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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721)] 마지막까지 스승이었던 이…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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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721)] 마지막까지 스승이었던 이…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내가 살아오는 동안 나의 그리움을 가장 많이 자극한 분은 지금 이 세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다만 나의 마음속에 존재합니다. 그분은 나의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은사님인데, 지금은 어른이 된 내 아이의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우연한 기회에 뵙게 되었습니다. 그때 내 아이의 두 손을 마주잡고 눈을 맞추면서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해 말씀해주시는 것을 보고 어떻게 저렇게 나를 많이 기억하고 계시는지 참으로 놀라웠고 존경스러웠습니다.

그 후 은사님과 나는 몇 년 간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제지간이라기보다는 큰언니나 친정엄마처럼 다정하고 허물없는 관계로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은 파견근무 차 미국으로 가시는 사부님을 따라 가시고, 얼마 후 나 또한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가게 되어 선생님과 가까이 있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전화와 메일로 연락을 하며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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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날 받은 뜻밖의 메일은 선생님이 쓰신 것이 아니라 사부님이 쓰신 것으로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선생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나는 그때 비로소 알았고, 허무하게 가신 선생님을 조문조차 할 수 없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죽음은 생명을 끝내지만 관계까지 끝내는 건 아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 나오는 죽음에 대한 모리 교수님의 이 말은 나와 은사님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비록 지금 세상에는 계시지 않지만 나에게 그리움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관계란 무엇인지 등 인생의 크나큰 의미를 가르쳐주시고 영원히 내 마음 속에 계십니다. 마치 모리 교수님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고 경쟁적인 삶 속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것들을 미치에게 조곤조곤 가르쳐주듯 나의 은사님은 내 인생의 진정한 스승으로서 내 삶에서 놓치기 쉬운 많은 것들을 되찾아주고 있습니다.
“묘비에 뭐라고 적으면 좋을지 결정했네.”
교수님이 말했다.

“묘비 얘기 같은 건 듣고 싶지 않아요.”

“왜, 마음이 초조해지나?”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그 얘긴 관두지 뭐.”
“아니에요. 말씀해 보세요. 뭐라고 쓰실 거예요?”
교수님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서 대답했다.

“이런 글귀를 생각했네. ‘마지막까지 스승이었던 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192쪽>

마지막까지 진정한 나의 스승이시던 사랑하는 은사님, 다시 꼭 만나서 옛날 내 열 살 무렵을 추억해보자고 하시고선 어느 날 꽃잎이 떨어지듯 세상을 훌쩍 떠나셨던 그 분, 만약 이 세상에 살아 계시다면 매주 한 차례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찾아뵙고 미치가 모리 교수님께 그랬던 것처럼 인생수업을 들을 수 있을 텐데……. 내일은 스승의 날, 아직 간직하고 있는 선생님 사진과 편지라도 다시 꺼내 영원한 나의 은사님을 추억하면서 그리움을 달래야겠습니다.
예경순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진로독서연구소장(서울교대 평생교육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