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보물들

‘소중한 보물들’은 수녀원 입회 60주년을 기념한 ‘단상집’이다. 단상은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을 뜻한다. 이 책은 이해인 수녀가 60년간 쓴 일기장 180권에서 발췌한 단 한 권의 단상집이다.
‘소중한 보물들’에는 이해인 수녀가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소중히 간직하던 것과 그에 얽힌 사연들, 또 순간순간을 보물로 만들며 살고 싶은 수도자의 바람이 페이지마다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한 ‘기쁨’ ‘명랑’과 같이 듣기만 해도 마음 흐뭇해지는 단어들이 많이 언급된다.
이해인 수녀는 인생의 3분의 2 이상을 수도자로 살아왔다. 하지만 작가로서 살아온 세월도 묵직하다.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낸 이후 시집, 에세이, 번역서 등 총 50여 권을 출간했다. 1997년엔 소속돼 있는 부산 베네딕도 수녀원 바로 앞에 ‘해인글방’을 열었으며, 현재까지도 종파와 관계없이 자신의 글을 사랑해준 모든 이들과 아픔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해인 수녀는 스스로를 ‘기쁨 발견 연구원’이라고 부른다. ‘글로 말로 누구를 기쁘게 해줄까?’를 구체적으로 궁리한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말을 잊지 않고 적어두었다가 선물한다. 모두가 기쁨을 찾는 ‘기쁨이’가 되도록 자신의 기쁨을 나눈다. 또 나뭇잎, 꽃잎, 돌멩이, 조가비, 솔방울 등 좋아하는 것을 모아 작은 선물을 만든다. 받는 것보다 나눔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의 가치를 책 곳곳에 섬세하고 따뜻하게 표현했다.
왜 책 표지에 단정한 무늬의 조가비들을 담았을까 궁금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절로 의문이 풀렸다. 이해인 수녀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책의 오른쪽 페이지엔 글이, 왼쪽 페이지엔 사진이 담겨 있다. 이해인 수녀의 글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멜멜 사진작가의 빼곡한 사진들이었다. 정멜멜 사진작가는 2022년 1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이해인 수녀와 동행하며 사진을 찍었고, 이는 독자들과 저자의 간극을 좁히고 내적 친밀감을 쌓는 데 큰 몫을 한다. 편지 창고와 말씀 뽑기 통, 수녀원에 자리 잡은 작은 꽃밭, 독자가 보내준 만세선인장부터 전쟁으로 헤어지게 된 아버지의 사진, 수십 년 전 작은 수녀 시절 어머니가 보내준 편지까지, 사진과 글을 함께 읽노라면 이해인 수녀의 삶이 자연스레 그려지면서 뭉근한 화롯불처럼 마음에 온기가 차오른다. 아마 이 모든 것이 이해인 수녀가 이야기하는 소중한 보물들은 아니었을까.
우리의 하루. 누군가는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일 수도, 누군가는 삶에 대한 감사함과 의미를 되새기며 보내는 시간일 수도 있다. 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왕 보내야 하는 시간이라면 좀 더 소중하고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채워보는 건 어떨까?
김다영 교보문고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