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봉툿값 20원?… 점주들 "단골 놓칠까 무상 제공"
백화점, 종이봉투 관련법 완화 되자… 무상으로 제공
주요 대형마트, 장바구니 대여 나서
환경부 "일회용 비닐봉지만 유상, 종이봉투 유통업계 재량 맡겨"
백화점, 종이봉투 관련법 완화 되자… 무상으로 제공
주요 대형마트, 장바구니 대여 나서
환경부 "일회용 비닐봉지만 유상, 종이봉투 유통업계 재량 맡겨"

궁금증은 봉툿값 20원으로부터 시작됐다. A편의점에서는 봉투를 유상으로 판매하는가 하면, 맞은편 B편의점은 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가격도 무상부터 20원, 50원 등으로 다양하다. 일부는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가, 카드가 되기도 한다. 또 봉투를 가져가면 돈을 돌려주거나, 돌려주지 않았다.
정부는 ‘환경부담금’이라는 이름 아래 1999년부터 매장에서 ‘봉툿값’을 받도록 했다. 그런데 1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편의점, 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어떻게 봉툿값을 책정하고 있을까. 직접 매장을 찾아가 확인해 봤다.
◇편의점, 봉툿값 무법지대… 점주는 ‘울상’

왜 점주들은 ‘무상’으로 봉투를 판매하고 있을까. 점주들은 입을 모아 단골을 놓칠까봐 ‘울며겨자먹기’식 선택이라고 답했다. 점주 A씨는 “손님들이 봉툿값 20원을 받자고 하면 하나같이 불쾌하게 생각한다. 봉툿값 때문에 손님이 더는 찾아오지 않게 되면, 그게 더 큰 손해기 때문에 서비스 차원으로 주고 있다”고 했다.
봉툿값은 ‘자원재활용법’에 따른 결과다. 환경부에 따르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제10조에 따라 33㎡(약 10평) 이상의 면적을 갖춘 도소매 점포는 1회용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 만약 지자체의 단속을 통해 1회용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한 사실이 발각될 경우, 해당 점포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를 노린 ‘봉파라치(봉지+파파라치)’도 기승이다. 최근 구청 단속으로 벌금을 낸 뒤 봉투를 유상으로 판매 중이라고 밝힌 B편의점은 “점주들 사이에서 봉툿값 단속을 한다는 소문이 들면 그 주는 유상으로 봉투를 판매하고 있다. 손님들한테도 치이고 구청에서도 치이고, 차라리 일괄적으로 관련법이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종이봉투 관련법 완화… 사각지대 ‘백화점’

이마저도 백화점 측에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무료 종이봉투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쇼핑을 끝낸 뒤 계산대에서 편리하게 봉투에 물건을 담을 수 있도록 비치되지 않고, 고객센터에 가야지 받을 수 있는 시스템 때문이다. 최고의 쇼핑 서비스를 자랑한다지만, 얄팍한 꼼수가 보이는 대목이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이보형 사무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1993년 환경법상 종이봉투 무상 배표는 금지됐다. 하지만 2006년도에 관련 법규가 완화되면서 종이봉투는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이들이 종이봉투를 무상으로 판매해야하는 의무는 없다. 현재는 일회용 비닐 봉투에 대해서만 유상으로 판매되는 게 법규다”고 설명했다.
개정된 법규에 따르면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기업형 슈퍼마켓 등 종이 봉투를 무상으로 판매해야 하는 것이 강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유통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매장의 경영전략에 따라 돈을 받는 유무가 달라질 수도 있어 그 몫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현재 환경부에서 규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건 손잡이까지 종이로 된 봉투, 합성수지로 코팅 안 된 종이봉투다.
◇기업형 슈퍼마켓은 제각각… 대형마트 ‘장바구니’ 대여 나서

반면 대형 마트들은 최근 환경보호에 발벗고 나섰다. 일회용 종이 쇼핑백을 없애고 부직포 쇼핑백을 대여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부터 대여용 쇼핑백을 운영하고 있었다. 11일 방문한 이마트 A점은 카운터마다 ‘대여용 쇼핑백 운영안내’를 명시하고 있었다. ▲대여용 부직포 쇼핑백(500원) ▲대여용 장바구니(3000원) ▲종량제 봉투(490원) 중 선택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주부나 여성 고객들의 인기가 높았다.
판매 보증금은 500원이다. 소비자는 다 쓴 쇼핑백을 고객만족센터로 가져오면 판매보증금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고객센터 직원 A씨는 “기한과 상관없고, 봉투가 찢어지더라도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에서 연간 판매되는 종이 쇼핑백은 약 1250만개로, 종이 쇼핑백 사용을 중단할 경우 종이백 원료인 펄프 소비를 약 500t 가량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도 ‘대여용 장바구니’를 도입해 일회용 종이 쇼핑백 줄이기에 나섰다. 대여용 장바구니는 계산 시 3000원의 판매 보증금을 내면 대여할 수 있다. 30일 이내 반납하면 보증금 전액을 환불해준다. 홈플러스는 카운터에서 종량제 봉투(490)과 종이봉투(100원)을 판매했다. 부직포 쇼핑백은 매장 내에서 구매 가능했다.
환경부는 비닐봉투 유상 판매를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하지만 무상종이봉투 제공은 그렇지 않아 단속할 권한이 없다. 무상 제공과 의무제공은 다르다. 법이 ‘눈 가리고 아웅’ 식이니 소비자의 혼란은 가중된다. 더 나아가 시민들 역시 환경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50원은 적은 돈이지만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비닐이 썪는 데는 수백 년이 걸리기 때문에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오늘부터 일회용 봉투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어떨까.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