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조선소 외국인 인수 땐 주권 훼손" 주장...미국 승인 이후 호주 정부 결정 주목

◇ 한화, 오스탈 지분 9.9% 직접 매입...미국 승인 후 호주 승인 기다려
한화는 올해 3월 호주증권거래소 장외에서 오스탈 지분 9.91%(약 1687억 원)를 직접 샀다. 또 현지 증권사를 통해 추가 9.9%에 대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어, 최대 19.9%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한화의 지분 확대를 승인했으며, 현재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심사만 남았다.
오스탈은 미국 해군을 비롯한 미군 함정의 네 곳 핵심 공급업체 가운데 하나로, 전체 매출의 80%를 미국에서 올리고 있다. 오스탈은 미국 내 소형 수상함, 군수지원함 시장에서 40~60%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서호주 헨더슨, 미국 앨러배마주 모빌,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필리핀, 베트남 등에도 조선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수주잔고는 142억 호주달러(약 12조6900억 원)에 달한다.
◇ 호주 산업 주권 논란...오스탈 "외국인 인수, 주권 훼손" 주장
오스탈은 지난해 10억 호주달러(약 8940억 원) 규모의 한화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당시 이사회는 "방위 계약과 관련된 소유권 조항"을 들어, 캔버라와 워싱턴 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그러나 최근 미국 CFIUS의 승인이 나오면서, 호주 정부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미·호주 정부와 업계 반응...지정학 환경 변화 속 인수 성사 가능성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부 장관은 최근 한화 장갑차 공장이 있는 지역구에서 "호주 정부는 한국 기업이 이 방향으로 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동맹국인 한국 방산업체의 미국 해군 조선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오스탈 이사회는 "한화가 호주 파트너를 인수하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독일 티센크루프 등과의 호위함 건조 입찰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스탈은 현재 네 개의 주요 조선 프로그램을 맡고 있으며, 호주 방위 함대 업그레이드의 중심에 있다.
캔버라에 있는 아시아태평양리더십네트워크(APLN) 이동근 정책 펠로우는 "호주에서 보면 주요 조선소가 외국 손에 넘어가는 것을 꺼릴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조선소의 자금과 기술이 들어오면 쇠퇴한 산업이 다시 살아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호주 정부 최종 승인에 산업 주권·국방전략 논란 집중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 승인 이후 호주 정부의 결정이 인수 성사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오스탈 이사회와 호주 정부의 산업 주권 논란, 지정학 환경 변화, 방산 협력 확대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평가다. 한화가 확보한 오스탈 지분은 9.9%이며, FIRB 승인 시 최대 19.9%까지 늘릴 수 있다. 호주 정부의 최종 판단은 오는 9월께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