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은 우리나라에 소개된 일본 문학 중 가장 많이 번역되어 출판된 소설이다. 1963년 일본 아사히신문 현상공모소설에서 731편의 경쟁을 뚫고 1위에 입선한 후 이듬해 해당 신문에 연재되면서 시민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고, 1966년에 단행본으로 간행되었다. 그 여풍을 몰아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판되어 장기간 베스트셀러를 차지했으며 1966년부터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도 제작되어 방영되었다.
빙점을 읽으며 가슴 벅찬 감동에 젖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기억이 생생하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원죄에 대한 것이다. ‘요코’라는 이름의 여자 아이가 자신의 원죄를 깨닫고 양부모에게 아버지의 죄를 용서해 달라는 유서를 쓴 채 음독자살에 이르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읽는 이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느끼게 한다.
이 소설은 전하는 메시지와 소설이 갖는 작품으로서의 완성도에 비해 많은 이에게는 불륜과 관련된 통속소설로 알려져 있는데 그 까닭은 아마도 소설 도입부에 나오는, 그다지 선정적이지도 않은 나쓰에와 무라이의 불륜 장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쓰에는 남편의 후배이자 안과 의사인 젊은 무라이와 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어린 딸 루리코를 집 밖으로 내보내게 되는데, 이로 인해 딸 루리코는 사이시에게 유괴되어 끝내 살해된다. 남편 게이조는 이 사실에 분개하였고, 죽은 루리코 또래의 여자아이를 입양하여 키우고 싶다는 아내의 청을 듣자 고아원을 수소문해 아내 몰래 사이시의 딸을 입양해 온다. 아내가 애지중지 키우게 될 딸이 루리코를 살해한 유괴범의 딸임을 알게 됐을 때의 아내의 충격과 절망감을 맛보기 위해서였다. 일종의 복수인 셈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성장하여 대학생이 된 요코는 비로소 자신이 살인자 사이시의 딸이었음을 알게 되고, 그 충격으로 인해 모든 삶의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자신의 ‘원죄’를 마주하게 된 셈이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게이조와 나쓰에를 비롯하여 오빠 도오루에게조차 죄를 짓는 것임을 깨닫고, 끝내 그녀는 죽음으로써 용서를 구하게 된다.
이 소설 빙점은 흔히 통속소설로 소개되고 있지만, 소설에서 다루는 주제와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결코 통속적이지 않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빙점, 그것은 우리가 해결하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원죄라는 말을 쓰는 것일 게다. 그러나 이러한 원죄 또한 용서와 화해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음을 작가는 보여준다. 빙점이 출간된 후 5년 후에 나온 (속)빙점은 자살 미수에 그친 요코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작가는 오빠 도오루와 연인 기타하라의 헌신 속에 그녀가 자신의 원죄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매우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녀의 출생에 대한 새로운 반전과 여행의 마지막에서 유빙이 불타오르는 모습 등에서는 원작에서 다 말하지 못한 작가의 메시지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밖에 없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동구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아침독서편지연구위원(광성고등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