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의 전기차 관세 강화 움직임에 대응해 소형·저가형 전기차(EV)로 전략 전환에 나섰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현대차그룹이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3만5000달러(약 4860만원) 이하의 보급형 전기차를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설 계획이라고 1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캐스퍼 일렉트릭’에 이어 아이오닉2·EV2 출시 예정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아이오닉5’와 ‘EV6’ 등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전기차 모델로 시장을 선점해 왔다. 특히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는 현대차가 국내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판매 중인 ‘인스터 EV’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자비에르 마르티넷 현대차 유럽구너역본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 신형 전기차는 앞으로 몇 달 안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 모델을 오는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국제 모빌리티쇼에서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도 비슷한 시기에 EV2와 EV3 등 소형 전기 SUV를 내놓는다. EV3는 이미 유럽에서 3만5990유로(약 5270만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영국에선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전기 SUV다. EV3는 58.3kWh 또는 81.48kWh 배터리팩을 탑재해 최대 599km(WLTP 기준)의 주행거리를 확보한 모델이다.
◇ 미국 생산 확대에도 ‘글로벌 다변화’가 관세 회피 열쇠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새로 열고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미국의 자국산 우선 정책에 따른 관세 부담은 여전히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저가형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리스크를 고려할 때 현대차의 유럽 소형 전기차 확대 전략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EV2보다 한 단계 낮은 가격대의 전기차도 검토 중이며 기아도 2만5000유로(약 3470만원) 이하의 초소형 EV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도 여전히 높은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아이오닉5는 1만9000대 이상이 판매됐고 지난 5월 출시된 3열 전기 SUV ‘아이오닉9’도 6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1000대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월 179달러(약 25만원), 아이오닉9는 419달러(약 58만원)에 리스 판매하고 있으며 리스 구매자에게는 레벨2 충전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