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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94)]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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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94)]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8년 전쯤인 것 같다. 권정생 선생님의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을 보고 든 충격과 고민들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별 고민과 죄책감 없이 그저 열심히만 달려오다가 뒤를 돌아보기 시작하면서 집어든 권정생 선생님의 말들은 한마디 한마디 가슴에 와 박혔다. 그 책의 사진 속 허름한 집에 멍 하니 앞을 응시하는 권정생 선생님의 모습은 아직도 선명하게 머리 속에 남아있다. 그 사진을 얼마나 뚫어지게 한참을 쳐다봤었는지...... 그 후로 내가 읽는 책의 스펙트럼이 많이 바뀌었고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다는 것,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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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권정생 선생님의 글을 다시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의 진심어린 편지 속에 그분들의 길고 긴 고뇌가 마음에 담아지며 내내 쓰라렸다.

사람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오롯이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절실히 깨닫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확고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며 행복이 늘어날 것 같았지만, 오히려 반대인 측면도 크다. 확신이 들고 아는 게 많을수록 괴로움이 더 커지기도 한다. 누구나 하는 일상의 고민과 끊임없는 신체의 고통,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은 편지를 통해서 진정 순수하게 생각하는대로 살고자 한 권정생 선생님의 그 괴로움이 점점 더 가깝게 느껴지며 자꾸만 마음이 아팠다. 그의 동화, 시, 소설의 내용이 겹쳐지며 소소한 일상과 끊임없는 좌절이 자꾸 내 일처럼 느껴졌고, 진정한 크리스천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서도 되짚어보게 했다.

이번에도 8년 전처럼 책을 읽은 여운이 오래갈 것 같다.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수십 페이지의 글들을 자꾸 다시 돌아본다.
≪하느님 나라는 절대 하나 되는 나라가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는 일만 송이의 꽃이 각각 빛깔과 모양이 다른 꽃들이 만발하여 조화를 이루는 나라입니다. 꽃의 크기가 다르고 모양이 다르고 빛깔이 달라도 그 가치만은 우열이 없는 나라입니다.≫

우리들의 하느님을 읽으며 눈을 뗄 수 없었던 권정생 선생님의 생전 사진이미지 확대보기
우리들의 하느님을 읽으며 눈을 뗄 수 없었던 권정생 선생님의 생전 사진
≪어떻게 하면 함께 살 수 있겠습니까? 넘치지 않게 필요한 만큼 고루 나누어 쓰는 인간 세상은 오지 않는 것일까요? 제가 그토록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그래도 잃지 않은 한 가지 오기는 자신의 값어치를 지키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 값어치를 너무 헐하게 내던지고 맙니다. 왜 그토록 고귀한 자신을 물건처럼 상품으로 만드는지 안타깝습니다. 노력보다 결과에만 마음을 쓰다보니 출세라는 저속한 계산을 하고 인간은 매몰되고 마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입니다. 그것은 진시황제가 만리장성을 쌓은 것보다 어렵고 고달픈 길입니다.≫
오여진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독서연구팀(서울상원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