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참 쉬지 않고 흘러갑니다. '자연(自然)'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입니다. 절로 절로 저절로 이루어지는 상태겠지요.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오월의 신록이나 꽃이 피고 새가 우는 것처럼 말입니다.
모두가 어려운 때입니다.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힘들어 하고, 중년들은 직장에서 막판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노년층은 빈곤과 푸대접으로 모진 추위를 견뎌야 합니다. 아, 오월은 신록은 너무나 아름답고 세월은 자연적으로 흘러가지만, 이 눈부신 꽃 잔치에 소외된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비바람이 지나가면 다시 해가 나오듯이 겨울이 지나가면 봄은 반드시 오듯이 지금 우리의 삶이 팍팍해도 함께 서로를 배려하면서 같이 간다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어쩌면 일제강점기 앞과 뒤를 돌아보아도 한 발 재껴 디딜 곳조차 없던 시대에 이미륵 선생이 그러하였을 것입니다. 3·1운동에 가담하였다가 일제의 억압을 피해 독일 땅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공부하고 문단 생활과 강의를 하다가 향년 51세의 나이로 쓸쓸히 타향에서 잠든 분입니다. 교실 학급 문고를 정리하다 보니, 아주 오래된 문고판 책이 발견되었습니다. 전혜린의 번역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압록강은 흐른다'입니다. 저의 고등학교 시절, 전혜린의 수필을 읽으며 잠 못 드는 밤이 참 많았습니다. 언젠가 그녀의 글에 나오는 독일의 슈바빙을 꼭 가보리라. 그리고 회색 보도와 오렌지색 등이 있는 뮌헨을 그리워하였습니다. 그 시절의 벗처럼 반가운 책이었습니다.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읽었습니다. 오월의 신록처럼 싱그럽고 서정적인 글은 여전히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역사적인 사건과 자신의 성장 과정을 교체하는 서술 방법으로 전통과 변화, 동양과 서양의 가치기준이 혼합된 시대상황 속에서 동양적인 감성과 서양의 과학적인 이성을 지닌 하나의 인간으로 성숙하여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가 개인의 성장 과정을 중심으로 한국의 전통적·역사적인 배경에 신문명의 유입과 유럽 세계와의 접촉을 조명하고 있으며, 문체의 탁월함이 인정되어 한때 최우수 독문 소설로 선정된 바 있으며, 독일교과서에 실려 지속적으로 애독되고 있습니다.(한국민족문하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다시 읽는 이미륵의 글에서 어머니께서 미륵을 일제를 피해 도망을 보내며 하신 말씀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지도 모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아들에게 진심을 담아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는 자주 낙심하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충실히 너의 길을 걸어갔다. 나는 너를 무척 믿고 있다. 용기를 내라! 너는 쉽사리 국경을 넘을 것이고 또 결국에는 구라파에 갈 것이다. 이 에미 걱정은 말아라. 나는 네가 돌아오기를 조용히 기다리겠다. 세월은 그처럼 빨리 가니 비록 우리들이 다시 못 만나는 한이 있더라도 슬퍼 마라. 너는 나의 생활에 많고도 많은 기쁨을 가져다 주었다. 자! 내 애기야, 이젠 혼자 가거라."
이미륵 선생은 다시는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이선애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연구원(경남 의령 지정중 교사•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