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문득 중학교 때 읽었던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라는 책이 떠올랐다. 도덕 선생님께서 방학 과제로 내 주며 읽어 오라 했던 짧은 소설이었는데, 어린 나이여서 그런지 수용소에서의 하루를 소재로 한 그 소설의 내용은 당시에 매우 충격적이었고 그런 까닭에 더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이 작품은 솔제니친 자신이 소련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약 8년 가까이 생활하면서 몸소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가 새벽에 눈을 떠서 다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는 순간까지의 하루를 통해 수감자들의 고통스러운 수용소 생활과 비인간적인 처사를 생생하게 담아 낸 소설로, 1962년 발표 당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스탈린 시대의 강제수용소 내부를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하 30도의 강추위 속에서 노동을 하며 몸이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충분히 음식을 챙겨 먹지도 못하는 수감자들의 삶은 하루하루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듯, 읽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과 긴장감과 탄식을 느끼게 한다.
내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수용소에서 이반이 차갑게 식은 죽을 먹는 장면이다. 그는 한 끼를 먹더라도 뜨끈뜨끈하게 데워진 죽을 먹을 수 있기를 그토록 절실히 바랐는데, 소설에서 그가 허기를 메우기 위해 차갑게 식은 음식을 먹으며 찬 것을 뱃속에 넣을 때의 상실감을 길게 토로하는 대목에서 나는 그가 체험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를 기꺼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인가, 어쩌다 가끔 찬 음식을 먹거나 할 때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소설의 이반의 심정이 되어 그의 기분이 어땠을지 돌이켜 보곤 했다. 아, 음식이란 자고로 뜨끈뜨끈한 맛에 먹는 것이 아니던가. 중학생의 어린 나이에도 이반의 상실감에 가슴 아팠고, 나는 내가 뜨거운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음에 무의식적으로 감사함을 느끼곤 했다.
이동구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진로독서센터 연구원(광성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