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트레저 등 국내외 인기 아티스트 팝업에 케이팝 팬으로 '북적'
달라진 백화점에 팬덤 화답…젊은층 오픈런 불사하며 줄지어 입장
달라진 백화점에 팬덤 화답…젊은층 오픈런 불사하며 줄지어 입장

윤모씨(20대)는 백화점 오픈런에 처음 도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씨를 백화점 오픈런까지 불사하게 만든 것은 콧대 높은 명품이 아닌 특별한 팝업스토어(팝업)에 방문하기 위함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열리는 ‘아티스트 메이드 컬렉션 바이 세븐틴 시즌1’ 팝업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팝업을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 7시부터 기다렸다는 팬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백화점에는 인기 케이(K)팝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팝업이 연이어 열리고 있다. 오는 10일까지 열리는 신세계백화점의 ‘아티스트 메이드 컬렉션 바이 세븐틴 시즌1’ 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2일과 3일 주말 동안만 24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이는 대기 등록 입장객 수로, 별도 대기 등록 없이 다녀간 고객들을 감안하면 더많은 팬들이 찾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몰려드는 팬덤에 대기 등록도 오후 2~3시경 조기 마감을 해야 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매장 혼잡도를 고려해서 객수를 조절했다”면서 “비교적 한산한 오후 시간에는 워크인(Walk-in)으로 팝업 매장을 많이 찾아줬다”고 말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의 이번 팝업은 신세계 강남점 1층의 팝업 전용 공간 ‘더 스테이지’에서 열려 의미를 갖는다. 더 스테이지는 2018년 첫선을 보인 뒤로 줄곧 루이 비통, 샤넬, 보테가베네타 등 유수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나 아시아 또는 국내 최초로 신상품을 공개하는 공간으로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이를 깨고 5년 만에 첫 K팝 아티스트 팝업이 열렸다는 점에서 변화가 읽힌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변화는 롯데백화점도 감지된다. 롯데백화점도 핵심 점포로 통하는 잠실 롯데월드몰 1층 ‘아트리움’을 아이돌에게 내줬다. 지난달 YG엔터테인먼트 보이그룹 ‘트레저’ 팝업을 이곳에서 연 것인데, 국내외 팬들이 몰리며 연일 긴 대기줄이 형성됐었다.
지난 7월에는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ITZY(있지) 팝업이 흥행에 성공하며 발 디딜 틈 없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미 MZ세대 사이에서 팝업 성지로 통하고 있는 더현대서울에는 아이돌뿐 아니라 다양한 팬덤을 아우르는 팝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업계가 백화점의 얼굴로도 통하는 1층 공간을 팬덤 성지로 뒤바꾼 것은 젊은층 공략에 있다. 통상 백화점은 3040 매출 비중이 높아 이들이 큰손으로 꼽히지만, 미래 잠재고객인 20대 유입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백화점으로 불러모으기 위해 K팝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택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경제 활동을 시작하기 전인 20대 고객 매출 비중은 10%대로 이들 고객을 유입하기 위한 부분”이라며 “차별화된 콘텐츠로 백화점에서 색다른 경험을 주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대를 비롯한 젊은층은 하나를 깊게 파고드는 디깅(Digging) 문화에 익숙하고 선호하는 분야에 대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이돌을 비롯한 K팝 아티스트, 슬램덩크 등 인기 애니메이션과의 팝업을 늘리는 추세다.
또 글로벌 팬덤 영향으로 K팝 관련 팝업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고객까지 끌어 모을 수 있어 업계는 글로벌 MZ세대 눈높이에 맞춘 다채로운 팝업을 준비, 미래 고객 확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아이돌 팝업은 일차적으로 객수가 증가하고, 굿즈와 팝업 입장을 대기하며 소비하는 커피, 식사 등으로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무엇보다 젊은 고객 유입이 많아져 백화점이 젊어 보이고, 핫하다는 인식도 줄 수 있어 백화점 이미지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잠재 고객 확보 차원에서라도 그동안 백화점에서 볼 수 없던 이색 팝업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