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다시 '섬진강'을 천천히 읽으면서 그의 시는 봄날의 아름다운 풍경화 한 편을 보는 듯한 가벼운 시선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20편이나 되는 '섬진강'에 대한 유려하고 장엄한 서사시 속에는 농촌의 어려운 현실과 농민들의 고뇌와 아픔이 스며 있습니다. 흐르는 강물과 함께 한 그들이 있었기에 섬진강은 거대한 것이며, 몇 놈이 달라붙어서 그 물을 퍼낸다고 해서 마를 물이 아니며,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않은 것이지요. 소박한 농민들의 삶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고 했던 시인의 따스함을 통해 영원히 마르지 않고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이 우리 곁으로 온 것입니다.
혁명의 아침같이,
산굽이 돌아오며
아침 여는 저기 저 물굽이같이
부드러운 힘으로 굽이치며
먼동 트는 새벽빛
그 서늘한 물빛 고운 물살로
유유히.
당신, 당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섬진강 11-다시 설레는 봄날> 중에서
시적화자는 아름다우면서도 서러웠고 기뻤고 행복했던 섬진강의 강변에서 봄을 기다립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부드러운 힘으로 굽이치며 서늘한 물빛 고운 물살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봄볕처럼 따스하고 밝은 세상이 올 것 같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제 곧 봄은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을 피워내고, 숯불 같은 자운영꽃을 머리에 이어주며, 식물도감에도 없는 들풀에 환하게 꽃등을 달아줄 테니까요.
풀꽃이 피고 어느새 또 지고, 그 위에 눈과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가 다시 풀꽃이 피어나는 봄입니다. 봄은 이러한 반복을 몇 번이나 했는지 자신은 알지 못하지만 사람들에게 늘 새로움과 신선함을 선물합니다. 게다가 올 봄은 총선의 이례적인 결과 덕인지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더욱 설레는 이 봄날, 정치인들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바르게 알고, 변화를 꿈꾸는 많은 이들은 기대와 설렘으로 이 봄을 다시 맞이해도 좋겠습니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건 지난한 세월을 견디면서 피폐해진 땅을 갈며 살아온 이 땅의 사람들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