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티몬‧위메프 ‘손절’, 큐텐연합군 ‘침몰’

글로벌이코노믹

유통경제

공유
0

티몬‧위메프 ‘손절’, 큐텐연합군 ‘침몰’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 티몬‧위메프 본사 점거
“7월 일정 여행상품 구매 고객 빠른 취소 지원”
직원 다이어리에 사태 직감하는 메모도 발견돼

큐텐그룹의 계열사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대금 정산 지연'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사진은 휴대폰에 저장된 티몬 앱. / 사진=김수식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큐텐그룹의 계열사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대금 정산 지연'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사진은 휴대폰에 저장된 티몬 앱. / 사진=김수식 기자
“불안해서 이제 이용 못 할 것 같아요.”

직장인 박경일(가명) 씨는 최근 티몬과 위메프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웠다. 두 회사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 때문이다. 박 씨는 “흔히 말하는 충성고객은 아니다. 그래도 제품을 살 때 여러 곳을 비교하고 사는데 티몬과 위메프도 심심치 않게 이용했다”면서도 “이제는 불안해서 못 쓸 것 같다. 혹시 몰라 가족들에게도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주변 지인들도 기사를 보고는 하나둘 지우더라”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공화국을 노렸던 큐텐그룹의 행보에 심각한 제동이 걸렸다. 큐텐은 2010년 구영배 대표와 이베이가 합작해 설립한 이커머스 기업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일본‧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중국‧홍콩 등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온라인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그해 티몬을 인수했다. 2023년에는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연달아 사들였다. 올해에도 AK몰을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우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탈이 났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텐의 주력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는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오픈마켓)과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업)을 영위하고 있다. 문제는 이달부터 생겼다. 지난 11일 위메프가 491개 판매자에 대해 369억원 가량의 대금 정산을 지연한 것이다. 이에 큐텐은 판매자 보상 등의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냈지만 곧이어 티몬에서도 대금 정산 지연이 발생하면서 사태가 더욱 커졌다.

피해자들은 티몬과 위메프 본사를 찾아 항의했다. 실제 위메프에는 지난 24일 오후부터 피해자들이 몰렸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24일 오후 5시부터 25일 오전 8시까지 위메프 본사에 환불을 요청하기 위해 소비자 400여명이 모여들었다.

이들 앞에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직접 나서 사태를 진정시켰다. 류 대표는 “소비자 환불자금을 충분히 준비해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며 “티몬과 위메프를 합쳐 판매사에 돌려줘야 할 미정산 대금은 큐텐 차원에서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메프는 25일 오후 9시 기준 1400여명에 대한 환불을 마쳤다.

한발 늦게 티몬도 나섰다. 류광진 티몬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 구제와 함께, 결제 재개 등 고객과 판매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정산 지연 또한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다.

이 보도자료에는 티몬과 위메프가 정산 문제로 여행계획에 차질이 생긴 고객 보호를 목표로 7월 출발 일정인 여행상품의 빠른 취소를 지원하며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7월 이후 일정의 여행상품을 구매한 고객들도 희망하면 일자에 따라 순차적으로 구매 취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좀 더 확실한 답을 듣고 싶은 피해자들이 26일 새벽 티몬 신사옥을 점거하자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티몬 신사옥 지하 1층을 찾아 피해자들에게 “위메프 대응보다 많이 지연된 점 정말 죄송하다”며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해드리기는 힘들 것 같고 순차적으로 해결해드리려고 계획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수기이기도 하고 많은 분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니 일단 여행 상품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부분만 알아달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러자 향후 티몬과 위메프가 ‘기사회생’을 할 수 있을지 그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힘들지 않겠냐는 시선이 많다. 업계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를 대신할 플랫폼이 없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잃은 신뢰를 다시 쌓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실제 소비자는 물론 유통기업들도 티몬‧위메프를 ‘손절’하는 모습이다. 현재 SPC그룹을 비롯해 야놀자, 인터파크트리플, 시몬스, KT알파 등은 티몬과 위메프에서 제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여기에 괘씸죄까지 붙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티몬 신사옥을 찾아간 피해자들이 발견한 직원 다이어리에는 ‘컨트롤타워 부재, 정상화 어려움 판단, 기업회생 고려, 직원 처우 불안’ 등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

또 다른 메모에는 ‘오늘부터 환불 X’라고 쓰여 있었다. 이 메모가 6월쯤부터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티몬 직원들은 이 사태를 이미 예견하고 있었던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