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체스터 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선수들이 아슬아슬한 벼랑 끝에 몰렸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기둥 버질 판 다이크가 전방 십자인대 부상으로 장기 결장이 확정된 가운데 이 경기에선 오른쪽 SB 주전 알렉산더 아놀드가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교체됐다. 전치 4주 진단을 받은 부상을 입었지만, 이 같은 근육계 부상은 신종 코로나의 영향으로 개막이 한 달이나 지연되면서 정규시즌과 마찬가지로 5월 중 단 1주일만 늦게 끝내려는 과밀일정 때문에 앞으로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클롭 감독은 이 같은 가혹한 상황에서는 좋은 축구를 보여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과밀 일정을 선수들에게 떠넘기면서 다른 유럽 주요 리그가 ‘5인 교체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어리그는 ‘3인 교체 제도’로 되돌렸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는 전 클럽 20명의 감독 투표로 결정된 민주적인 결과다. 지난 시즌 재개 후에 도입된 ‘5인 교체 제도’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14명의 찬성표가 필요하지만, 앞선 투표에서는 11표에 그치면서 부결된 바 있다.
그 이유는 ‘5인 교체 제도’를 주장하는 사람이 클롭 감독을 비롯해 맨체스터 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 등 유럽 대항전을 치르는 빅클럽 감독인 데 비해 애스턴 빌라의 스미스 감독은 “우리는 그들과 같은 (충실한) 선수층이 없다. 유럽전을 싸우는 것은 힘들겠지만, 그들에게는(리그전과 병용 할 만한) 전력이 있다. 그것을 잘 꾸려가는 것도 빅클럽 감독의 몫”이라며 ‘5인 교체 제도’ 도입에 반대한다. 다시 말하면 중견 이후의 특히 강등권 싸움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는 클럽은 ‘3인 교체 제도’를 유지해 빅클럽과의 싸움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하고 싶다는 계산이 있는 것이다.
주 2회 리그전과 유럽 대항전을 병행하는 상위권 클럽과 주 1회 리그전에서 최대한 승점을 따고 싶은 하위권 클럽. 상위권은 선수를 지켜야 한다고 호소하며 주전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가고 싶다. 반면, 하위 클럽은 상위권과의 시합에서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가 초래한 과밀 일정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한다는 대의명분 뒤에는 승부의 세계에 사는 남자들의 각박한 현실적 싸움도 있는 것이다.
클롭 감독은 투표 프로세스를 통하지 않고, 프리미어 리그 회장 결정이라고 하는 형태로 신속한 ‘5인 교체 제도’의 실시를 호소하고 있지만, 그것은 투표에서는 불리하다고 하는 속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축구의 발상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는 가혹함을 내세우는 측면도 있지만, 앞으로도 이 문제는 또 다른 논란이 돼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