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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67)] 빛깔이 있는 현대시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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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67)] 빛깔이 있는 현대시 교실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치면서 종종 부딪히는 문제는, 시의 이해에 대한 내 스스로의 ‘깊이’이다. 나는 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나. 잘 알지도 못하는 시를 성급하게 가르치는 것은 아닐까. 핑계는 몇 가지 있다. 수업 진도도 나가야 되고, 수능을 대비해 문제를 잘 풀 수 있도록 시 읽기를 지도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적고 보니 결국 수능에서 문제를 잘 풀게 하려면 더욱이 시를 제대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후자는 핑계가 될 수 없겠다. 아쉽게도 시를 성급하게 가르치는 것은 오로지 빡빡한 분량의 수업 진도 때문이라고 자위하며 나의 부족함을 합리화해 본다.

「빛깔이 있는 현대시 교실」을 집어 들어 김상욱 교수가 안내하는 시의 세계로 떠나본다. 잠시 교단이 아니라 교실의 책상에 앉아 재미있는 시 수업을 듣고 있다. 시란 참으로 논리를 단번에 뛰어넘는 직관적인 울림을 준다. 그 울림의 먹먹함은 채 한바닥을 넘기지 못하는 짧은 분량의 글에서 유장한 대하소설을 읽을 때의 감동과 비견할 만한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무릎을 치게 만드는 시인의 섬세한 관찰력과 정서, 이를 정갈한 시어로 길어 올린 몇 마디의 서정적인 언어는 인간이 가 닿을 수 있는 가장 언어 외적인 세계이자 언어로 결코 가 닿을 수 없는 영역 자체의 가장 근접한 다가섬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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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언어로 진리를 담아낼 수 있다면 그 도구는 시가 유일하지 않을까. 인간의 가장 인간다움은 시의 세계에서 찾을 수 있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시는 인간의 마음 속 내밀한 구석을 단번에 찔러 들어가는 섬뜩함을 통해 미처 잘 알지 못했던 내 마음의 정체를 알게 하고, 그(시인)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

요즘 영화 <동주>를 보고 난 사람들의 뜨거운 호응이 한창이다. 송몽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도 이 영화를 통해 그와 윤동주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는 듯하다. 아직 영화를 감상하지는 못했으나, 이 책을 통해 나는 내가 모르던 윤동주를 다시 또 새롭게 느꼈다. 백석과 함민복, 정지용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문태준의 시가 주는 감동에 젖어 그의 문재(文才)를 시샘하기도 했다.
우리말로 된 시를 풍족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참 축복이다. 이토록 많은 시인이 있고, 좋은 시가 내 곁에 있다. 학생들에게 시 읽는 즐거움을 마음껏 알려 주고 그것을 신나게 가르칠 수 있는 나의 자리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울림이다.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친다는 것은 감당이 안 될 만큼 굉장한 일이다. 재미있는 시 수업은 재미를 목적에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시를 가슴 저리게 읽으며 시에 많이 젖어갈수록, 그렇게 시 읽기가 거듭될수록 마치 잘 숙성된 과일에서 좋은 향기가 배어나오듯 좋고 재미있는 수업이 되는 것이다. 아, 그래. 시는 이토록 좋은 것이었고, 나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이를 소개할 의무와 권리가 있는, 굉장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이동구 (사) 전국독서새물결모임 진로독서센터 연구원(광성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