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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71)] 실현될 수 없는 욕망이지만…헨리 라이더 해거드의 소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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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71)] 실현될 수 없는 욕망이지만…헨리 라이더 해거드의 소설 ‘그녀’

지난 해 아홉 살 난 우리 아들이 외삼촌 집에 놀러가서 조카에게 충격적인 말을 남겼다. “우리 엄마는 할머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항상 지금 같이 예뻤으면……. 엄마가 할머니가 되는 스무 살 정도에 그냥 엄마랑 같이 세상을 떠나버릴까봐.”

그 말을 전해 듣고 대체 내가 나이가 먹는 게 왜 그렇게 두려운지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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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불안정하고 힘들었던 20대보다 편안하고 좋은 게 더 많았던 30대의 후반에 접어들며 40대는 더욱, 50대는 더더욱 지혜롭고 행복할 것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부모님이나 주변의 50~60대 선생님들을 보며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평안하고 행복해질 거란 기대는 아직은 30대인 나의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정신적·신체적 노화는 삶의 곳곳에서 무료함과 허무함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많은 노력도 필요할 것이리라.

요즘에는 아동도서인 트리갭의 샘물에서부터 나니아연대기, 반지의 제왕 등에서 영원한 생명과 젊음, 환상과 모험, 절대적 여신 등을 소재로 하는 영화나 소설, 동화 등이 익숙하지만 1887년 당시에는 나름 혁신적이었던 헨리 라이더 해거드의 소설 ‘그녀’는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운을 남겼다. 2000년 동안 지혜와 절대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 악하고도 억지스러운 통치자이며 ‘사랑’에 대한 무모할 정도의 환상을 가진 그녀인 아샤. 궤변논자이며 악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홀리와 레오. 다소 문어체인 그들의 대화가 머리와 입가에 살아 맴돌았다.
영화 반지의 제왕 속 ‘갈라드리엘’의 모티브가 그녀의 ‘아샤’라고 한다.이미지 확대보기
영화 반지의 제왕 속 ‘갈라드리엘’의 모티브가 그녀의 ‘아샤’라고 한다.
영원한 젊음을 간직한 채 뜨거운 사랑을 얻고자 했던 그들은 당연히 예상했듯 꿈이 실현되는 불꽃의 의식이 끝나는 순간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인간이기에 너무도 당연히 인정해야 하는 결과이면서도 또 인간이기에 그들의 욕망을 탓할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의 순리를 인정하는 듯 하면서도 순간 나도 모르게 생겨버리는 젊음, 사랑에 대한 갈망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간의 모든 한계는 자연스럽게 인정하면서 내면에 젊음과 사랑이 샘솟았으면 하는 욕심을 내보다가 이내 웃음짓는다. 그냥 아직은 30대이고 따스한 봄이 오는 지금 이 순간 사랑과 젊음을 온몸과 마음으로 즐겼으면 좋겠다.
오여진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독서연구팀(서울상원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