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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99)] 다시 설레는 봄날에…김용택의 시집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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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99)] 다시 설레는 봄날에…김용택의 시집 '섬진강'

꽃놀이로 주말이면 도로가 어김없이 막히고, 꽃물결보다 더 많은 사람물결이 일렁거려 제대로 꽃구경을 하지 못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지레 꽃놀이를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앉아서 봄을 보내는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김용택의 시집 '섬진강'을 펼쳐서라도 남도의 봄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시인의 눈으로 본 섬진강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이야기, 그곳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그대로 내 마음으로 건너와 섬진강을 따라 흐르는 강물소리와 함께 청량제가 되고 설렘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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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시 '섬진강'을 천천히 읽으면서 그의 시는 봄날의 아름다운 풍경화 한 편을 보는 듯한 가벼운 시선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20편이나 되는 '섬진강'에 대한 유려하고 장엄한 서사시 속에는 농촌의 어려운 현실과 농민들의 고뇌와 아픔이 스며 있습니다. 흐르는 강물과 함께 한 그들이 있었기에 섬진강은 거대한 것이며, 몇 놈이 달라붙어서 그 물을 퍼낸다고 해서 마를 물이 아니며,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않은 것이지요. 소박한 농민들의 삶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고 했던 시인의 따스함을 통해 영원히 마르지 않고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이 우리 곁으로 온 것입니다.

혁명의 아침같이,
산굽이 돌아오며
아침 여는 저기 저 물굽이같이
부드러운 힘으로 굽이치며
잠든 세상 깨우는
먼동 트는 새벽빛
그 서늘한 물빛 고운 물살로
유유히.
당신, 당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섬진강 11-다시 설레는 봄날> 중에서

시적화자는 아름다우면서도 서러웠고 기뻤고 행복했던 섬진강의 강변에서 봄을 기다립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부드러운 힘으로 굽이치며 서늘한 물빛 고운 물살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봄볕처럼 따스하고 밝은 세상이 올 것 같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제 곧 봄은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을 피워내고, 숯불 같은 자운영꽃을 머리에 이어주며, 식물도감에도 없는 들풀에 환하게 꽃등을 달아줄 테니까요.

풀꽃이 피고 어느새 또 지고, 그 위에 눈과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가 다시 풀꽃이 피어나는 봄입니다. 봄은 이러한 반복을 몇 번이나 했는지 자신은 알지 못하지만 사람들에게 늘 새로움과 신선함을 선물합니다. 게다가 올 봄은 총선의 이례적인 결과 덕인지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더욱 설레는 이 봄날, 정치인들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바르게 알고, 변화를 꿈꾸는 많은 이들은 기대와 설렘으로 이 봄을 다시 맞이해도 좋겠습니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건 지난한 세월을 견디면서 피폐해진 땅을 갈며 살아온 이 땅의 사람들이니까요.
예경순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진로독서연구소장(서울교대 평생교육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