134-137)

여섯 째, 지붕에 구멍이 난 집에 아들 셋이 살았다고 한다. 구멍 뚫린 방에서 잠을 자면서 세 아이는 종종 그 구멍을 통해 밤하늘을 보았다고 한다. 비가 오면 양동이를 번갈아 갖다 놓기도 했는데 지붕을 고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세 형제는 훗날 시인과 문학 교수, 그리고 철학자가 되었다고 한다. 가난한 지붕의 구멍이 그들에게는 삶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자신의 힘으로 여겨 인생의 가장 큰 영광으로 선물할 줄 아는 사람들. 멋지지 않은가? (p.160-161)

일곱 번째, 전 경북대 총장의 실화이다. 중학교 1학년, 68명 중 68등을 한 그는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기대를 실망시켜 드릴 수 없어 성적표를 1/68로 고친 적이 있단다. 아버지는 1등한 아들을 자랑하기 위해 돼지까지 잡고 온 동네 사람들을 모아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그 후 아버지를 속인 일이 못내 마음에 걸려 그는 죽어라 공부해 17년 후 대학교수가 되었단다. 시간이 흘러 33년 전의 일을 사죄하려고 하자 아버지는 다 알고 있었음을 말씀하신다. 다 알면서도 속아 주며, 자식 잘 되라고 전 재산을 털어 잔치까지 벌인 부모님의 마음, 회초리보다 아픈 것은 ‘사랑’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p.98-99)

마지막으로 많은 고난 속에서도 늘 웃는 한 선배의 비결이다. 힘들 때면 늘 첫 마음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시선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그저 일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설레던 그 첫 마음. (p.231-232) 어느새 행방불명된 그 마음을 찾는 일. 2016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고민하는 우리에게 분명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참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세상의 어떠한 사람도 결코 혼자 존재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아 갈 즈음, 나는 내게 잠시 스쳐간 짧은 만남일지라도 ‘참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아름다운 잔향이 남기를 바라본다. 우리 자신이 향기 좋은 나무가 되면 벌과 나비가 저절로 찾아오듯, 단 한 사람에게라도 그저 눈이 부신, 아니 바라볼 수 없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떠할까?

아름다운 사람
눈을 둘 곳이 없다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한 사람
(나태주 ‘아름다운 사람’)
한소진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아침독서편지 연구위원(덕신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