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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4조 달러 안착한 엔비디아, 시총 5조 달러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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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4조 달러 안착한 엔비디아, 시총 5조 달러 조건은?

시가총액 4조 달러에 안착한 엔비디아가 이제 시총 5조 달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시가총액 4조 달러에 안착한 엔비디아가 이제 시총 5조 달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11일(현지시각)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 주가를 갈아치우며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4조 달러 클럽의 문을 열어젖힌 기업이 됐다.

엔비디아는 9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시총 4조 달러를 뚫은 뒤 10일과 11일에는 이틀을 연달아 마감가 기준 시총 4조 달러 돌파 기록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 종목 주가가 급등했지만 AI 산업이 아직 발전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성장성이 여전히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AMD, 브로드컴 등 경쟁자들이 추격에 나서고는 있지만 탄탄한 자체생태계 구축에 들어간 엔비디아의 AI 성채를 뚫는 것은 단기적으로 어려운 터라 특히 엔비디아 상승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제 관심은 엔비디아가 언제 시총 5조 달러를 뚫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시총 1조 달러에서 4조 달러로


엔비디아가 조단위 시총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때는 2023년 5월 말이다. 장중 1조 달러 시총을 돌파했다. 엔비디아는 정확히 2주 뒤인 그 해 6월 13일 마감가 기준 시총 1조 달러를 뚫었다.

9개월 뒤에는 시총 2조 달러에 올라섰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2월 23일 장중 시총 2조 달러를 돌파한 뒤 같은 해 3월 1일 마감가 기준으로 시총 2조 달러에 안착했다.

시총 2조 달러에서 3조 달러로 도약하는 데는 석 달밖에 안 걸렸다. 지난해 6월 5일 시총 3조 달러도 뚫었다.

엔비디아는 약 2년 만에 시총이 1조 달러에서 4조 달러로 네 배 폭증했다.

시총 5조 달러


이제 엔비디아의 다음 고지는 시총 5조 달러다.

엔비디아가 주가가 11일 마감가보다 정확히 40달러, 24.3% 상승한 204.92달러에 이르면 시총 5조 달러 벽도 뚫을 수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4월 4일 연중 저점 94.31달러에 비해 이미 75% 폭등했다. 25%에 못 미치는 주가 상승률은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엔비디아로서는 어렵지 않은 목표라는 뜻이다.

시총 5조 달러가 돼도 엔비디아는 고평가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현재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하는 엔비디아의 2026 회계연도 주당순익(EPS)은 4.00~4.39달러 수준이다.

최저치 4.0달러를 기준으로 해도 시총 5조 달러 달성에 필요한 주가 204.92달러는 51배를 조금 웃돌게 된다.

51배 주가수익배율(PER)은 시장 실적 지표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 편입 기업들의 올해 ESP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평균 PER 약 22배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지만 엔비디아의 성장성이나 최근 PER 흐름으로 보면 높다고 할 수도 없다.

엔비디아는 AI 테마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1년에도 평균 PER이 72배를 웃돌았다.

오픈AI가 챗GPT3.5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AI 시대를 열었던 2023년에는 113배가 넘었다.

지난해 PER은 50배를 조금 넘었고, 올해에는 48배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시총 5조 달러 주가의 PER 51배는 고평가 영역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엔비디아 EPS 전망치가 AI 산업 발전 속에 더 높아지면 PER은 떨어질 수도 있다.

목표 주가 상향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하는 1년 뒤 엔비디아 주가도 엔비디아 시총 5조 달러가 비현실적인 상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평균 목표주가는 175~178달러 수준이지만 일부에서는 250달러를 예상하기도 한다.

루프캐티펄은 지난달 25일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175달러에서 250달러로 끌어올렸다.

씨티그룹은 소버린 AI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180달러에서 190달러로 골드만삭스는 엔비디아를 새로 분석 대상에 포함하면서 첫 목표주가로 185달러를 제시했다.

관세, 중국


그러나 엔비디아가 시총 5조 달러를 찍으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우선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등 엔비디아 AI 반도체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사들이 자체 반도체 개발에 나서는 등 치열해지는 경쟁을 물리쳐야 한다.

또 최근 삼성전자와 손잡은 AMD의 부상, 맞춤형 AI 반도체의 강자 브로드컴 등의 부상도 견제해야 한다.

그렇지만 엔비디아는 범용 AI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로 당분간 그 지위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반도체 관세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중국 수출 통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 각각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힌 이튿날인 8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아주 곧(very soon)” 반도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구체적인 시기, 세율은 언급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주로 대만 TSMC에서 AI 반도체를 생산해 미국에 수입하는 터라 반도체 관세가 시행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 변수도 남아 있다.

미국과 중국 협상팀이 5월 스위스 제네바, 6월 영국 런던에서 만나 무역합의 큰 틀에 이르기는 했지만 아직 세부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중국은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를 풀고, 미국은 반도체 대중 수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합의했지만 첨단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엔비디아는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로 중국 시장을 잃고 있다.

총매출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1월 마감한 2023회계연도에는 21.5%에 이르렀지만 이듬해 17%로 줄었고, 올 1월 마감한 2025회계연도에는 13%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엔비디아가 대중 수출용으로 개발한 H20 반도체를 트럼프 행정부가 수출 통제 품목으로 묶어버리면서 내년 1월 마감하는 2026회계연도 중국 수출 전망도 밝지는 않다.

다만 엔비디아가 손 놓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기존 블랙웰 RTX프로6000 반도체 성능을 낮춘 대중 수출용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이르면 9월부터 수출한다는 것이 목표다.

반도체 관세, 대중 수출 통제라는 큰 산을 넘으면 엔비디아는 시총 5조 달러에 성큼 다가설 수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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