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들, 컨테이너 번호·무게·비밀코드 담은 이메일로 운송사 감쪽같이 속여
보안업체 브링크스 '내부자 공모' 의심 소송…경찰, 현상금 걸고 용의자 추적 중
보안업체 브링크스 '내부자 공모' 의심 소송…경찰, 현상금 걸고 용의자 추적 중

지난 16일(현지 시각) 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 등에 따르면, 이번 도난 사건은 아직 전모를 밝히지 못한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담당 사건 관리 판사가 "전형적인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 같다"고 평가했을 만큼 책임 공방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짐작게 한다.
◇ '픽업 코드' 하나에 뚫린 보안…영화 같은 도난 수법
이번 사건의 핵심은 컨테이너 출고에 필요한 '픽업 코드'가 유출된 데 있다. 머스크는 통상 화물 인수자에게만 비밀 픽업 코드를 제공해 보안을 유지한다. 하지만 도둑들은 컨테이너 번호, 정확한 중량, 비밀 픽업 코드까지 담긴 이메일을 현지 트럭 운송사에 보내 화물을 가로챘다. 운송사는 이 이메일이 위조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지시에 따라 라발의 낡은 창고에 은괴를 내려놓았고, 화물은 그 직후 사라졌다.
화주인 고려아연에 도난액 전액을 배상한 보안운송업체 브링크스(Brinks)는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 해상운송사 머스크와 현지 물류업체 바이넥스(Binex)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 "내부자 소행" 책임 공방…사라진 은괴 행방은 '오리무중'
법정에서 브링크스는 "바이넥스 내부 직원이나 전 직원이 정보를 유출했거나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한다. 픽업 코드와 같은 핵심 정보가 외부로 쉽게 샐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맞서 바이넥스는 "모든 절차를 안전하고 신중하게 이행했으며 과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머스크 역시 "관례에 따라 적절한 절차로 화물을 인도했다"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도난당한 은괴 가운데 일부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 정련소에서 발견됐지만, 이는 전체 1만8000여㎏ 가운데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캐나다 연방경찰과 퀘벡주 경찰 등이 함께 수사에 나섰지만, 아직 주요 용의자는 체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일부 은괴가 추적을 피하려고 이미 녹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용의자 검거에 5000달러(약 680만9500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번 사건은 도난 귀금속이 쉽게 재가공돼 불법 유통될 수 있다는 보안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